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인사 레이스 개막…누가 남고, 누가 떠나나
'역대급' 실적에도 변수多…5대 은행장 연임 여부 시선 쏠려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국내 주요 은행의 은행장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되는 가운데 차기 행장 선출 레이스가 개막했다. 올해부터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승계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늦어도 올 추석 이후엔 후보 선출을 위한 위원회가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 절차는 현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진행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그동안 관행이었던 2개월 간의 경영승계작업을 1개월 늘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일부 은행들은 차기 행장 선임 작업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으며, 아직 승계 절차에 돌입하지 않은 은행들도 추석 이후부터는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가장 먼저 차기 행장의 윤곽이 드러난 곳은 SC제일은행이다.
지난 6일 SC제일은행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광희 현 기업금융그룹장(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 부행장은 오는 27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친 뒤 차기 행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내년 1월 8일부터 3년간이다.
Sh수협은행도 이미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Sh수협은행은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고 공모 절차를 진행해 지난 5일 강 행장이 포함된 롱리스트 6명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강신숙 현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최대 실적을 거두며 수협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만큼 연임에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강 행장의 임기 첫 해였던 지난해 수협은행의 연간 당기순이익으로 3035억원으로,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세전 순이익도 1857억원으로, 강신숙 행장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연간 3300억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취임 초 내세웠던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성과는 뚜렷하지 않아 교체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6년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된 이후 행장 연임 사례가 없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일축하는 요인이다.
◆ KB국민·신한·하나, '안정'과 '쇄신' 등 인사 전략에 운명 갈릴 듯
업계의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리는 곳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장들의 연임 여부다.
각 은행들은 이자 이익을 기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금융사고·내부통제 등 변수도 많은 만큼 교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선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행장들은 내부통제 변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에 속한 만큼 '안정'과 '쇄신' 등 금융지주의 인사 전략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1월 은행장에 오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통상 CEO들에게 주어지는 '2+1'의 임기를 모두 부여받은 상황이다.
이재근 행장은 재임 기간 매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해 왔다. 올해의 경우 홍콩H지수 ELS 관련 손실에 따라 순이익이 급감했지만, 홍콩 ELS 상품이 이 행장 주도로 처음 판매한 상품이 아니었던 만큼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의 경우 허인 전 행장이 2연임하며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 행장의 재연임 가능성도 열려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이 지난 1분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리딩뱅크' 타이틀을 지켜내며 정 행장은 경영 성과를 입증했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5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원을 넘긴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정 행장 재임 기간 대형 금융사고가 없었던 점도 정 행장의 연임 신호에 파란불을 켜고 있다.
이승열 행장 역시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하나은행의 리딩뱅크 타이틀을 수성했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홍콩H지수 ELS 충당부채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F/X) 환산 손실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신한은행에 내어줬지만, 하나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하나은행 조직 내부적으로도 탄탄한 인지도를 쌓고 있는 이승열 행장의 연임은 안정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우리·NH농협, 내부통제 실패에 연임 가능성 '안갯속'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우리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오른 8870억원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3.6% 오른 1조67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부적정 대출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며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NH농협은행도 전년 대비 1.6% 증가한 1조2667억원의 상반기 순이익을 올리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석용 행장의 연임은 불투명하다.
NH농협은행은 올해만 4번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올 상반기 총 174억원 배임 사고에 이어 지난달 117억원 횡령이 발생하며 은행 측이 조사에 나선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승계 절차가 정확히 언제 시작되는지, 차기 후보군이 누구인지는 현재 시점에서 알지 못한다"면서도 "올해 은행들의 실적이 대부분 좋았던 만큼 내부통제 등 다양한 요소가 CEO 평가에 작용되고, 이같은 평가가 은행장들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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