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과 닮은 듯 다른 트럼프 대선 전략…이번에도 통할까
북한·러시아 등과의 외교성과 강조…유권자에겐 큰 비중 아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올해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 대선은 통상적으로 1년 여전부터 진행되는 장기 레이스로 평가되지만 이번엔 단기 레이스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 자리를 이어받으면서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전략은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상대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지난 2016년 대선을 떠올리게 만든다. 상대와 대선판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이 이번 선거에서도 유효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돌멩이 같은 바보', '원조 마르크스주의 지방 검사', 'IQ 낮은 사람' 등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또한 지난달 열린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선 "그는 인도인인가, 흑인인가?"라고 말해 해리스 대통령의 인종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책 홍보보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크루키드(Crooked·부정직한) 힐러리, 추잡한 여자(nasty woman)라고 부르며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냈던 모습과도 닮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당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그와는 다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애초에 그에 대한 비호감이 높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 공격이 통했을 수 있겠으나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정치 경험이 많지 않고 비호감도 클린턴 전 국무장관만큼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6년 대선 전 모닝컨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경우 흑인과 여성 지지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크게 앞섰으나 비호감도 측면에선 트럼프 58%, 클린턴 57%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공적인 업무에 사적인 이메일을 사용한 '이메일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그에 대한 불신과 비호감은 더 높아졌고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전국 투표에서 6584만 표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6297만 표)를 이겼으나 아이오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경합 주(州)를 내주면서 선거에서 패했다.
특히 1990년대부터 민주당의 지지율이 앞서 '블루월'(Blue Wall)이라 불리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을 내줬다는 점은 당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비호감도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과 다른 부분은 1기 행정부 시절 외교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신공격과 함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냈고 북한의 미사일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TV 토론에선 "3년 전 중국과 북한, 러시아가 나를 두려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이 선거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권자들의 관심은 외교 안보보다 경제에 더 초점에 맞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뿐 아니라 무당층 유권자들 모두 올해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그 뒤로 민주당 유권자는 △헬스케어 △낙태 △기후변화 및 환경 등을, 공화당 유권자는 △이민 △직업 △세금 등을 중요시 여겼다. 반면 외교 정책을 중요 이슈라 여기는 비율은 민주당 유권자는 1%, 공화당 유권자는 0%에 불과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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