[2024광주비엔날레]본전시 '처음 소리' 섹션..전 세계 예술가의 판소리 해석(4편)

김옥조 2024. 9.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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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하고 거대한 제4, 5전시실 '처음 소리'
대형 구조물 설치로 시그니처 작품 구현
전시실 구분과 동선 구성 자유롭게 진행
악기·전등·스피커 등 생활용품 작품 이해
◇ 검은 커튼 열고 들어가는 환상적 세계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본전시관 제3전시실에서 제4전시실로 가는 중정 브릿지에서 바라본 전시관 밖 풍경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의 세 번째 섹션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는 4전시실과 5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3전시실에서 나와 중정 브릿지를 건너 들어가는 4전시실은 입구에 검은 커튼이 내려 쳐져 마치 유년시절 찾았던 영화 극장 느낌도 떠오릅니다.

밖으로부터의 빛을 차단하고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막기 위한 것으로 영상작품이 만을 것이란 선입견을 갖고 발길을 넣게 됩니다.

▲본전시 제4전시실의 비앙카 봉디 작 '길고 어두운 헤엄', 2024. 설치, 혼합 매체, 가변 크기. [모흐 샤르팡티에],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이곳은 입구에서 좌우에 부스를 만들어 영상 작품을 보여주고 전시장 중앙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 비앙카 봉디(Bianca Bondi)의 '길고 어두운 헤엄'(The Long Dark Swim)(2024)을 설치했습니다.

하얀 소금 사막과 식물, 의자 등 몽환적 풍경과 일상적 물건이 배치되면서 관객들이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작품에 빠져들며 공간에 대한 초감각적 경험을 유도합니다.

관객들은 주저함이 없이 계단을 따라 올라 작품 위를 오르내리며 쳐다보고 내려 보고 밟고 하면서 작품 위에 군림하며 360도를 돌며 주변의 작품을 돌아보는 조망대에 선 기분이 들게 됩니다.
◇ 역사의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 탐구
▲본전시 제4전시실의 도미니크 놀스 작 '모든 계절에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엄숙하고 품위있는 장례식', 2024. 리넨에 유채, 424×3,000cm. [작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비앙카의 작품에서 보듯 이 섹션에서 작가들은 비인간적 세계와 이산화탄소, 최루탄 가스, 환경호르몬, 비말, 바이러스가 역사의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를 탐구합니다.

봉디 작품의 뒤편에 널따랗게 걸린 도미니크 놀스(Dominique Knowles)의 대형 회화 작품 '모든 계절에 내 사랑하는 삶에게 어울리는 엄숙하고 품위 있는 장례식'(The Solemn and Dignified Burial Befitting My Beloved for All Seasons)(2024)은 작가의 개인사에서 비롯된 말이 작품 중심 소재로 등장합니다.

선사시대에 사용하는 빨강, 주황, 황토색의 색감을 사용하여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말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그려내 인간과 말의 관계로 비롯되는 다종간의 우정을 담아냅니다.

▲본전시 제4전시실의 소피야 스키단 '아직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한 기묘함을 뭐라고 부르지?', 2019-2024. 3채널 비디오 설치, 사운드, 컬러, 7분, 10분, 12분, 가변크기. [작가]

전시실 동선을 따라 입구 왼편으로 들어가면 소피야 스키단의 비디오 설치작품 '아직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한 기묘함을 뭐라고 부르지?'를 만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다른 영상 작품과 달리 3개의 영상이 사각 모니터나 스크린이 아닌 족자를 천장에 매달에 놓은 것처럼 드리워져 있고 그 앞에 안락의자를 놓아 관객들이 앉거나 드러누워 작품을 즐길 수 있습니다.

