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상자산 전용 회계처리 기준 마련해야” 딜로이트안진 김경호 디지털자산센터장
최근 국내서도 디지털자산이 잇달아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습니다. 그간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전통 금융산업에 머물러 있던 금융기관이 이제는 크립토(가상자산) 산업을 이해하고,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중요한 변곡점을 맞은 셈입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김경호(48) 디지털자산센터장은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지난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금융기관 움직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딜로이트 안진은 지난 4월 가상자산·토큰증권 등 디지털자산 산업 제도화에 대응해 디지털자산센터를 설립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대표적 디지털자산인 가상자산은 올해부터 법 테두리 안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됐다. 위탁 가상자산 취득 경로부터 처분 내역까지 주석을 통해 상세히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생겼다. 올 1분기 보고서부터 가상자산을 발행·보유한 상장사와 외부감사 대상에 오른 가상자산사업자는 보유 가상자산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토큰증권 법제화도 다시 추진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증권사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토큰증권 발행 후 회계처리와 공시, 외부감사 대응이나 내부통제 구축에 관한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
디지털자산센터는 기업들의 디지털자산 회계처리와 세무 문제, 감사 대응 등을 지원한다. 디지털자산과 관련한 기업 내부 통제 구축, 리스크 관리 전략 수립,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 센터장은 2005년 딜로이트안진에 입사해 20년 넘게 금융감사본부에서 금융 감사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전세계 딜로이트 글로벌 소속 가상자산 전문가로 구성된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글로벌 위원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회계기준원 등 유관기관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여러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다. 다음은 김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디지털자산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20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감사 수임을 준비하며 크립토 산업에 대해 공부를 했었다. 이 과정에서 크립토 산업이 낯설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기존 전통적인 금융 산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상자산이 금융자산은 아니지만, 많은 기업과 개인이 이를 마치 금융자산처럼 투자 대상으로 삼고 거래하며, 실제로 자본 조달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크립토 산업의 성장과 투자 규모에 비해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여러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 금융산업은 강력한 규제를 통한 매우 보수적인 산업이다. 가상자산 관련 산업 역시 더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문의가 많은 부분은.
“금융기관에선 토큰증권 발행(STO)과 관련된 서비스 문의가 주를 이룬다. 디지털자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에선 관련 회계처리에 대한 질문도 많이 오고 있다. 최근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거래소와 각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코인 재단과 법 시행 리스크와 대응 방안에 대한 상담도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자산을 다루는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토큰증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된다. 이에 대한 감사 절차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감사인의 감사 절차에 대한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이 외에도 토큰증권의 가치 평가, 토큰증권의 발행 구조, 관련된 세무적 이슈, 그리고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신원확인(KYC) 등에 대한 내부 프로세스 및 시스템 준비를 갖춰야 한다.
거래소의 경우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다양한 측면에서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는 장치와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고객 자산의 안전한 보관, 자금세탁방지와 고객신원확인 절차의 강화, 정보 공개 및 투명성 요구 등엄격한 규제가 수반된다. 규제 준수를 위해 내부 프로세스 및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고, 추가적인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처리 과정에선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은 기업들이 일관된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다만 가상자산과 관련된 새로운 기준서가 아닌 기존의 회계기준을 이용하기에 때에 따라서는 회계처리에 있어 경영진의 많은 판단이 요구될 수 있다.
특히 가상자산을 발행한 회사의 경우 어느 시점에 수익을 인식할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수익 인식 기준서에 따라 발행회사가 토큰과 관련된 수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제공받은 대가를 부채로 인식한다. 이후 의무를 이행하는 시점에 수익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서 상의 내용을 이해하고 실제 사례에 접목해서 수익을 인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에 대한 부분도 존재한다. 주식 시장과 달리 24시간 거래되고, 거래소 역시 단일 거래소가 아닌 수많은 거래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동안의 전통 금융상품의 공정가치 평가와는 달리 별도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에 대한 파생 거래를 할 경우, 상품 평가의 기초가 되는 공정가치의 값을 어떻게 매길 것인가 등이다.”
─가상자산 회계처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상자산 회계처리에는 가상자산에 적합한 기준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상자산 전용 회계처리 기준이 아직 없고, 산업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많은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적절한 회계처리로 인한 위험성, 비효과적인 내부통제 구축, 관련 규제기관의 요구사항 미충족, 디지털자산의 부적절한 사용 등이다.
다만 가상자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새로운 개념과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어 이를 정리해 기준서에 담는다는 건 매우 어렵다. 따라서 기존 회계기준을 이용한다면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해석서 등을 꾸준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디지털자산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공화당이 더 크립토 친화적이다’, ‘민주당도 입장이 바뀌고 있다’ 등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11월 미국 대선은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디지털자산 및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의 지속성 여부다. 예를 들어, 대선 결과에 따라 투자자 보호와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규제가 지속될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정부에서 완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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