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봉사갔다 '소방관' 됐다…"해외 재난현장 달려가고파"
[편집자주] 119안전센터 신고접수부터 화재진압과 수난구조, 응급이송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위기에 처한 현장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온 소방대원들을 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선 히어로(영웅)같은 역할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친근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생활인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소방관들을 만나봤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4년 넘게 머물면서 봉사활동을 한 소방관이 있다. 서울 용산소방서 임범준(35) 소방사 얘기다.
임 소방사는 대학 시절 교육봉사에서 보람을 느끼고, 해외에서도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군 복무 후 NGO(비정부기구)를 알게 됐고 '비전케어'라는 한국 안과 전문 NGO의 봉사단원으로 에티오피아에 처음 갔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첫 인상은 상상했던 아프리카와 많이 달랐다고 한다. 도로 포장도 잘 돼 있고 고층 건물도 많았다. 하지만 생활 환경은 달랐다. 일국의 수도인데도 전기나 물이 수시로 끊겼고 수도를 벗어나면 배관이 아예 연결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의료봉사를 위해 수술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하면 수천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부분 며칠전부터 수십킬로를 걸어와 예약을 하고 주변에서 노숙을 하다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임 소방사는 "지방에서 의료행위를 하려면 수술방이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전기나 물이 자주 끊기는 곳이 많았다"며 "쉽게 고칠 병도 치명적인 병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선 간단한 수술이지만 여기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되고 평생 못 고칠 병으로 알다가 수술을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며 "한국과 비교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임 소방사는 4년 4개월 동안 에티오피아에 머물면서 또 다른 꿈을 키웠다. 재난·재해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해외에서 봤던 수많은 사건·사고와 의료환자들을 보며 처음엔 간호사나 응급구조사를 떠올렸다. 그러나 주변에서 소방관이 되면 재난·재해 현장의 최일선에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응급구조 등에 특화된 일을 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고 곧바로 소방공무원의 길을 걷게 됐다.
무력함을 느끼는 시련도 있었다. 2022년부터 소방관으로서 삶을 시작한 임 소방사는 같은 해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일 이촌119안전센터에서 당번근무를 하고 있었다. 약 10시쯤 후착대로 현장에 출동해 5개월차 새내기 소방관으로서 선배들의 지시를 따라 열심히 현장대응을 했지만 밀려오는 무력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주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도 "내가 조금 더 능력있는 소방관이었다면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운 마음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임 소방관은 무사히 현장 대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도 했다. 그는 "땀에 젖은 방화복을 입고 소방차를 타 복귀하는 길이면 구조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지 못했더라도 '오늘도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화재안전교육을 하러 갔을 때 학생으로부터 받은 작은 그림 선물이 소방관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설명했다.
임 소방사는 해외 봉사 경험을 살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사건·사고와 의료 환자들을 많이 봐 해외 재난·재해 현장에서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다"며 "소방관으로서 해외 단체들과도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등 우리 소방조직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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