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 플레저와 설탕세 규제, 無칼로리·슈거·알코올 푸드 가속
# 미국 코카콜라 컴퍼니(이하 코카콜라)는 지난 7월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코카콜라 제로 슈거의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코카콜라 음료 판매량 증가율은 2%였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제로가 코카콜라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펩시코의 다이어트 마운틴듀가 화제가 됐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공화당 후보인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 의원 모두 이 음료의 광팬을 자처한다. 마운틴듀는 대선 격전지로 떠오른 중서부 서민층에게 특히 인기 있는 음료다. 두 부통령 후보 모두 칼로리가 제로(360mL 기준)인 다이어트 버전을 마시는 것도 공통점이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포함한 인공감미료의 건강 위험 우려를 제기한 지 약 1년이 지난 후에, 이 같은 흥미로운 공통점이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슈거(당분), 칼로리(열량), 알코올 제로를 내세운, 이른바 제로 식품 열풍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슈거나 칼로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탄산음료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17.5%에서 2023년 20.9%로 상승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6.9%에서 31.2%로 급격히 올랐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탄산음료 매출액 중 제로 음료 판매 비중은 2022년 32.0%에서 2023년 41.3%로 증가했다. 올해 1~4월에는 제로 탄산음료 판매 비중이 52.3%로 절반을 넘었다. GS25가 판매하는 제로 탄산음료의 종류는 2020년 3종에서 올해 61종으로 20배가량 늘었다.
주류 시장에서는 알코올 함량을 확 낮추거나 뺀 ‘놀로(NoLo·No and Low)’가 트렌드다.가츠키 아츠시 아사히그룹 CEO는 지난 4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무알코올·저알코올(3.5% 이하) 음료의 판매 비중을 작년 10%에서 2030년 20%로 늘리겠다”며 “이르면 2040년, 또는 2050년까지 그 비율을 절반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술을 이전 세대만큼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포트만그룹의 올해 초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내 18~24세의 44%는 가끔 또는 정기적으로 알코올 대체 음료를 마신다. 2022년 31% 대비 1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제로 알코올 맥주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 규모가 340억달러로 2025년 4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조선’은 식음료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는 칼로리, 슈거, 알코올 제로 식음료 산업을 국내외 기업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봤다.
설탕세·헬시 플레저가 확산 배경
제로 식품의 성장 배경은 비만과 당뇨병 환자를 줄이기 위한 설탕세 같은 규제 도입,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즐거운 건강 관리) 트렌드가 꼽힌다. WHO는 2016년 “설탕을 넣은 상품에 값의 20%만큼 세금을 매기라”며 설탕세 도입을 각국에 공식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설탕세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설탕 소비량이 많은 미국, 멕시코, 영국, 프랑스 등이 설탕세를 부과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설탕세 도입국이 2000년 17개국에 불과했지만 2023년 117개국으로 급증했다. 노승구 대상 소재BU 알룰로스 팀장은 “설탕세 영향으로 대체 소재 개발과 이를 활용한 신제품 출시가 이뤄졌고, 이것이 결국 소비자의 기호도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건강을 추구하는 동시에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는 헬시 플레저가 MZ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것도 배경이다. 과거의 일반적인 건강 관리는 식단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힘든 운동을 억지로 하는 등 고통을 감내하는 식이었지만, 헬시 플레저는 보다 즐겁고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한다. 맛있는 걸 먹으면서 다이어트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최대한 칼로리가 낮거나 설탕이 적은 대체 음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식품 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뜨는 ‘제로’
지난 6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식품대전’. 부스마다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를 키워드로 내세우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실제 탄산음료에서부터 흥행을 시작한 제로 푸드는 빠른 속도로 다양화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에선 롯데 죠스바·스크류바(제로 칼로리), 빙그레 더위사냥·싱귤탱귤(제로 슈거) 등 제로 아이스크림이 출시됐다. 옥수수 통조림(동원 저스트 노 슈가 스위트콘), 팝콘(롯데시네마 제로 슈거 팝콘), 간편식(GS25 제로밥상 최강제육덮밥), 커피믹스(남양 제로 슈거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소주(롯데 제로 슈거 새로), 요구르트(빙그레 제로 슈거 요플레), 숙취 해소 음료(삼양사 상쾌환 부스터 제로 칼로리) 등도 제로 버전이 나왔다. 빽다방(제로 슈거 과일 블렌딩 티), 이디야(제로 슈거 아이스티, 제로 슈거 아샷추), 메가커피(제로 슈거 복숭아 아이스티) 등 커피 전문점도 제로 음료를 속속 출시했다. 일명 ‘로 스펙 푸드’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21년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 제로 슈거’를 출시한 이후 ‘탐스 제로’ ‘핫식스 제로’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제로 탄산음료 매출을 2021년 890억원에서 2023년 2730억원으로 늘렸다. ‘제로’에서 성장 엔진을 찾은 것이다.
