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김미정, '융스트링'과 '모스트 오케스트라' 악장
재즈, 게임음악, 드라마 OST까지
아이유, 임창정, 여자친구, 장민호, 이찬원 등
2만6000곡 세션한 바이올리니스트‧악단 리더
서울대 음대 학사(현악) 및 부천시향 단원 활동
92년 영화 ‘명자 아끼코 쏘냐’로 세션 데뷔
탁월한 ‘초견’ 역량 정평
“융스트링, 각 파트 합이 좋은 게 강점”
“아이유 ‘Love wins all’, 올해 융스트링 세션 베스트 중 하나”
“서동환, 기존 방식과 다른 작곡 스타일 ‘탁월’”
“K팝 스트링 편곡 수준 갈수록 높아져”
“K드라마 OST의 세계화 기여하고파”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모스트(M.O.S.T) 오케스트라, 이름 만으론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악단은 한국의 드라마 OST를 다루는, 국내 최초의 OST 전문 오케스트라다.
모스트 오케스트라는 지난 2019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M.O.S.T(Memories from Original Soud Track) 콘서트를 시작으로 출발을 알렸다. M.O.S.T 콘서트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을 하나의 콘서트에서 접할 수 있는 최초의 OST 공연으로, 50인조 오케스트라로 정교하고 몰입감 높은 사운드를 펼쳤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한류형 콘서트 확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스타워즈',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 세계적인 메가히트 영화가 필름 콘서트 형태로 새롭게 선보이며 매진 기록을 세울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만큼 원작 영화의 감동을 재현하는 OST 연주 중심의 콘서트는 흥행성 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한국의 드라마, 즉 K-드라마 OST 중심으로 원작의 감동을 생생히 재현하는 이러한 필름 콘서트가 바로 '모스트 오케스트라'가 표방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 '모스트 콘텐츠' 산하의 모스트 오케스트라는 해외 투어 땐 30인조가 넘는 규모로 스케일 큰 사운드를 연출한다. 공연 상황에 따라 인원을 달리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모스트 오케스트라는 현재 많은 드라마 OST 세션 작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모스트 오케스트라는 오는 12월 대만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그리고 이 모두를 지휘하는 리더(악장)가 김미정(52)이다.
김미정은 '겨울연가' 등 유명 K드라마 OST 유명 곡에서 솔로 세션을 한 사람이란 것에 홍콩, 필리핀 등 현지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스트 오케스트라' 악장이자 국내 스트링 세션을 대표하는 '융스트링' 악장이기도 하다.
모스트오케스트라의 다음 공연과 융스트링의 많은 세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미정 악장을 상암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업실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눈에 띈 게 범상치 않은 오디오 기기였다.
오르토폰 턴테이블을 시작으로 매킨토시 C1100 진공관 프리앰프와 매킨토시 MC1.25KW 파워앰프, 매킨토시 MR87 튜너, 린 셀렉트 DSM, 그리고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 조합까지. 각기 높은 가격과 희소성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모델들인데, 이 모두가 하나의 조합으로 세팅돼 있던 것이다. 아마 오디오 애호가들조차 이런 매킨토시 라인업을 실물로 접하기엔 쉽지 않으리라 본다.
김미정 악장과 남편이 감상 및 모니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편은 유명 음악감독 엄기엽이다. 엄기엽은 '쩐의 전쟁', '선덕여왕', '왕가네 식구들', '성균관 스캔들', '뷰티인사이드' 등 많은 드라마 OST를 제작한 국내 대표 음악감독이다.
드라마 '황진이' OST 세션 당시 남편을 처음 만나 8년 연애 끝에 결혼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남편과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OST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좋은 음악적 파트너인 셈이다.
오디오 '구경' 좀 하다가 바로 인터뷰로 이어졌다.
융스트링은 심상원‧김미정 공동 악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009년 'K스트링(악장 심상원)'과 '더스트링스(악장 김미정)'가 합치며 융스트링으로 출발했다. 관련 내용은 지난 8월 2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 참조.
가요 사운드를 더 풍성하게 해주는 스트링 세션은 현재 융 스트링을 비롯해 필스트링, 잼스트링 등 10여 개 있지만 이 분야 세션의 기준을 세우며 독보적 존재감을 보인 게 '융 스트링'이다. 융스트링은 올해 창단 15주년이 됐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스트링 세션을 가장 많이 소화하고 있는 대표 세션팀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인 김미정 악장은 '겨울연가', '올인' 등 다수 드라마 OST 세션을 하던 '더스트링스' 시절부터 '융스트링'을 하는 현재까지 음실련에 2만6000곡 넘게 등록돼 있다.
세션을 많이 하며 (음악) 전체를 조망하는 역량도 갈수록 깊어졌다.
융 스트링은 2020년대로 들어와 '에임스트링'과 함께 인디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넷마블' 등 게임음악 세션으로 융스트링의 외연을 확장해가고 있다.
