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나오던 월가, 드디어 바뀐다...“최대 주 80시간 근무”
초과근무에 주당 100시간은 기본이고 주말도 없이 일하던 월가 은행들이 드디어 자사 근무행태에 대해 제대로 칼을 빼들었다. 한 달 전 월가의 근무 행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과도한 근무시간에 대해 강도높게 지적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로 대내외 비판이 일면서 생긴 거대한 파장이다.
11일(현지 시각) WSJ에 따르면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인 JP모건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자사의 근무 문화에 대한 전수 조사 이후 대책을 내놓았다. JP모건은 신입 은행원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완전히 못 박았으며, BoA는 신입 은행원이 자신의 근무시간에 대해 철저하게 보고하고 추가 근무를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WSJ는 지난 5월 35세의 젊은 은행원이 과도한 노동근무로 인한 급성 관상동맥 혈전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12일 월가의 조직 및 근무 문화에 대한 기사를 냈다. 매체는 30명 이상의 전현직 월가 은행원들의 대화를 기반으로, 표면적으로만 근무시간에 대한 제한이 있는 월가의 근무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간 월가에서는 초과근무가 당연했다. 젊은 직원들은 아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신입연봉이 20만달러(약 2억7400만원)에 이르는 은행권에서 상사의 명령에 대한 복종은 업계의 표준이다. 그러나 월가의 근무시간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였다. 실제로 올해 과로사 전에도 2013년 8월에는 고작 21세였던 BoA 런던지사 인턴이 3일 연속 밤샘 근무를 한 후 집에서 샤워를 하다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직원들이 병을 얻고 과로사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월가에서는 신입직원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일었고 2014년쯤 부터는 근무시간을 기록하고 주말을 보호하는 ‘보호 주말’ 정책도 생겼다. 10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에는 인사부에 보고해야하고 그들에게 강제휴가를 주는 내용이었다. 이는 BoA와 JP모건 외에도 골드만삭스 등 여러 은행들이 함께 시행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껍데기에 불과한 정책이었다.
사실 월가에서는 신입들의 근무시간을 두고 수십년간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보호 주말 등의 정책이 있어도 고위 직원들은 이를 따를 생각이 없었다. 고위 직원들은자신들도 신입때 똑같이 교육받았으며 높은 연봉을 받는 만큼 강도 높게 일하는게 당연하다는 의견, 이러한 근무 형태를 알면서도 월가 은행에 지원한 것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장시간 근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힘을 얻어왔고 결국 조직문화 개편으로 이어진 것이다.
JP모건의 주당 근무 시간 제한은 기업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JP모건의 신입 직원들은 주 80시간 근무 제한에 따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6일간 일하게 된다. 또는 일 근무 시간을 줄이고 7일 연속으로 하루 11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이는 주 50에서 60시간 정도 일하는 다른 직군에 비하면 여전히 근무강도가 높은 편이지만, 월가의 신입직원들이 평소 일하는 양에 비하면 굉장히 적어진 편이다. 젊은 직원들은 주 6일 근무에 일평균 12시간 이상씩 일을 하고, 중요한 계약이 있을 경우 주 120시간 이상을 투자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BoA에서 일어난 과로사 추정 사망사건을 두고 월가의 은행이 무엇이 달라져야 할지 직원들에게 물었고, 그의 문제의식으로 결국 은행가의 고위 직군들은 최근 몇주동안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 전달했다.
사망사건이 일어난 BoA도 회사 직원들의 근무시간 제한책을 추가적으로 마련했다. 이미 BoA에는 신입직원들이 일정시간 이상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제한해왔지만 고위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실제 보다 더 짧게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유명무실했다. 새로운 근무시간 제한 프로그램은 기존의 주 단위가 아닌 매일 근무시간을 기록하도록 되어있으며 그들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어떤 상사가 그의 업무를 감독하고 있는지까지 자세하게 기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사는 신입의 근무 시간과 업무량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새로운 정책은 곧바로 차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WSJ는 “월가가 드디어 조직 문화 개편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이 같은 추가 규정이 지난 5월 BoA의 과로사 직원이 사망하기 이전부터 개발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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