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지옥 제주?…3년간 100마리 넘게 죽었다
[KBS 제주] [앵커]
폐어구 실태를 조명하는 연속보도, 두 번째 순서입니다.
3년 전 제주 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국제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이 구조됐습니다.
수술과 치료를 통해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자연의 품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 유일의 해양동물 전문·구조치료 기관.
애월 한담에서 그물에 걸렸다 구조된 붉은바다거북 한담이가 3년째 지내고 있습니다.
수술과 치료로 목숨은 건졌지만 앞다리 하나를 잃었습니다.
["전갱이 안에다가 (약을) 넣을 거고, 영양제 들어간 거 먼저 (줄 거예요.)"]
치료를 받으며 바다로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 한담이.
큰 수조에 옮겨 적응 훈련에 나섭니다.
똑같이 생긴 거북이를 보면서 놀라 도망가고, 물고기 떼 사이를 유유히 지나치기도 합니다.
거대한 상어와 가오리도 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균형 잡기가 힘들고, 호흡 조절이 어려운지 자꾸 수면 위로 올라갑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훈련사들도 예의주시합니다.
수천km를 헤엄치며 광활한 바다를 누비는 바다거북.
하지만 한담이는 이제 바다로 나갈 수 없습니다.
최근 해양수산부 해양동물보호위원회에서 방류 불가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홍원희/수의사/아쿠아플라넷 제주 : "조금이라도 팔이 남아 있다면 한담이는 바다에 나갈 수 있었을 거예요. 팔이 조금만이라도 남아 있으면 균형 잡는 게 뒷발이 아니라 앞발로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유영하면서 크게 흔들림이 없을 건데 그게 너무 안타깝고요."]
얼마 전 정방폭포 인근 해안에서 폐어구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붉은바다거북.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이뤄졌습니다.
["어 빠졌다! 어 빠졌다! 지금 혀 아래 걸려 있었고. 낚싯바늘의 크기가 이 정도인데."]
몸에선 동전만 한 낚싯바늘과 2m 가까이 되는 낚싯줄이 발견됐습니다.
[정원준/서울대 수생생물의학실 연구원 : "매우 건강한 상태의 바다거북이었는데 물고 있는 낚싯바늘이 혀 깊숙이 박혀 있었고요. 그래서 먹이 활동의 저하, 면역력의 감소 그래서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한 6~70% 정도로 저희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제주 바닷속에선 낚싯바늘을 문 채 유영하거나, 낚싯줄이 온몸을 관통해 폐사한 새끼 바다거북이 발견되는 등 수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제주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은 116마리.
이 가운데 20%가 넘는 27마리의 몸에 폐어구가 달려 있었습니다.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은 개체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
문준영 기자 (mjy@kbs.co.kr)
고아람 기자 (high-k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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