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이 들려주는 ‘우승 확정 그 순간’···“찬호 형이 울었다, 이렇게나 어려운 거구나”[스경x비하인드]
이미 며칠 전부터 사실상 결정돼 있었지만 확정이 되자 ‘우승’의 기쁨과 감격은 또 달랐다.
KIA 선수들은 17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전에서 0-2로 졌으나 조금 먼저 끝난 잠실 경기에서 2위 삼성이 두산에 4-8로 지면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KIA의 우승 매직넘버 하나가 사라졌다. KIA는 83승 2무 52패로 정규시즌 종료 7경기를 남겨놓은 채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위를 확정했다.
KIA가 0-2로 뒤지던 9회초 2사후 최형우가 볼넷으로 출루한 순간, 잠실 경기가 끝났다. 3루의 KIA 원정 관중석에서는 함성과 환호가 터져 나오며 우승을 ‘소박하게’ 먼저 자축했다.
다음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내야 땅볼로 아웃, 그대로 경기가 끝났지만 KIA 팬들은 환호했다. 1루를 밟고 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최형우의 얼굴도 환했다. 마치 승리한 듯 선수들은 환하게 웃었다.
KIA에는 정규시즌 우승을 처음 경험해보는 어린 선수들이 여럿이다. 그 중 올해 어마어마한 기록들을 쓰며 KIA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고 ‘슈퍼스타’가 된 김도영이 경기 종료 직후의 더그아웃 분위기가 어땠는지 잠깐 설명해줬다.
김도영은 “경기 전에는 그래도 잠실 경기 상관 없이 우리가 이겨서 우승 확정하자고 했는데 경기가 잘 안 풀렸다. 경기 중간까지는 진짜 아무도 잠실 경기 신경 안 썼다. 그냥 오늘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경기 끝나갈 때쯤 잠실 경기 소식을 들어서 상황이 그렇게 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KIA는 이날 유난히 타격이 터지질 않았고 SSG 마운드의 호투 앞에 무득점으로 물러났다. 승리해서 마지막까지 자력으로 확정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결국 2위 팀의 패배로 우승은 확정됐다. ‘됐구나’ 하는 기쁨의 표정을, 우승을 경험해본 고참 선수들일수록 더욱 감추지 못했다.
김도영은 “나는 아직 실감이 잘 안 나는데 형들 반응을 보니까 진짜 대단한 거구나 싶다. 신기하고 그래서 나도 기분이 좋다. 형들이 너무 기뻐하고 벅차하는데 그러는 거 다 진짜 처음 봤다”며 “최형우 선배님이 들어오실 때는 전부 다 홈런 친 것처럼 반겨주고, 진짜 신기했다”고 말했다.
김도영을 가장 놀라게 한 얼굴은 ‘절친’ 선배 박찬호다. 박찬호는 매우 쾌활하지만 매우 감성적이기도 하다. KIA가 우승했던 2017년에는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이라 함께 하지 못했다. 우승 경험이 없는 박찬호는 이번 시즌의 이 벅찬 경험을 일찍이 미리 만끽해왔다. 한국시리즈를 매일 상상한다고도 했다. 한국시리즈 직행이 완전히 결정된 이날 박찬호는 울고 말았다.
김도영은 “(박)찬호 형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경기 끝나기도 전부터 눈물날 것 같다고 하면서 ‘나 눈물나면 너도 같이 울어줘야 돼’라고 자꾸 말했다. 근데 진짜 눈물을 흘리면서 막 울었다. 찬호 형 보면서도 ‘아, 우승이 진짜 어려운 거구나’ 다시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정지인 인천에서 우승을 확정한 KIA 선수단은 구단이 준비한 우승 기념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한 채 플래카드를 펼치고 원정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헹가래 등 떠들썩한 축하 행사는 홈 경기에서 하기로 미루고 이날은 선수들끼리 모여 기념촬영 정도로 그라운드 행사를 소박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19일 열리는 잠실 두산전을 위해 이날 바로 서울로 이동했다. 서울에 마련된 장소에서 선수단끼리 작은 축승연을 치른다.
선수들은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대한 수많은 의지들을 드러냈다.
최고참 최형우는 “한국시리즈 무대가 기대도 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만의 큰 무대라 설레기도 한다. 여러가지 감정이 드는데, 이 나이에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동생들(후배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선빈은 “물론 긴장 되겠지만 재미있게 즐기면서 준비하자고 얘기하고 싶다. 적당한 긴장감도 좋지만 너무 긴장하면 될 것도 안 된다. 나도 지금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잘 준비할 것이고, 우리 선수들 모두 끝까지 다치지 않고 좋은 성적으로 한국시리즈까지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이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는 항상 부담되고 긴장된다.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지니까 그런 것 같다. 누가 긴장하느냐 아니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침착하게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주장 나성범은 “오늘 우승이 한국시리즈 우승이면 좋겠다”며 “아직은 4승 해야 되고 어떤 팀이 올라오는지 감이 안 잡히니까 와일드카드 할 때부터 네 팀 다 (상대라고) 생각해야 될 거 같다. 어느 팀이든 올라올 수 잇다 생각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시즌 치르면서 힘들 때도 진짜 많았다. 스트레스도, 압박감도 받았다. 1위의 무게란 참 무겁고 힘들구나 생각했다”며 “여기까지 왔는데 한국시리즈 우승 못하면 정규시즌 우승도 의미없어질 것만 같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꼭 우승할 수 있도록 내가 더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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