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80년대생 사령탑' 이범호, 우려 씻고 정규시즌 우승 '활짝'

권혁준 기자 2024. 9. 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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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감독에서 스프링캠프 도중 갑작스럽게 지휘봉
친근하면서도 강단 리더십…끈끈한 조직력 이끌어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KBO리그 사상 최초의 '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43) KIA 타이거즈 감독이 첫 시즌부터 해냈다. 이런저런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내며 활짝 웃었다.

KIA는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와 원정경기에서 0-2로 졌다.

이날 전까지 정규시즌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1로 줄였던 KIA는 스스로 매직넘버를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잠실에서 열린 경기에서 삼성이 두산 베어스에 4-8로 지면서 1·2위 간격이 8경기로 유지됐다.

이로써 KIA는 정규시즌 7경기를 남기고 조기 우승을 확정 지었다.

2024 시즌 개막 전 LG 트윈스, KT 위즈와 함께 '3강'으로 꼽히던 KIA는 예상 못한 악재를 맞닥뜨렸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자리에서 물러나는 돌발 변수가 생긴 것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 전력 등을 고려할 때 1군 감독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도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최종 선택은 '내부 승격'이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젊은 나이의 이범호 감독을 발탁한 건 다소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이 감독 부임 이전 KBO리그의 최연소 감독은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과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었는데, 둘 다 1976년생이다.

부임 1년 차에 정규리그 우승을 일군 KIA 이범호 감독. /뉴스1 DB ⓒ News1 구윤성 기자

이 코치 시절 온화한 리더십으로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로 9년, 코치로도 3년간 KIA에 몸을 담으면서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을, 젊은 초보 감독이 이끄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을 수 없었다. 게다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도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빠르게 팀을 수습했다. 추가적인 코치 영입 없이 '선배' 진갑용 수석코치를 필두로 코칭스태프를 꾸렸고, 예정대로 캠프를 진행했다.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격의 없는 소통'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으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게 하겠다"고 했고, 개막 이후에도 실제 자신의 말을 지켜냈다.

입단 후 2년간 부상 등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도영에게 '장타 재능'을 일깨운 것이 대표적이다. 김도영은 이전 2년과 다르게 과감하게 큰 스윙을 가져가며 장타를 만들어냈고, 최연소 30(홈런)-30 달성과 함께 40-40에도 근접할 정도의 'MVP 시즌'을 만들었다.

또 확실하게 자리를 꿰차지 못하던 이우성도 꾸준히 기용하며 믿음을 줬고, 젊은 포수 한준수를 김태군의 확실한 백업으로 안착시켰다.

아울러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계속된 부진 속에서도 믿어준 덕에 살아날 수 있었고, 9번타자보다 1번타자를 선호하는 박찬호의 속내를 헤아린 것 역시 초보 사령탑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회를 마무리 지으며 10시즌 연속 150이닝 투구를 달성한 후 이범호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전문 파트가 아닌 투수 운용에서도 투수 코치들과의 협업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냈다. 특히 불펜진의 '3연투 금지'와 같은 원칙을 세워 선수들의 과부하를 막았고, 선발진의 연쇄 이탈 땐 황동하와 김도현 등 젊은 투수를 과감하게 기용해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베테랑과의 소통도 이 감독이 가진 특장점이었다. 2017년 선수로 우승을 함께 했던 최형우(1983년생), 양현종(1988년생), 김선빈(1989년생) 등 투타의 핵심 선수들과 '형님-아우'와도 같은 친근한 관계를 이어가며 편안하게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마냥 친근하기만 한 사령탑도 아니었다. 간판타자인 김도영도, 외인 소크라테스도 다소 느슨한 플레이를 할 때면 질책성 교체로 선수단 전체에 메시지를 줬다.

'대투수' 양현종이6점 차의 리드를 안고도 흔 흔들리자 5회 2사 후 교체를 결단한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앞서 14-1까지 앞서던 경기에서 추격을 허용해 15-15 무승부가 됐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결단을 내린 이후엔 더그아웃에 돌아온 양현종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감독의 강단과 친근함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KIA는 노장부터 신예까지 선수들의 연령 폭이 꽤 넓은 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선수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며 똘똘 뭉쳤고, 그 중심엔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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