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난관 불방망이로 정면 돌파…KIA, 12번째 KS 우승 정조준
만개한 김도영·돌아온 최형우 '100타점 듀오' 앞세운 막강 타선으로 1위 수성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KIA 타이거즈가 7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에 직행한 원동력은 숱하게 마주한 난관을 정면 돌파한 화끈한 방망이다.
KIA는 17일 SSG 랜더스에 0-2로 졌으나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패한 덕분에 매직넘버 1을 털어내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2017년 이래 7년 만의 1위 탈환이다.
'파란만장하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KIA에 위기는 쉼 없이 찾아왔다.
그러나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42) 감독을 중심으로 전 선수단이 똘똘 뭉치고, 전력 공백이 생길 때마다 구단이 발 빠르게 대처해 누수를 최소화한 덕분에 경쟁팀의 추격을 뿌리치고 마침내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기회를 잡았다.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KIA는 7전 4승제로 펼쳐지는 KS에서 11전 11승의 무패 신화로 축배를 들었다.
정규리그 종료를 열흘 이상 남기고 KS 직행을 확정한 KIA는 4주 이상 전력을 재정비한 뒤 플레이오프 승자를 상대로 12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감독 중도하차→선발 투수 연쇄 이탈→에이스 네일의 부상으로 이어진 릴레이 악재
올해 2월 호주 스프링캠프 출발을 코앞에 두고 비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김종국 전 감독이 중도에 하차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개막 사흘 전에 장정석 전 단장이 역시 비슷한 비위로 물러난 데 이은 2년 연속 충격적인 악재였다.
KIA 구단은 선수단의 동요를 막고자 서둘러 내부 인사인 이범호 타격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승격했다. 호주 동계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던 이 코치는 현지에서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평소 '좋은 형'으로 선수들과 활발하게 의사를 소통했던 이 감독은 '초보' 딱지를 거부하고 준비된 감독답게 초반부터 호랑이 돌풍을 주도했다.
그러나 5월 초 1선발 투수로 맹활약하던 윌 크로우와 4선발 투수 이의리가 차례로 팔꿈치 통증으로 선발진에서 이탈해 KIA는 또 위기를 맞았다. 5인 선발 로테이션에서 순식간에 2곳이 비었다.
KIA는 크로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캠 알드레드를 미국에서 급히 데려왔고, 3년 차 우완 투수 황동하로 이의리의 공백을 메웠다.
선발 투수의 '보릿고개'였던 5∼6월, KIA는 제임스 네일, 양현종, 윤영철, 황동하 4명 선발 투수의 역투로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선두권을 지켰다.
마무리 정해영의 어깨 염증(6월 하순), 5선발 윤영철의 척추 피로골절(7월 중순) 등 주축 투수들의 부상은 끊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전상현과 최지민, 김도현 등이 기대 이상의 호투로 둘의 빈자리를 성공리에 채워 KIA는 한숨을 돌렸다.
결승선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앞둔 8월 24일 NC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턱을 맞은 제임스 네일의 부상은 KIA의 최대 고비였다.
올해 KIA 마운드의 에이스 노릇을 해온 네일이 턱관절 고정 수술을 하고 '가을 야구'를 대비하는 사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올 시즌 승부처임을 직감한 KIA 선수단은 한마음으로 결집해 네일의 부상 후 11승 4패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집중력을 뽐냈다.
부진한 알드레드 대신 가을 야구를 겨냥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통산 36승의 베테랑 에릭 라우어를 급히 수혈하고, 정규시즌에서 네일의 자리를 채울 에릭 스타우트를 대만에서 급히 불러오는 등 KIA 구단은 고비마다 바쁘게 움직여 선수단의 근심을 덜어줬다.
한결같은 핵타선…김도영·최형우 100타점 콤비에 3할 타자 5명
마운드에선 부침이 심했으나 KIA 핵타선은 시즌 내내 한결같았다. 16일 현재 팀 타율 1위(0.302), 팀 득점 1위(818개), 팀 타점 1위(778개), 팀 장타율 1위(0.464)의 무시무시한 타격은 쉬는 법이 없었다.
[KIA 타이거즈 월간 타율 추이](16일 현재)
데뷔 3년 차에 활짝 만개한 김도영을 빼곤 올해 KIA를 얘기할 순 없다.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4월 말에야 1군에 합류한 나성범을 대신해 김도영은 초반부터 KIA의 새로운 주포로 맹타를 휘둘렀다.
3∼4월에 KBO리그 역대 처음으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하더니 전반기에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7월에는 올해 처음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쳤고 8월 광복절에 마침내 역대 9번째로 30홈런-30도루 위업을 이뤘다.
이달 8일에는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과 2015년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한 시즌에 '타율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을 다 이룬 선수가 됐다.
거의 매달 탄생한 김도영의 기록 행진에 모든 이가 혀를 내둘렀다.
김도영은 타격 3위(타율 0.345), 홈런 2위(37개), 타점 7위(105개), 득점 1위(134개), 도루 6위(39개), 출루율 4위(0.417), 장타율 1위(0.649), 안타 4위(177개)를 질주하며 강력한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된다.
이범호 감독보다 불과 2살 젊은 호랑이 타선의 맏형 최형우는 4년 만에 시즌 100타점을 돌파하며 108타점을 수확해 김도영과 100타점 듀오로 나이를 비웃는 폭발적인 타격 감각을 자랑했다.
특히 극적인 동점, 끝내기 장면을 자주 연출해 변함없는 '해결사'로 사랑받았다.
김도영을 필두로 부챗살 타법의 장인 김선빈(0.325), 이젠 없어서는 안 될 붙박이 주전 이우성(0.300), 공·수·주 삼박자를 겸비한 부동의 1번 타자 박찬호(0.308), 공수의 부진을 떨쳐낸 소크라테스 브리토(0.311) 5명이 타율 3할 이상을 쳤으며 나성범(0.291)과 최원준(0.289)도 3할에 버금가는 타율을 올리며 막강 타선에 힘을 보탰다.
KIA는 가장 많은 역전승(40승)을 따냈고 특히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승을 올렸다.
아울러 먼저 점수를 냈을 때 최다인 53승을 거두는 등 언제 어디서든 터지는 타선 덕분에 웃는 날이 많았다.
또 '호랑이 꼬리잡기 저주'란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KIA는 턱 밑까지 쫓아온 2위 팀과의 대결에서 15승 2패의 경이적인 승률(0.882)을 자랑하며 1위 질주의 토대를 쌓았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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