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지금’도 ‘유리몸’인 글래스노우..다저스의 거액 투자, 과연 옳았을까[슬로우볼]

안형준 2024. 9.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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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올해도 결국 다르지 않았다. 글래스노우는 또 일찍 시즌을 마쳤다.

LA 다저스는 9월 17일(한국시간)까지 시즌 89승 61패를 기록했다. 시즌 승률은 0.593.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굳게 지키고 있고 2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승차는 3.5경기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채 2주도 남지 않은 만큼 지구 우승이 유력하다(이하 기록 9/17 기준).

지구 우승을 앞두고 있고 월드시리즈 정상을 노리고 있지만 다저스는 놀랍게도 규정이닝을 충족시킨 선발투수가 단 한 명도 없다. 10승 고지를 밟은 선발은 단 한 명, 가빈 스톤(25G 140.1IP, 11-5, ERA 3.53) 뿐. 9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발도 단 두 명 뿐이다.

스톤 외에 한 명은 바로 타일러 글래스노우. 글래스노우는 올시즌 22경기에 선발등판해 134이닝을 투구했고 9승 6패,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했다. 그리고 글래스노우는 8월 중순 이미 시즌을 마쳤다. 우측 팔꿈치 염증 때문이다. 글래스노우는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시즌아웃이다.

글래스노우는 올시즌에 앞서 다저스가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다. FA 시장에서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12년 3억2,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다저스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글래스노우도 품었다. 다저스는 2024시즌 종료 후 FA가 될 글래스노우를 영입하며 탬파베이 레이스에 'TOP 100' 투수 유망주인 라이언 페피엇, 외야수 조니 데루카를 내줬다.

오타니와 합의한 '역대급 꼼수'인 6억8,000만 달러 디퍼로 자금 운용에 여유가 생긴 다저스는 글래스노우와 2024시즌부터 시작되는 5년 1억3,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다. 1993년생으로 계약 당시 30세였던 글래스노우는 초고액 연봉자로 35세가 될 때까지 다저스에 머물게 됐다. 글래스노우는 내년부터 4년 동안 매년 3,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오타니는 마치 블랙홀처럼 오프시즌의 모든 이슈를 흡수했고 글래스노우의 연장계약은 '오타니와 함께할 또 한 명의 에이스가 합류한 것'으로 관심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다저스가 '오타니+@'를 품었다는 사실만 강조됐을 뿐, 계약의 위험요소는 모두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글래스노우는 정확히 리스크대로 움직이고 있다. 사실 글래스노우는 연평균 3,000만 달러 이상의 초고액 연봉을 받을만한 커리어를 쌓은 투수가 아니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지명된 글래스노우는 2016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2018시즌 도중 크리스 아처와 트레이드로 탬파베이로 이적했다. TOP 100 유망주였지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2018시즌까지 데뷔 첫 3년 동안 빅리그에서 기록한 성적은 67경기 197이닝, 4승 16패, 평균자책점 5.35였다.

2019년 12경기 60.2이닝, 6승 1패, 평균자책점 1.78로 성장한 모습을 보였던 글래스노우는 2020년 단축시즌 11경기 57.1이닝, 5승 1패, 평균자책점 4.08로 다시 퇴보했다. 그리고 2021시즌 14경기 88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활약했고 지난해에는 21경기 120이닝을 투구하며 10승 7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2016년 데뷔한 글래스노우가 2023년까지 데뷔 첫 8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127경기 529.2이닝, 30승 27패, 평균자책점 3.89. 8년간 연평균 약 66이닝을 소화했다. 매 시즌 부상에 시달린 덕분이었다.

데뷔시즌부터 팔뚝 부상을 당한 글래스노우는 2019년에도 팔 문제로 장기 결장했고 2021시즌에는 팔꿈치 부상을 당해 토미존 수술을 받아 2022시즌 막바지에야 복귀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사근 부상으로 약 두 달을 결장했다. 올해도 팔꿈치 문제로 시즌을 한 달 반이나 일찍 마쳤다. 이번 시즌아웃 부상 전에도 7월 잠시 허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다.

올해 소화한 134이닝은 글래스노우의 빅리그 한 시즌 최다 이닝이다. 올시즌 이전까지는 지난해 던진 120이닝이 최다였고 시즌 100이닝 이상을 투구한 것도 올시즌을 포함해 빅리그 커리어 9년 중 단 3번 뿐이었다. 심지어 단축시즌에도 57.1이닝을 투구해 규정이닝(60이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빠르고 강력한 공을 던지는 투수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글래스노우는 냉정히 '규정이닝 충족은 커녕 규정이닝에 근접조차 해보지 못한 30대 투수'에 불과했다. 그런 글래스노우에게 다저스는 엄청난 거액을 투자했다.

다저스는 최근 선발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깊은 팀이다. 다저스는 지난해에도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워커 뷸러의 기량이 하락하고 훌리오 우리아스가 경기 외적인 문제로 논란을 일으켜 팀을 떠난 뒤 이닝을 제대로 책임져 줄 투수가 사라진 다저스였다.

그런 상황에서 다저스는 팔꿈치에 사실상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인 오타니와 검증되지 않은 야마모토, 그리고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대표하는 '유리몸'인 글래스노우로 마운드를 보강했다. 지난해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올해 마운드에 오를 수 없고 야마모토는 데뷔시즌부터 장기 부상을 경험하며 시즌을 절반 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글래스노우는 '늘 하던대로' 부상을 당했다.

사이영 컨텐더급 퍼포먼스를 보여준 시즌은 사실상 본인이 스스로 이물질 사용을 시인했던 2021년 한 시즌 뿐이었지만 그래도 글래스노우가 건강하다면 에이스급 투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건강하다면'의 조건이 글래스노우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충족시키기 힘든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는 점도 분명해보인다.

글래스노우(Glosnow)는 비록 'Glass'가 아닌 'Glas'지만 늘 한결같이 '지금(now)'도 변함없이 '유리몸'이라는 점에서 정말 절묘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로테이션 고민으로 올시즌 16명의 선발투수를 기용한 다저스는 결국 글래스노우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됐다. 입단 첫 해부터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 글래스노우의 계약은 결국 향후 다저스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타일러 글래스노우)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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