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정해인, 빌런은 처음이지만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정해인이 눈빛을 갈아 끼웠다. 생애 첫 빌런 도전에 동공까지 연기하는 정해인이다.
'베테랑2'(연출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2015년 개봉한 '베테랑' 1편이 천만 관객을 달성한데 이어 9년 만에 후속편을 선보였다. 2편에서 새로운 빌런 박선우로 합류한 정해인은 "휴식기가 있어 쉬는 타이밍에 제작사 대표님이 전화를 주셨다. 사무실에 갔더니 감독님이 계셨고, '베테랑2'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 너무 기뻤다. 근데 갑자기 부담감이 밀려와서 1편 스코어를 몰래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3시간 가까이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세하게 알게 됐다"고 '베테랑2'와 첫 만남을 회상했다.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는 '해치'라는 닉네임이 붙은 연쇄 살인마다.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을 사적제재하는 박선우는 그것이 자신의 정의라고 믿는 인물이다. 이를 통해 류승완 감독은 관객에게 딜레마에 대한 메시지를 남긴다.
'딜레마를 가진 빌런'이라는 표현에 대해 정해인은 "그게 감독님이 원하셨던 거다. 해치가 초반엔 정의롭게 보이지만, 저는 제 스스로 연기하면서 단 한 번도 그게 '정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제가 하는 행위들은 여론이 그렇게 만든 거다. 마녀사냥의 심볼이라고 생각한다. 마녀를 죽이기도 하지만, 마녀가 아닌 사람도 죽인다. 누구의 잘못인지, 누구의 죄인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선우는 사회에 혼동과 혼란이 생기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즐기고, 쾌락에 중독됐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선우를 그려내는 정해인의 포인트는 단연 '동공 연기'다. 텅 비어있는 눈부터 살인을 저지르며 반짝거리는 눈빛까지, 정해인은 동공 연기로 박선우를 완성시켰다.
정해인은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쓰면 눈 밖에 안 보인다. 그러다 보면 표현의 한계가 있다. 얼굴 근육을 써서 연기하는데 눈 밖에 안 보이니까 표현이 덜 될 때가 있더라. 그래서 혼자 집에서 거울을 가까이 보면서 연습을 했다. 동시에 테크니컬적인 부분도 필요했다. 전 원래 표정이 나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두는 편인데 이번엔 좀 많이 연구하면서 스스로 관찰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해인은 "문득문득 웃는 모습은 감독님의 의견이었다. 제가 그냥 얼떨결에 했는데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다"며 "정확히 말하면 박선우는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소시오패스에 가까운데 감정을 느낀다. 다만 본인의 감정 위주로 느끼는 거다. 상대가 어떨지는 대충 알지만,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프로파일러 분들이 범죄자들을 상담하고 면담하는 모습을 찾아봤다. 이분들의 특징은 차분하고, 침착하고, 권위적이기도 하면서 시선이 지저분하지 않더라. 사람을 볼 때 계속 눈을 보면서 얘기한다. 제가 찾아봤는데 심리학적으로 몇 초 이상 쳐다보게 되면 불쾌감을 느낀다더라. 그래서 박선우를 연기할 땐 그런 모습을 잘 이용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정해인은 "제가 분석한 박선우는 일단 미친놈이다. 관종기도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했던 방식을 똑같이 처벌하지 않냐. 이것도 일종의 관종이라고 본다.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는 빌런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베테랑' 시리즈의 백미 중 하나는 액션신이다. 정해인은 박선우를 연기하며 UFC 기술부터 계단 구르기까지 다채로운 액션을 소화했다.
정해인은 "촬영하기 몇 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 가서 계속 구르고, 땅바닥에서 구르고, 주짓수도 하면서 연습했다. 액션도 액션인데 기초 체력이 없으면 안 되겠더라. 한, 두 테이크 끝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앵글을 바꿔서 또 찍고, 또 찍고, 몇십 테이크를 찍는다. 체력이 안 되면 아무리 기술을 잘해도 방전되니까 기본적으로 달리기나 심폐지구력을 길러놨다. '베테랑2'를 찍을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건강했던 시기였다"고 웃음을 보였다.
다만 정해인은 우중액션신에 대해 "일주일 동안 촬영해도 완성본엔 40초 정도 나오니까 아쉽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겨울에 비를 맞으면서 찍었는데 감독님은 오죽하셨을까 싶다. 편집 과정에서 걷어내면서 너무 아까우셨을 것 같다"며 "근데 장기하 음악 감독님이 액션에 음악을 기가 막히게 넣어주셨더라. 툭툭 치고받는데 리드미컬하게 들렸다. 액션에 음악이 묻어가면서 리드미컬하면서, 더 짧게 느껴지더라"고 감탄했다.
올해 추석엔 '베테랑2'가 한국 영화 중 단독으로 출격하게 됐다. 정해인은 "여러 가지 생각이 복합적이다. 올해도 그렇고, 내년도 개봉하는 한국 영화가 10편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예전엔 그래도 한 달에 두 번씩은 새로운 영화가 올라왔는데 조금 안타까운 것도 있다. '베테랑2'가 잘 돼서 한국 영화가 다시 붐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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