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안 된다"는 추석…환자는 '노심초사'·의료진은 '고군분투'
"내과, 외과 전문의 부재"
흉통에 30분 달려온 환자에 "받아주기 어렵다"
의료진 '비상 근무' 체제 돌입…"고향 못 내려가"
응급실 대란 우려 속에서 '아프면 안 된다'는 불안이 고조됐던 추석 당일,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진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의료진 역시 적은 인력으로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추석 당일인 17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의 한 2차 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박모(46)씨 얼굴엔 시름이 가득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에 있는 부모님의 산소를 찾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가슴이 조여오는 흉통이 찾아왔고, 제 때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박씨는 그 때부터 상급병원을 1시간 30분 동안 수소문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결국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2차 병원을 직접 찾았지만 대답은 같았다. 내과 전문의가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것. 그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병원 찾기에 분주했다.
어렵게 병상에 누운 뇌출혈 환자도 있었다. 같은 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임모(58)씨는 일주일 전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 응급실 2곳을 전전하다 1시간 만에 타 지역 2차 병원에 도착했다고 한다. 임씨는 "출근 전 갑자기 오른쪽 다리와 팔이 마비가 돼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아내가 119에 신고를 했지만 응급실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응급실 앞에서 만난 의료진의 표정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간호사 A씨는 "중증 환자 1명이 오면 다른 경증 환자들을 아예 받지 못해 상급병원으로 전원 의뢰를 10여군데 하는데 잘 안받아주는 경우도 있다"며 "명절 연휴 기간에는 평소보다 많게는 3~4배의 환자가 온다. 저희 병원은 내과, 외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현재 계시지 않기 때문에 경증 환자 위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증 환자를 받으면 응급처치 후 수술, 입원 등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의료진들은 명절도 뒤로한 채 환자들의 불안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다. 서울 강서구 2차 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원래 당직 근무를 서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비상 근무 체제로 돌입하면서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며 "명절 연휴에는 응급 수술만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정규 수술도 있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B씨가 근무하는 곳은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수간호사까지 합쳐서 총 14명의 간호사가 환자들을 돌본다. 이곳 응급실에서는 간호사들이 3교대로 돌아가면서 3~4명이 동시에 업무를 보는데도 늘어난 환자들을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다. 한 간호사는 "명절 때는 컵밥이나 라면 같은 것을 사놓고 중간에 먹을 수 있으면 먹으려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설명했다.
서울 중랑구 2차 병원 입원실에 만난 또 다른 간호사 C씨는 "우리 병원에도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많아져 늘 긴장하며 일을 해야 한다"며 "초등학생 두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연휴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병원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연휴 기간 전국 409개의 응급실 중 두 곳을 제외한 407곳은 매일 24시간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앞서 밝혔다. 병·의원도 하루 평균 7900곳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됐는데, 추석 당일인 이날은 연휴 기간 중 가장 적은 1785곳만 진료할 것으로 추산돼 현장의 긴장도가 높았다.
정부는 "중소병원 응급실의 진찰 결과에 따라, 중증이라고 판단되면 큰 병원으로 신속한 이송이 가능하므로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연휴 내내 전국 곳곳에서 의료공백이 노출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전날 대전에서는 복부 자상 환자가 대전, 충남권 병원 최소 10곳에서 치료를 거부 당한 뒤 부상 4시간여 만에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보다 앞선 15일에는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광주 병원 응급실 4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90km 넘게 떨어진 전북 전주까지 이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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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나채영 기자 nan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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