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더 좋아해"…안동에 개관 앞둔 '월드 클래스' 한옥 호텔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24. 9. 1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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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 공식 개관하는 락고재 하회 한옥호텔
'진짜 한옥'의 매력 오롯이 느낄 수 있어
락고재에 들어서는 외국인 투숙객의 모습ⓒ News1 윤슬빈 기자

(안동=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공식 개관 전인데 외국인 분들이 알아서 찾아오시더라고요."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락고재 하회 한옥호텔'이 10월 중 공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년 전, 락고재는 국내에서 첫 '한옥 호텔'을 선보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진짜 한옥'으로 만들어진 서울 중구 가회동, 북촌에 있는 호텔들은 이미 투숙객 비중 90%가 외국인일 정도로 해외에서 제대로 먹히고 있다.

이런 락고재가 장장 15년에 걸쳐 '한국 전통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안동에 글로벌 시장에서 견주어도 경쟁력 있는 한옥 호텔을 내놓은 것이다.

부지는 약 1만 6000㎡(약 5000평), 이곳에 총 20여 개 한옥이 마치 마을처럼 호텔을 이루고 있다.

개관을 한 달여 앞두고 찾아간 호텔엔 내국인도 아닌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안동'간 KTX로 연결되었다고 하지만, 안동역에서 호텔까지 20㎞, 1일 8회 운행하는 버스나 택시로 20~30분을 이동해야 하는데 이 호텔을 경험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것이다.

심지어 락고재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과 제휴를 맺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은 자체 홈페이지 또는 에어비앤비 단 두 곳에서만 예약할 수 있다.

고미술 작품이 빼곡한 로비. 이곳에서 조식도 제공한다.ⓒ News1 윤슬빈 기자
달 항아리와 서예화. 모두 안영환 회장 소장품이다.ⓒ News1 윤슬빈 기자

호텔 앞,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종을 '딸랑' 울리자 개량 한복을 입은 직원이 나와 로비로 안내 한다. 웰컴티(환영 음료)는 오미자차. 직원은 체크인(입실) 수속과 함께 호텔에 관련해 간단한 안내를 해준다.

로비는 특급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샹들리에' 같은 휘황찬란한 장식은 없지만, 어딘가 강직함과 견고함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압도한다.

진한 나무색으로 서까래가 훤히 드러나는 한옥 내부에 한 번, 서예 작품과 달항아리를 비롯해 빼곡하게 자리한 고미술 작품들에 또 한 번, 절로 겸손해지는 기분이다.

안영환 락고재 회장의 소장품들ⓒ News1 윤슬빈 기자
부용정 객실에 걸린 영조 친필

◇ 남다른 디테일…눈길 닿는 곳마다 힐링 안영환 락고재 회장은 가장 전통적이고 고급스러운 한옥을 완성하기 위해 순수 우리의 자재와 건축기법을 고집했다. 목재는 100% 국산 울진 소나무를 석재는 정으로 쪼은 밭돌을 사용했고 기와는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해 '색이 바랜 기와'를 일부러 공수했다.

모든 객실은 고미술 박물관, 갤러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텔 내·외부는 안영환 회장의 소장품 컬렉션이나 다름없다.

숙소 내부는 도자기, 그림, 서예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외부엔 무인석 등 안 회장이 직접 수집한 고미술품이 보란 듯이 자리해 있다. 락고재는 수집한 고미술품을 따로 모아 호텔 인근 부지에 박물관을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호텔 담벼락을 따라 흐르는 개울과 맨발 황톳길

투숙객이 오롯이 한옥을 만끽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부분들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호텔 담벼락을 따라 '맨발 황톳길'을 조성했다. 황톳길 옆으로 걷기를 마친 후 발을 씻을 수 있는 개울도 흐른다. 황토로 만든 '찜질방'도 있다.

무엇보다 안영환 락고재 회장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차경'. 애초에 평평했던 부지를 한옥들이 서로의 차경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사로 만들었다. 나무는 여러 번 심고 뽑았다.

그 이유에서일까. 호텔 전체를 바라봤을 때 각 건물들의 기와 지붕의 추녀가 서로 겹치며 연결돼 자연스러운 풍경을 연출한다.

궁궐 양식에서 주로 쓰는 우물천장ⓒ News1 윤슬빈 기자

◇ 재벌·왕실이 선호하는 한옥 양식을 한눈에 "한옥 주인이 한옥에 크게 신경을 썼는지 파악하려면 세 가지를 보면 된다. 돈 많은집, 재벌들이 선호하는 것들이다." 안영환 락고재 회장이 일러준 세 가지는 천장, 지붕, 주춧돌이다.

