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시리아 헤즈볼라 호출기 동시 폭발…"최소 8명 사망, 2750명 부상"(종합)

박준호 기자 2024. 9. 18.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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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파르 킬라=AP/뉴시스] 지난 4월18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과의 접경 마을인 크라프 킬라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집 앞을 지나고 있다. 2024.09.18.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17일(현지시각) 레바논과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수백 대의 무선 호출기가 거의 동시에 폭발하면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대원과 소녀를 포함한 최소 8명이 사망하고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가 부상을 입었다고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 관계자가 밝혔다.

익명을 조건으로 말한 헤즈볼라 관계자는 AP에 호출기가 폭발하면서 레바논의 여러 지역에서 수백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 중에는 헤즈볼라 구성원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헤즈볼라 전투원도 시리아에서 그들이 휴대하던 호출기가 폭발하면서 부상을 입었으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레바논 국경을 가로질러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정교한 원격 공격으로 2700명 이상 부상을 입은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으나, 이스라엘 군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폭발 사건 직후 성명을 넀지만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고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다.

헤즈볼라는 성명애서 "2024년 9월17일 오후 3시30분께 '페이저(무선 호출기)'로 알려진 여러 개의 메시지 수신 장치가 폭발했다. 이 장치는 다양한 헤즈볼라 부대와 기관의 여러 근로자가 소유하고 있었다"며 "아직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러한 폭발로 인해 한 소녀와 두 형제가 순교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대원의 10세 딸이 이날 호출기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고 유족 측이 전했다. 당시 소녀는 레바논 베카 밸리에서 아버지 옆에 있을 때 호출기가 폭발하면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한 헤즈볼라 관계자는 AP에 이 단체가 사용하는 새로운 브랜드의 호출기가 먼저 가열된 다음 폭발해 최소 2명의 전투원이 사망하고 다른 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최소 8명이 사망하고 2750명이 부상당했으며 그 중 200명이 중태라고 발표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대사가 경미한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보도한 또 다른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아마니 대사가 호출기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소셜 미디어와 현지 언론에 유포된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사진과 영상에는 사람들이 손이나 바지 주머니 부근에 상처를 입은 채 도로에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이전에 이 단체 대원들에게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말 것을 경고하면서 이스라엘이 이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표적 공격을 수행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모든 병원에 응급 환자를 수용할 준비를 갖추고 호출기를 소유한 사람들은 호출기를 가까이 두지 않도록 권고했다. 또한 의료진에게 무선 장치 사용을 피하라고 요청했다.

AP는 현지 병원의 응급실이 환자로 과밀화 상태이며, 많은 환자가 사지에 부상을 입었고 일부는 중태라고 보도했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레바논 남부, 동부 베카 밸리,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병원이 사람들에게 모든 유형의 혈액을 기증해 줄 것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 지역들은 모두 헤즈볼라가 강력한 입지를 굳힌 곳이다.

NNA통신은 베이루트 남부 교외와 다른 지역에서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무선호출기 시스템이 폭발했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한 AP 인터뷰에서 이번 폭발은 "장치(호출기)를 표적으로 삼은 보안 작전"의 결과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적(이스라엘)이 이 보안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헤즈볼라 구성원들이 휴대하던 새로운 호출기에는 폭발한 리튬 배터리가 들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리튬 배터리는 과열되면 연기가 나고 녹으며 심지어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충전식 리튬 배터리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전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자 제품에 사용된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최대 590℃까지 타오를 수 있다.

이번 호출기 폭발 사건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의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발생했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 헤즈볼라 동맹인 하마스 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11개월 이상 거의 매일 충돌해 왔다.

이 충돌로 인해 레바논에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이스라엘에서 수십 명이 사망했으며 국경 양쪽에서 수만 명이 이주했다. 이스라엘은 17일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북부에서 헤즈볼라의 공격을 중단하는 것이 이제 공식적인 전쟁 목표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폭발물이 달린 휴대전화를 이용해 하마스 무장세력을 사살한 적이 있으며, 2010년 이란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 공격의 배후는 이스라엘이라고 보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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