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바꿔 '서울 공화국' 벗어나면?…"출산율 OECD 평균 근접"
"수도권 집중 완화하면 출산율 1명대…강남 입학생 비율만 맞추자"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입시경쟁 과열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은이 교육문제까지 발 벗고 나선 것은 서울, 특히 강남3구에 집중된 교육열이 수도권 집중, 집값 상승, 저출산, 국가 성장 잠재력 약화로까지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한은의 제안은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거주지역 효과가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는 교육계의 오래된 숙제와도 맞물린다. 그러나 주요 대학이 단순히 지역별 학생수에 비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1은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나오게 된 현실과 기대 효과, 보완점 등을 5회로 나눠 점검한다.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는 더 이상 해 날 때 기다려 구조조정을 추진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젠 태풍만 아니면 날씨가 흐려도 지붕을 고쳐야 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난달 27일)
상위권 대학 입시를 '지역 비례제'로 전환하자는 한국은행의 제안은 20년 후 예고된 어두운 미래를 조금이라도 밝게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가 취업할 때쯤 한국 경제는 일본과 비슷한, 어쩌면 더 심각한 장기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 수 있다. 한은이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2050년대 우리 경제는 약 70% 확률로 역성장할 전망이다. 지금으로부터 25년 뒤 한국은 예전 같은 경제 규모를 유지하는 일조차 버거워진다는 의미다.
과도한 비관론이라 볼 수도 있지만, 지난해 기록한 합계 출산율(0.72명)을 보면 이내 수긍하게 된다. 이는 한 세대 인구가 3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는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세계 최저 출산율'이다.
이에 한은은 늘 관행적으로 반복하던 대책만 고수할 경우 20여년 후 파국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제·산업만 아니라 교육·지역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해 보지 않은 수단을 동원해야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무한 경쟁에 출산 포기…한 해 출생아 '1.1만명' 손실
한은이 지난해부터 발표한 저출산 관련 연구 결과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집약적인 경제 발전 과정에서 인구가 고도로 집중됐고, 이에 수도권에서는 무한 경쟁이, 지방에서는 청년 가뭄이 일상화됐다.
이에 한 해 1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태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청년들은 교육 기회나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지만, 오히려 지방에 머물렀을 때보다 수도권에서 아이를 덜 낳는다. 여기에 인구 밀도 상승으로 추가되는 출생아 손실을 합치면 연간 1만 1000명(2021년 기준)이라는 큰 숫자가 도출된다.
한은은 지난해 박사급 연구원 11명을 동원한 심층 연구에서 이같이 극심한 저출산을 어떻게 극복할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총 6가지 해법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방안은 '인구 집중 완화'로 지목됐다.
한국의 도시 인구 집중도(431.9)를 OECD 34개국 평균(95.3)으로 낮출 경우 출산율은 0.414명만큼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때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명을 넘어서며, OECD 평균에도 제법 근접한다.
◇"강남 입학 비율만 맞추자"…실현 가능성 상당
수도권 집중은 쉽게 개선할 수 없다는 통념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은은 이런 통념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법·제도를 고치지 않고 당장 인구 집중을 완화할 방법이 존재하며, 그중 하나가 지역 비례 선발이라고 제안했다.
국내 대학은 20년 전부터 지역 균형 선발제를 도입했다. 사실상 지역 비례 선발제를 소규모로 시작한 셈이다. 대학이 결단만 내리면 전형 인원을 확대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상당한 해법으로 평가된다.
처음부터 입학 정원을 지역 단위로 엄격하게 맞출 필요는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심포지엄에서 "서울 또는 강남 지역 입학생 비율이 학령 인구 비율의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로만 제도를 추진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사할 필요성이 줄어들면 인구 집중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강남 부동산에 대한 상시 초과 수요가 사라지면서 주택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도 예상된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실질 주택 가격이 2015년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될 경우 합계 출산율은 0.002명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초저출산은 결국 청년들이 체감하는 높은 경쟁 압력과 불안 때문"이라는 한은의 심층 연구 결론을 보면 공식으로 계산된 수치 이상의 효과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 사회는 예전부터 한국에 관성을 벗어난 창의적인 지역 개발 정책을 촉구했다. OECD는 지난 2022년 한국에 대한 지역 개발 정책 권고에서 "지역 소멸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기존 전략을 넘어서는 혁신적이고 창의적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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