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우기' 괴담 취급하기 전 정부 행동 돌아볼 때 [기자의눈]

이기림 기자 2024. 9.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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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30일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가 역대 총리로는 처음 독도를 방문하고 '동해의 우리 땅 독도'라고 새겨진 표지석을 설치한 모습.(총리실 제공)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가수 정광태가 부른 '독도는 우리땅'은 1982년 나왔다. 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불린다. 이 노래의 꾸준한 생명력은 역설적이게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태도 역시 변화가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다케시마의 날'을 기념하는 일본 시마네현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오는 11월 9일, 14년 만에 '다케시마 영유권 확립운동 집회'를 열 계획이라 한다.

우리 정부는 이런 억지 주장에 대해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로,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으며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그러면서 독도를 국제분쟁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말리지 않기 위해 '조용한 외교'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10월 25일 '독도의 날'의 국가기념일 지정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부정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분쟁지역처럼 보이게 하는 행동은 굉장히 열등한 외교정책"이라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인 한 총리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실효적 지배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독도를 분쟁화한다면 일본 주장에 대한 명분이 쌓여 국제사법재판소로 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수 집권기였던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독도를 방문했을 당시에 이해찬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직접 가야만 독도가 지켜지는 것인 양 생각하는 건 낮은 수준의 외교"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독도에 대한 조용한 외교의 선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가를 보여준다.

문제는 그 조용한 외교가 저자세 외교와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최근 주요 전철역이나 기념관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면서 '독도 지우기'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낡은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조용한 외교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우리 군은 '독도 방어훈련'이라고 불리는 '동해 영토 수호훈련'을 비공개하고 과거에 비해 소규모로 진행했다. 심지어 해병대의 독도 상륙 훈련은 생략했다.

지난해 국방부는 정신전력교재에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기술한 것이 논란이 되자 책자를 회수했다.

이런 일련의 사례들은 정부 내에서조차 조용한 외교의 개념이 제대로 공유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모든 정부 부처와 공직자들이 일본을 자극할 일은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그 사이 '독도는 우리 영토'라는 일본의 주장을 수많은 해외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받아들이고, 이를 본 우리 국민은 '정부의 무능함'만을 느껴야 하는가.

MB정권 때인 2008년과 2010년 각각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형오 국회의장이 현직으로는 처음 독도를 찾았다. 당시 일본 측은 적절치 않다며 항의했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독도를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용한 외교의 선을 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국제사회에 독도가 우리 땅임을 각인시키는 일은 중단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독도 관련 외교행위의 수위와 빈도가 달라져서도 안 된다. 조용한 외교는 시끄럽지 않은 외교가 아니라 일관되고 단호한 태도로, 꾸준한 정책수행으로 누구도 시비 걸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지만 독도에 관한 외교는 정부가 바뀌어도 일관돼야 한다. 한번 후퇴하면 일본의 부당한 항의에 다시 맞서야 하고 조용한 외교의 기준선은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독도를 껄끄러운 존재 정도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국민들이 '독도 지우기'라고 비판한다고 해서 이를 괴담 취급하기 전에 정부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봐야 할 때다. 지금까지 여러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쌓아온 노력을 훼손하는 일은 없는지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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