첫 번째, 천장이다. 다른 한옥에서 보기 어려운 '체크' 무늬인데 이는 '우물(井)천장'으로 궁궐 양식에서 주로 채택하는 마감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에어컨, 전기 등 현대적인 설비를 한옥에 접목하는 데 용이하다고 한다.

담장에 그려진 기하학적인 무늬가 인상적이다ⓒ News1 윤슬빈 기자

두 번째는 지붕. 팔작(八作) 지붕이어야 한다. 한옥의 지붕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우리 건축의 특징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지붕 형태로 경복궁의 근정전과 경회루, 부석사 무량수전, 강릉 오죽헌 등에서 볼 수 있다.

팔작 지붕은 만드는데 은은한 맞배지붕에 비해 10% 정도 가격이 비싸고 부채꼴 모양으로 목재가 이어지는 '선자서까래'를 만들어야 하는데 10년 이상 경력의 목수만이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둥을 받쳐 놓은 주춧돌. 최근엔 잘 닦인 화강석을 주로 사용하지만, 하회마을 분위기에 맞춰 잘 닦여 있지 않은 자연석을 사용했다. 문경에서 밭돌을 정으로 쪼아 떼어 모양을 만들어 냈다.

‘왕의 정자’로 알려진 창덕궁 부용정을 본따서 만든 락고재 하회 기와 본관의 가장 특별한 객실인 부용정ⓒ News1 윤슬빈 기자
효명세자 민간의 사대부가를 모방하여 지은 건물 연경당과 낙선재를 본따 만든 VIP동ⓒ News1 윤슬빈 기자

여기에 더해 안 회장은 "20여 동의 한옥 중 민가 양식 이외에 색다른 한국 전통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궁궐 건축물 형태의 건물을 짓기 시작한다. 5채의 건축물은 창덕궁의 부용정, 관람정, 애련정, 연경당, 낙선재 등 궁궐의 전통 양식을 본 떠서 지었다.

건축물의 단청색은 다소 옅어 보인다. 이는 조선시대 양식인 진한 원색에 하얀색을 더해 보다 보편적인 취향에 맞도록 해석한 것이다.

필가봉 경관을 바라보는 슈페리어룸ⓒ News1 윤슬빈 기자

◇ 이야기가 있는 객실

호텔 예약에 재미 요소가 있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내엔 총 22개동, 20개 객실이 있고 유형은 8가지로 나뉜다. 저마다 '학업의 성취를 기원하는 방', '다산의 기운을 비는 방', '사대부의 위엄을 느끼는 방' 등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수험생들에게 추천되는 방은 '수페리어룸'. 호텔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독채로 이뤄진 5개 객실이다. 이들 객실에선 멀리 산봉우리들이 물결치듯 펼쳐진 '필가봉' 경관이 한눈에 담긴다. 본래 봉우리가 붓끝을 닮아 우뚝 솟아 학업 성취의 기운을 품었다고 여겨진 '문필봉'에서 이름을 착안한 봉우리다.

프리미엄 스위트 객실 ⓒ News1 윤슬빈 기자
누마루와 편백나무 욕조가 있는 딜럭스 스위트 객실ⓒ News1 윤슬빈 기자

2세 계획이 있는 부부를 위한 방은 '부용정'이 있다. 호텔 초입, 연못 위에 고즈넉하게 띄어져 있는 부용정은 다른 객실과는 '프라이빗'을 보장한다. 우선, 작은 연못 다리를 건너야한다는 점에서 마을을 형성한 건물들과 거리감이 느껴진다. 연못 곳곳엔 다산을 상징하는 두꺼비와 거북이가 자리해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창덕궁 후원 낙선재와 연경당 두 건물을 본 따 만든 'VIP동'을 추천하고 있다.

모든 객실엔 TV가 없다. 락고재는 핸드폰 보관 서비스도 도입할지 고려 중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서다.

대신 객실에 커피 머신, 미니바가 있다. 미니바엔 컵라면, 허니버터 땅콩, 시트 마스크팩이 있는데 모두 무료다. 한국의 정 문화인 '덤'을 전하기 위해서다.

기와 지붕의 합각에 별자리 형상이 빛나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밤이 되면 락고재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락고재는 해, 달, 별을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우주관을 한옥에 담았는데 기와 지붕의 합각에 동그란 점들로 이뤄진 별자리 형상과 해와 달을 조명으로 새겼다. 건축물마다 모두 다른 12개 별자리로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락고재 하회 한옥호텔은 향후 전통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한국의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한복 대여, 지역 투어, 각종 하루 강좌(원데이 클래스)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 도입 계획도 갖고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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