감미료 업체들 선점 경쟁 가열
제로 음료는 혈당 수치를 올리는 설탕 대신 아스파탐, 알룰로스, 아세설팜칼륨 등 대체 감미료(대체당)를 이용하는데, 이런 대체당을 생산하는 기업도 제로 카테고리에서 매출 상승효과를 보고 있다. 서울국제식품대전에서 인기를 끈 삼양사 부스엔 무화과 등에 희소하게 존재하는 당류에서 얻는 알룰로스를 적용해 성공한 식음료가 전시됐다. 삼양사는 2016년 자체 효소 기반의 액상 감미료 알룰로스를 개발했고, 알룰로스 매출액은 2020년 약 20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을 넘어섰다. 삼양그룹은 올해 울산에 알룰로스 생산 신공장을, 대상은 지난해 군산에 알룰로스 전용 생산 시설을 각각 마련했다.
하지만 대체 감미료를 두고 △발암물질 가능성, △장기적으로 단맛에 내성이 생겨 더 단 식품을 찾게 되는 ‘당 중독’ 위험, △과다 섭취 시 설사와 복부 팽만 부작용 등 우려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웰푸드와 빙그레가 제로 칼로리 제품에 ‘과다 섭취 부작용 주의’ 안내 문구를 표기한 이유다.
제로 마케팅 과잉 논란도 나온다. 제로 상표를 붙인 상품이 제로 슈거인지, 제로 칼로리인지, 기존 제품 대비 얼마나 건강에 도움을 주는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알코올 1% 미만 ‘비알코올’ 맥주는 ‘0.0’으로 표기되고, 알코올 0%인 무알코올 맥주는 ‘0.00’으로 표기되는 것도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2026년 1월부터 슈거 대신 대체 감미료를 쓴 식품에 ‘제로 슈거’ ‘무당’ ‘무가당’ 등의 표기를 강조한 경우 열량 정보를 함께 표기하도록 지난 7월 관련 표기 기준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정한 배경이다.
Plus Point
WHO, 대체 감미료 발암 위험 가능성 경고
지난해 7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분류군인 2B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IARC는 인체 발암 위험이 있는 물질을 ‘그룹1’ ‘그룹2A’ ‘그룹2B’ ‘그룹3’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1군은 ‘인체 발암 확인 물질’로 술·담배와 석면, 가공육 등이 들어간다. 2A군은 ‘인체 발암 추정 물질’ 로 고온 조리에서 발생하는 연기, 붉은 고기,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 등이 들어간다. 2B군은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김치·피클 등 채소 절임, 휴대용 전자 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내연기관 배출 연기 등이 속한다. 3군은 발암성 여부가 미분류된 물질로, 프린트용 잉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WHO가 제시하는 아스파탐 하루 섭취 허용량은 체중 1㎏당 40㎎이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을 고려하면, 성인이 하루에 제로 슈거 탄산음료 250mL 55캔 이상, 막걸리 750mL 33병 이상을 마시지 않으면 하루 섭취 허용량 이내다. 다만 WHO는 아스파탐의 발암 관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밝혔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이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동 산하 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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