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무패 신화'에 두려움 없다! KIA 이범호 감독 "11번 올라가서 다 우승했으니 12번째도 우승" [인천 현장]
KIA는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SSG 랜더스에 0-2로 패했음에도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KIA가 우승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SSG에 승리하거나, KIA가 패할 경우 삼성이 패하는 경우의 수가 필요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가 통했다. 2위 삼성이 같은 시간 두산 베어스에 4-8로 패해 75승 2무 60패가 됐고, 두 팀 모두 7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승차가 8경기로 유지되면서 KIA의 1위가 정해졌다.
KIA에는 9번째 정규 시즌 1위(단일 시즌 기준은 7번째)다. 앞서 1983년 전기 리그 1위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1988년(전·후기 통합 1위), 1991년(이하 단일 시즌), 1993년, 1996년, 1997년, 2009년, 2017년에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 시절인 2011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KBO로 복귀하며 KIA에 입단해 인연을 맺었다. 이후 주전 3루수로서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고 2019년 은퇴했다. 이후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2021시즌 퓨처스 감독을 역임하는 등 KIA에서만 지도자 경력을 이어갔다.
이 감독은 정규 1위 확정 후 공식 인터뷰에서 "정규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를 잘해준 선수들, 코치, 대표이사님 단장님을 비롯한 프런트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우승을 할 수 있었다"며 "2017년에 선수 때 한번하고 이번이 첫 우승이었는데 이렇게 빠른 시간에 정규 우승을 차지할 줄은 몰랐다. 남은 한국시리즈도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에 앞서 일어난 시간이 9시 17분이라 느낌이 좋았다고 했던 이 감독은 또 하나의 행운을 안고 시작했다. 그는 "오늘 아침 2017년도 우승을 함께했던 김기태 감독님과 통화를 하고 왔는데 그 기운이 이어진 것 같다. 당시 주장으로써 좋은 성적을 내고 많은 기억이 남았는데 그때 우리와 함께했던 분들이 기억나서 연락을 드렸다. 그분들에게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KIA는 자력 우승이 아닌 삼성이 패하면서 매직넘버를 지웠다. 공교롭게도 KIA 경기가 끝나기 약 5분 전에 삼성이 두산에 패했고, 그 소식을 미리 접한 관중석의 팬들은 환호했다. 이 감독은 "(9회 초) 함성이 들릴 때 '정규시즌은 끝났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시리즈 우승할 때처럼 두근두근하는 마음도 생겼다. 이기고 우승했으면 좋았을 텐데 경기에 졌다. 하지만 나중에 광주에 돌아갔을 때 많은 팬과 축하하는 자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믿었다.
올해 3월만 해도 쉽게 예상하지 못할 결말이었다. 스프링캠프 시작 직전 불미스러운 일로 이 감독은 급하게 사령탑에 올랐다. KBO 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의 탄생이었다. 현역 시절을 함께한 선수들도 여럿이었고 팀 내 최고참 최형우(41)와도 2살 차이에 불과했다. 그 탓에 KIA의 성적을 예상할 때면 언제나 초보 사령탑이라는 점이 위험 요소로 지적받았다.
이에 이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 대타를 썼을 때 교체되는 선수의 기분, 못 치고 에러한 선수를 뺄 때 기분을 고려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일단은 내가 생각한 대로 잘 움직인 것 같다. 교체 당시에는 느낌이 안 좋을 수 있지만, 끝나고 항상 대화했다. 또 그다음 경기에는 꼭 출전시켜주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선수들과 유대 관계를 잘 유지하려 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올 시즌 문제없이 잘 넘어가 좋은 시즌을 치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한 번은 초보 사령탑이었다. 그때의 경험이 나중에 다 (자산으로) 남기 때문에 초보라고 생각하기보단 나중에 (이 점을 활용해) 어떻게 경기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나는 운 좋게 실패보다 성공으로 먼저 시작하게 됐는데 앞으로 감독 생활에 있어서도 방심하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준비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매년 좋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KIA는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으나,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최강점이라 여겼던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이 시즌 말미에는 양현종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윌 크로우가 가장 먼저 부상으로 떠났고 이의리와 윤영철이 이탈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말에는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마저 턱골절로 정규시즌 아웃이 되면서 선발진 구성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정해영-전상현-장현식을 필두로 한 젊어진 불펜진이 선발들이 무너지는 가운데서도 버텨줬다. 그 사이 타선은 폭발적으로 득점을 뽑아내면서 올 시즌 7회 이후 가장 많은 역전승(11승)을 한 팀이 됐다.
이 감독은 "하늘이 너무 많은 시련을 주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특히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 등 차례로 빠져나가 걱정했는데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를 잘 메워주고, 7월부터 팀이 안 넘어지는 것을 보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구나 확신을 갖고 자신감 있게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플레이는 내가 아닌 선수가 하는 거다.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지 도움을 주는 데서 시작했다. 이렇게 운영하면 분명히 성적이 날 거라 믿었다. 14년간 KIA에 있으면서 선수들이 마음껏 뛰게 하면 오늘 한 경기는 실패하더라도 다른 2~3경기를 이길 수 있게 해준다는 걸 알았다. 선수들과 좋은 유대 관계를 만들며 마음껏 할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선수들에게서도 1회부터 9회까지 언제든 찬스가 잡히면 점수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발견했다. 9명의 선수가 언제든지 나가서 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려 노력했고 그런 것들이 잘 나왔기에 많은 역전도 이뤄진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한 KIA는 이제 무패 신화 수성에 나선다. KIA는 11번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내주지 않으면서 KBO 리그 역대 최다 우승의 명문 팀으로 거듭났다. 해태에서 KIA로 이름이 바뀐 뒤에도 그 명맥은 이어져 2009년, 2017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뒤 각각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두산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 무패에 대한) 부담은 없다. 선수들을 믿고 있다. 11번 올라가서 다 우승했으니 12번째에도 우승할 거다. 한국시리즈는 올라가면 우승해야 한다. 하지 못하면 안 된다. 4경기를 이기기 위해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힘든 상황이 됐을 때 어땠는지 이겨낼지 많은 분에게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한국시리즈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해야 할 건 엄청 많다. 네일과 윤영철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적 영가 있다. 최고의 전력을 가지고 매 경기 이길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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