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中상대로..." 억울함 풀겠다는 손준호,외교부와 협회의 역할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개인이 한 국가를 상대로 싸워 이길 수가 있을까요?"
선수 생명이 기로에 놓인 전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32)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축구협회(CFA)가 지난 10일 공문을 통해 손준호에 대한 징계를 공식발표했다.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해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CFA가 FIFA에 61명의 승부조작, 불법거래 연루선수 명단을 넘겼고, FIFA가 CFA의 영구제명 조치를 그대로 인용할 경우 손준호는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축구와 관련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충격적인 발표 이튿날, 손준호가 억울함을 밝히고자 호기롭게 나선 기자회견은 외려 독이 됐다. 2시간 가까운 기자회견에서 아들 딸, 가족 사진을 보여주며 회유하는 중국 공안의 압력에 못이겨 거짓 진술을 했다는 내용보다는 중국 사법부에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풀려났다는 것, 팀 동료 진징다오(김경도)에게 20만위안(약3700만원)을 받았는데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내용이 더 큰 의혹으로 부각됐다. 기자회견 이후 여론의 압박이 커지면서 수원FC 구단이 고심끝에 13일 손준호와의 계약해지를 결정했다. 6월 계약 당시 '입단 전 일로 인해 선수활동에 문제가 발생할시 계약해지를 협의할 수 있다'는 계약서 조항이 있었다.
한가위 연휴, 벼랑 끝으로 몰렸지만 손준호는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 후 의혹이 커졌지만, 그는 일관되게 승부조작에 관여한 적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면 한국으로 오지도, 스승 최순호 단장의 수원FC에 입단하지도, 국가대표 재승선을 꿈꾸지도 않았을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손준호는 변호사를 통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FIFA가 중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어떻게든 끝까지 싸워 명예를 회복할 생각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내에서 일어난 유례 없는 사건과 관련, 손준호는 판결문조차 갖고 있지 않다. 진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고, 모든 증거는 중국 안에 있으며, 유리한 증거를 확보할 방법도, 중국에 다시 들어갈 수도 없다.
손준호는 기자회견에서 "공안이 핸드폰 속에 제 딸과 아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냐'면서 엄마까지 여기(구치소)에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고 했다. 빨리 인정하라고 강요했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AFP 기자의 질문에 "중국 사법기관이 지난 3월 손준호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공개선고를 내렸고, 손준호는 유죄를 인정하고, 법정에서 잘못을 뉘우치며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법치국가다. 사법기관이 법에 따라 사건을 엄격히 처리하고 당사자의 합법적 권익을 충분히 보호한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구치소에서 한 달에 한두 번 영사님을 만났지만 건강체크와 구치소 생활이 괜찮은지 정도 대화를 나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중국에 찾아왔지만 아예 만나지 못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상황을 털어놨다.
지금 상황에서 손준호의 진실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역시 외교부다. 중국에서 손준호와 유일하게 접촉한 이가 중국 영사다. 지난 3월 손준호가 '비(非) 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중국 공안에 연행돼 구금된 지 10개월 만에 석방돼 귀국했을 당시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중국 당국과 다양한 경로로 소통하며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국내 가족과 긴밀히 소통하며 약 20차례 영사 면담을 실시했고 원활한 변호인 접견 지원 등 필요한 조력을 적극 제공했다. 관련 구체적 사항은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내용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는 부분임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손준호 문제를 오랫동안 지켜봐왔고, 지금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준호의 말대로 개인이 한 국가를 상대로 싸워 이기기란 쉽지 않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10개월간 구류하고, 승부조작 영구제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FIFA에 넘긴 중국이 이제 와서 '인권 유린' 등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을 손준호 주장대로 인정해줄 리 만무하고 증거도 없다. 금품수수를 인정한 만큼 법적 증거도 불리하다. 손준호는 기자회견에서 판사와 중국 고위간부가 "절대 무혐의로 나갈 수 없다. 뭐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외교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작은 죄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20만위안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풀려날 때 판사와 고위간부가 "이 일을 절대 발설해선 안된다. 발설할 경우 큰 문제를 삼아 축구를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해서 침묵을 지켰다는데 결론적으로 손준호의 발설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가장이자, 축구에 청춘을 바친 국가대표 선수가 타국 수사과정에서 당한 고초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손준호의 혐의와 관련 중국축구협회의 발표, 본인의 기자회견 외 객관적 증거자료가 너무 적다. 승부조작 사범에 어떤 타협도 없어야 함은 기본전제. 축구선수에게 축구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지 말라는 건 사실상의 사형선고다. 그 정도의 강력한 징계를 부여하려면 명확하고 풍부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고 충분한 소명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대법원에서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 관련 영구제명 조치를 받은 일부 선수들이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잇달아 승소했다. 영구제명 조치가 취소된 판례를 보면 사건 당시 징계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 절차, 재심 절차를 부여했는지를 문제 삼았다. K리그 현장에서 모두가 목도한 사건의 13년 후가 이럴진대 타국에서 일어난 사건은 더욱 면밀한 정보와 증거와 절차가 필요하다.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한중 정부간 소통도 절실하다. 손준호에게 돈을 건넨 진징다오의 수사 과정, 승부조작 경기로 지목된 상하이 상강전에서 손준호의 혐의점이 무엇인지, 수사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한 부분은 없었는지 확인하고, 판결문 및 사건 연루 내용을 정확하게 입수하고 공개해 선수 본인의 억울함과 팬들의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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