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계륵'된 인텔…양치기 CEO부터 문제
PC에서 중앙 AI플랫폼 사업자로 넘어간 컴퓨터 트랜드 외면하고 삼성전자 TSMC 버티는 제조분야 넘봤던 오판
워싱턴 정가는 11월 대선 앞두고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등 캐스팅 보트 쥔 중부 유권자들 눈치에 일단 추가지원
[편집자주] 천조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오늘의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마케팅과 재무 출신 CEO들이 자리를 꿰찼던 회사에서 2009년 쫓겨났던 그는 12년 만에 금의환향해서는 기술혁신과 제조부활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는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제조부문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고,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혀 투자금을 모았다. 삼성전자나 TSMC가 가져간 파운드리 분야를 육성해 패권을 되찾겠다는 계획이었고, CEO로서 첫 분기에 전분기 대비 70억 달러가 많은 197억 달러의 매출을 보고하면서 일각의 비판을 일소했다.
하지만 그건 마치 행운처럼 우연히 찾아온 컨벤션 효과에 지나지 않았다. 칩 설계 역량에 비해 제조역량이 삼성 등에 뒤떨어지던 인텔이 뒤늦게 막대한 투자비로 공장을 만든다고 해서 주문이 늘어나고 수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짝 늘어났던 매출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생겨난 이상현상이었다. 집에 틀어박히게 된 소비자들이 PC를 갑자기 바꾸느라 수요가 잠시 늘어났던 것이다.
인텔은 미국 내 애리조나와 오리건, 오하이오 등에 공장을 짓느라 정부 보조금 85억 달러를 미리 받았다. 하지만 성과는 저조하고 공장을 미처 다 짓지도 못한 상태다. 게다가 월가 사모펀드들의 돈으로 짓던 독일 파운드리와 프랑스 연구센터, 이탈리아 공장은 사실상 포기했다. 이들에게 진 빚을 갚으려면 파운드리 사업 자체의 매각이 답인데, 사줄 기업이나 투입비용대비 매각대금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CPU는 AMD에 밀리고, 데이터 저장에 필요한 칩은 삼성전자와 TSMC가 더 싸고 완벽하게 뽑아낸다. 오픈AI나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등이 필요로 하는 AI칩은 엔비디아에 현저히 압도당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정치권의 관심은 당장은 11월 대선에 쏠려있다. 미중 통상분쟁을 맞아 인플레이션 방지법을 만들고 제조 공장의 유턴을 주도한 현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당장 인텔의 실패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인텔은 이번에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정부로부터 추가 보조금 30억 달러를 받았고, 아마존과의 AI칩 제조에 관해 협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 배경에는 현 정부의 울며 겨자먹기식 지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인텔도 대선 격전지로 꼽히는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등의 국내 공장건설은 계획보다 늦어질 지언정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관련주 유권자들의 민심이 11월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에 일단 세웠던 투자와 가동계획은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에 인텔이 이들 공장을 포함한 파운드리 사업부를 그대로 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매무새를 다듬어 매각하거나 상장 후 새로운 투자자를 영입하지 않는 한 독립적인 전제에서 회생 가능성은 낮을 거라는 분석이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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