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형 진짜 울던데요" 감성 폭발 유격수에 김도영도 깨달았다 "정규 우승 정말 대단한 거구나" [인천 현장]
KIA는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SSG 랜더스에 0-2로 패했다.
이로써 KIA는 83승 2무 52패를 기록했으나, 한발 앞서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4-8로 패배하면서 매직넘버가 소멸했다. 75승 2무 60패가 된 삼성은 남은 7경기를 모두 이겨도 KIA와 8경기 차를 뒤집을 수 없다.
KIA 경기가 끝나기에 앞서 우승이 확정된 탓에 삼성의 패배 소식을 미리 접한 관중석의 KIA 팬들은 환호했다. 우승 후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은 "경기 전에는 두산-삼성전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가 이겨서 우승하자고 했다. 클리닝 타임까진 아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가 잘 안 풀려서 후반 가서는 두산-삼성 경기를 보게 된 것 같다. 두산 경기가 끝나니까 다들 안에서 정말 기뻐했다. (최)형우 선배가 들어올 때도 다들 홈런 친 것처럼 반겼다"고 우승 순간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도영 개인에게는 프로 3년 차 만에 맞이한 첫 정규시즌 우승이다. 그런 만큼 얼떨떨했지만, 우승의 소중함을 아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차츰 실감했다. 그중에서도 박찬호의 역할이 지대했다. 박찬호는 전날(16일) 수원 KT전 승리 이후 매직넘버 1이 남았다는 소리에 "울컥했다"고 말한 감성 넘치는 선수. 이날도 김도영이 본 유일한 울보였다.
김도영은 "아직 (우승이) 실감 안 나는데 주위 형들 반응 보니까 정말 대단한 거라 느꼈다. 신기하고 나도 기분 좋다"며 "형들 반응이 정말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기뻐하면서도 벅차 했다. 그런 모습이 신기했다. 그중에서도 (박)찬호 형이 제일 기억 난다. 찬호 형이 경기 끝나기 전부터 계속 눈물 날 것 같다고 했다. 나보고는 '눈물 나면 같이 울어줘야 해?'라고 했다. 그런데 진짜 울었다. 그걸 보고 '아 우승이 정말 어려운 거구나'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KIA는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한 듯 보이나, 어려움도 많았다. 강점이라 생각했던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이 시즌 말미에는 양현종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2위의 맹추격이 있을 때마다 승리하면서 1위 자리를 단 11일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에 김도영은 "시즌 치르면서 힘들 때가 많았다. 예전에 5위 할 때보다 오히려 1위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정말 힘들어서 압박감도 받았다"며 "1위란 확실히 무겁다고 느꼈고 중요한 경기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 경기들을 극복하면서 이겨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강팀들에 강한 게 좋았다"고 답했다.
강팀에 강한 이유로는 선배들의 존재를 꼽았다. 김도영은 "우리 팀에는 베테랑이 정말 많다. 선배님들이 다 해결해 주셔서 편했던 것 같다"며 "(최)형우 선배가 안 계실 때 LG전 스윕이 가장 짜릿했던 것 같다. 형우 선배도 선수들에게 고마워하셔서 그게 기억에 남는다. 그 시리즈로 우승까지 한 발짝 더 가까이 간 것 같다"고 전했다.
김도영에게는 첫해 와일드카드전 진출 이후 첫 가을야구다. 당시 김도영은 엔트리에는 들었으나, 출전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도움이 됐다.
김도영은 "그때는 확실히 호텔에서 나올 때부터 느낌이 달랐다. 나오자마자 카메라가 있었고 안타 하나만 쳐도 팬들이 열광해서 포스트시즌에서는 안타 하나 치기 어렵겠다 싶었다. 그때 대주자로도 나가고 싶었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때의 경험들이 올해 잘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올해 KIA 정규시즌 1위에 있어 김도영의 존재는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34경기 타율 0.344(517타수 178안타) 37홈런 105타점 134득점 39도루, 출루율 0.417 장타율 0.646 OPS 1.063을 기록하며 MVP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NC 다이노스의 카일 하트와 정규시즌 MVP를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첫 수상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도영은 "팀이 우승한 해에 MVP도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즌이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보니 욕심이 난다. 시즌 끝날 때까지 꾸준히 좋은 기록을 유지하는 동기부여도 될 것 같다"며 "안 다치고 풀타임을 치른 시즌에 KIA가 우승도 하고 KBO 리그도 흥행해서 배로 기쁘다. 앞으로 조금 더 1위에서 계속 머물고 싶고, 내가 KIA에 머무는 한 왕조를 세워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면 정규 시즌 우승이 의미가 덜할 것 같다. 꼭 한국시리즈도 우승할 수 있도록 마음을 더 단단히 먹고 내가 했던 루틴을 준비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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