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범위·개념 변하는데…숙제 쌓아놓고 낮잠 자는 국회
[앵커]
가족과 친척들이 시끌벅적하게 모이던 추석 풍경, 해가 갈수록 달라지고 있죠.
가족의 범위와 개념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를 담아낼 법도 필요할 텐데, 우리 국회는 숙제를 미루고 있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숨진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한, 이른바 '구하라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첫 발의부터 통과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원식/국회의장 :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피가 섞였다고 해서 무조건 가족의 권리를 인정할 순 없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또 이를 반영한 헌법재판소의 지난 4월 결정을 뒷받침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국회엔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받은 가족 관련 법 조항 6개가 아직 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가족 간에 일어난 절도 사기 등 재산 범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가족이 집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1950년대에 만들어진 법인데, 석 달 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국회가 법을 고쳐 적용되는 가족의 범위나 범죄의 종류를 다시 규정해야 하지만 논의 시작조차 못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 "안건 상정은 위원장과 간사 간 협의를 거쳐서 하는 부분이 있어서 우선순위에서 살짝 밀리고 있다…."]
법 개정 시한이 올해 말까지인데, 아예 개정안조차 발의되지 않고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8촌 이내 친척 간 혼인 무효' 조항은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판단을 받았는데, 유교계 반발과 법제 정비 등으로 속도를 못 내고 있습니다.
유산 상속을 받을 수 있단 사실을 뒤늦게 알더라도 본인 몫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거나, 혼외 자식의 친아빠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헌재 판단도 이미 나온 상태입니다.
가족에 대한 인식과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진 만큼, 후속 입법 마련은 정부와 국회의 몫입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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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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