조각, 포토몽타주, 영화, 사운드를 결합한 작업을 하는 프랑스 출신의 조세파 응잠(Josefa Ntjam)은 생물 발광 유기체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실험적 판소리 작품 녹음하며 생명 기원
▲본전시 제4전시실의 마르게리트 위모 작 '*휘젓다', 2024. 손염색된 재활용 실크 오간자, 아크릴 용기, 생체 및 합성 필라멘트를 포함하는 핸드블로운 기법의 유리 거품, 재, 스테인리스 강, 알루미늄, 구리, 센서 기반 작동 스피커, 타악기와 보컬을 특징으로 하는 다채널 사운드 작업, 가변 크기. [서페이스 호라이즌 리미티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드럼 리듬을 작품의 중심 요소로 둔 프랑스 출신의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의 '*휘젓다'(Stirs)(2024)는 설치작업입니다.

전 이날치 밴드 멤버인 송희와 협업하여 목소리와 드럼이 어우러지는 실험적인 판소리 작품을 녹음하면서 생명의 기원을 환기시켜 줍니다.

위모의 판소리는 그릇 안의 생태계에 대한 응답과도 같아서 미생물 군집의 활동과 공명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과 인간의 공통 기원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한 소절씩 자아냅니다.

이 작품의 내용물은 남조세균 및 여타 광합성 미생물로 이루어진 미생물 생태계, 궁남지에서 채취한 진흙, 다양한 지역 퇴적물, 마른 잎, 달걀 노른자, 과일 껍질, 3300만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 박테리아 군락의 입자, 아홀로틀 두 마리, 여과 및 과열 시스템, 혼탁도 및 pH 센서, 태양 일주 운동에 동기화된 LED 등입니다.

▲본전시 제4전시실은 전시장 내에도 다른 구조물을 넣어 관객들이 안과 밖을 드나들며 영상을 보거나 이미지, 글씨들을 통해 작가의 제작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글로 다가오는 설치작품

에스토니아 탈린 출신의 카트야 노비츠코바(Katja Novitskova)의 영상 '활성화 패턴 (은하수의 정원)'(Pattern of Activation)(2021~)은 전 세계의 숲, 사바나, 사막에 흩어져 있는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반복해 보여줍니다.

움직임 감지센서가 장착된 카메라는 야생동물의 존재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7,000개의 이미지 분류 알고리즘을 정교화하여 픽셀화된 매트릭스에서 생명체를 인식하고 이름을 붙이게 했습니다.
◇ 지구의 환경 변화에 관한 보존 자료
▲본전시 제4전시실의 카트야 노비츠코바 작 '활성화 패턴(은하수의 정원)', 영상 작품. 비디오, 컬러, 사운드, 2021.

덴마크 출신의 야콥 쿠즈크 스틴센(Jakob Kudsk Steensen)은 현장 반응형 소리 영상 작품을 선보입니다.

가상 늪 '베를-베를'(Berl-Berl)(2021-)에서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에서 주목받지 못한 늪을 주인공으로 소개, 현대 도심 건설의 핵심이자 기반인 습지에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제5전시실의 미미 박(Mimi Park)의 설치작품 '발광하는 우리'(Shining Us)(2024)는 잠재력을 품고 있는 무수한 개별적 요소가 모여 별자리가 되고, 그 자체로 하나의 소우주가 되는 과정을 포착합니다.

▲본전시 제5전시실은 다양한 설치 및 영상 작품을 통해 지구촌의 현상을 기록하는 자료로써의 현대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제5전시실 광경

남극의 빙하 충돌 소리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인 15분 분량의 소리 및 비디오 설치 작품 '빙산 충돌'(Iceberg Collisions)(2024)를 선보이는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사디아 미르자(Saadia Mirza)는 폭발과 소멸을 기록합니다.

세계 최대 빙산인 남극 로스 빙붕의 B15를 연구한 빙하학자 더글라스 맥아이엘의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작업은 B15의 이야기를 추적합니다.

제4, 5전시실은 관람객을 위한 동선을 순차적으로 배열하고 각 전시실의 구획도 단정하여 시끄럽지 않고 부드럽게 본전시를 관람하도록 하였습니다.

※ 이 기사는 5편에 계속됩니다.

#광주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국제현대미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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