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문 열어둔 사이…또 다시 길 잃는 치매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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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은 지난 4개월간 전국 각지에서 실종 가족들을 만났다.
치매 어르신들이 이른바 '시설 부주의'로 실종되는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치매 어르신들의 신속히 수색을 위한 사전지문등록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시설 부주의로 실종된 치매 어르신을 찾는 데 크게 기여하는 사전지문등록제에 사회적 관심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 3월까지 지문이 등록된 치매 어르신은 전체 98만4601명 중 27만9930명으로 28.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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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러명 대소변 처리' 요양보호사 "24시간 돌보기 쉽지 않아" 목소리도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은 지난 4개월간 전국 각지에서 실종 가족들을 만났다. '2024 실종리포트-다섯가족 이야기'는 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실종 가족들에 대한 기록이자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찾으려는 우리의 이야기다.
# 지난 6월 요양원에 지내던 치매 어르신이 실종됐다. 실종 신고는 사건 발생 1시간 후 경찰에 접수됐다. 어르신은 3일 후 기력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 지난 5월 한 치매보호센터가 어르신을 집 주변까지 모시는 과정에서 어르신이 실종됐다. 경찰 수사 끝에 24시간 후 한 빌라 공실에서 발견됐다.
치매 어르신들이 이른바 '시설 부주의'로 실종되는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치매 어르신들의 신속히 수색을 위한 사전지문등록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질적 문제로 손 꼽히는 요양보호사 인력난 문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치매 환자 실종 신고 접수는 △2021년 1만2577건 △2022년 1만4527건 △2023년 1만4677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3만5373건, 지역별로는 서울 지역이 1만18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치매 환자들이 주로 찾는 시설은 △주야간보호시설(데이케어센터) △단기보호시설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요양병원 등으로 조사됐다. 주야간보호시설, 단기보호시설은 대체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시적으로 어르신들을 보호한다.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의 경우 어르신들이 시설에 입소해 도움을 받는다.
문제는 시설 부주의로 실종된 치매 어르신을 찾는 데 크게 기여하는 사전지문등록제에 사회적 관심이 낮다는 점이다. 사전지문등록제는 사전에 경찰에 지문과 사진, 보호자 인적사항 등을 등록하는 제도다. 의무 사항이 아니고 자율적으로 이뤄지는데 아동과 비교했을 때 치매 어르신에 대한 등록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 3월까지 지문이 등록된 치매 어르신은 전체 98만4601명 중 27만9930명으로 28.4%에 그쳤다. 같은 기간 18세 미만 아동은 전체 707만7206명 중 479만8479명으로 67.8%로 조사됐다.
배회인식표도 마찬가지다. 배회인식표는 실종 가능성이 있는 어르신 옷에 고유번호를 부착하는 스티커다. 쉽게 마모되는 데다가 다리미를 이용해 붙여야 한다.
80대 치매 어머니를 매일 주야간보호시설에 맡기는 50대 김모씨는 "시설에서 봐주는데 어머니가 아직 실종된 적이 없어서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사전지문등록제나 배회인식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전담실, 치매전담형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요양보호사 1명이 입소자 2명을 돌본다. 주야간보호시설은 요양보호사 1명이 4명을 맡는다.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신모씨는 "어르신들이 바닥에 앉아서 대소변을 보면 한 명은 어르신을 케어하고 다른 한 명은 치워야 한다"며 "바닥과 침실에 대소변 흔적까지 치우고 나면 힘이 없다. 화장실 이동부터 휠체어 착석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양보호사는 "어르신들 목욕도 하고 약도 챙기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정신이 없을 때가 많다"며 "어르신들 돌볼 때 체력적인 소모가 크다 보니 24시간 바로 옆에서 돌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환자의 지문등록률을 높이는 동시에 배회하는 노인들을 바로 인식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며 "요양보호사 인력을 여유롭게 배치하고 시설 구조도 배회하는 노인이 쉽게 시설 내에 돌아오도록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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