융스트링은 아이유, 임창정, 여자친구, 김호중, 장민호, 이찬원 등등 발라드, 댄스, 아이돌, 트로트, 록, 재즈, 게임음악까지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는 폭넓은 세션 작업을 해왔다. 양과 질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며 이 많은 세션에서 항상 강조하는 원칙이 있다. 김미정 악장은 이렇게 말했다.
"스트링 세션은 특히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누구 하나라도 튀면 안 됩니다. 융스트링은 각 악기 파트의 합이 좋다는 게 강점이죠. 곡에 최적화된 세션 연주를 위해 어떨 땐 비브라토를 빨리 하자, 또한 소리를 눌러서 하자 등등 사전에 단원들과 짧은 시간 안에 치밀하게 교류하고 레코딩에 임합니다."
'짧은 시간'이란 건 정해진 시간 안에 녹음 세션을 해야 하는 걸 뜻한다. 멤버 모두 유명 클래식 악단에서 연주한 전문가들이라 '초견'에 능통하다. 따라서 녹음실에 들어가 연주할 곡의 악보를 처음 접하곤 어떤 식으로 연주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녹음실에 들어갈 때부터 세션 작업을 마치고 스튜디오에서 나오기까지 이 모든 건 1시간 안에 끝난다.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세션을 해야 하므로 사운드를 체크하며 동시에 악보를 읽는다. 그래서 세션 연주자에겐 초견이 좋아야 한다.
김미정 악장은 단원들이 "저 언니만 총보를 준 것인가"라고 할 정도로 초견 보는 역량이 대단한 걸로 정평 높다. 서울대 음대 시절부터 알려진 역량이기도 하지만 선천적인 면도 크다.
간혹 틀린 악보를 받을 때도 있다. 곡의 진행과는 다른 코드 보이싱으로 작업한 악보다. 이럴 땐 김미정 악장이 조율에 나서 긍정적인 결론을 끌어내려고 한다.
"지금은 악보 프로그램이 따로 있고 파트별 분업화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그러나 예전엔 작곡가가 스트링 편곡까지 직접 해서 그 악보를 토대로 세션 연주를 했죠. 물론 지금과 같은 작업방식도 좋은 점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어요. 그 당시 연주했던 많은 곡 중에서도 성시경 '거리에서', 김범수 '보고싶다' 등은 지금도 기억에 새롭고 애정도 많습니다."
더스트링스 시절에 조용필과 공연을 함께 했다. 김미정 악장에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감동 중 하나다.
조용필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위대한탄생 멤버 최태완(건반)의 공이 컸다. 김미정은 당시 최태완 단장과 허물없이 지낼 만큼 친한 사이였다. 최태완은 재결합한 '다섯손가락' 멤버이자 두원공대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태완 님은 건반 없이도 즉석에서 편곡할 만큼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입니다. 해외 체류 중에도 호텔에서 건반 없이 오선지에 4성부를 그려가며 편곡할 정도로 천재적 감성과 재능의 음악가죠."
"작곡가 김형석, 최태완, 박인영 등이 편곡한 악보는 지금도 여전히 훌륭합니다."
편곡 관련 얘기가 나오며 이나일, 유재현을 비롯해 국내의 여러 유명 편곡가가 언급됐다. 그중 돋보이는 20대 젊은 작곡‧편곡자들 중에서 서동환이란 이름도 나왔다. 서동환은 아이유 'Love wins all'을 작곡‧편곡했다. 김미정 악장이 근래 스트링 세션을 힘들게 작업한 곡 중 하나로 꼽은 곡도 'Love wins all'이다.
"서동환이란 작곡가는 곡 쓰는 스타일이 기존 방식과는 매우 다르고 특이하게 접근합니다. 스트링 세션은 특성상 고음(하이)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서동환은 고음보다 저음(베이스)에 비중을 두며 작업하려고 해요. 통념과는 매우 다른 방식이죠."
"통상적으로 본다면 바이올린이 대선을 주도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스트링 세션도 바이올린이 리드하며 치고 나갑니다. 그런데 서동환은 이런 방식과는 전혀 달랐어요. 서동환 작곡가는 바이올린이 대선을 연주할 땐 절대 강하게 하지 말라고 요구해왔죠. 그는 바이올린이 너무 세다며 계속 바이올린 연주를 좀 더 약하게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서동환의 통념을 깨는 작업방식과 아이유의 탁월한 가창, 그리고 융스트링의 세션 가세로 아이유 'Love wins all'은 무한 감동을 주는 길이 빛날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관련 내용은 추후 이 코너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서동환은 항상 고민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타입의 작곡가입니다. 처음엔 상식적이지 않았지만 이후 서동환이 그렇게 시도한 걸 들어보면 정말 잘 만들었단 생각이 들 정도죠. 비록 연주하기 매우 까다로웠지만 그럼에도 올해 융스트링이 참여한 스트링 세션 중 베스트로 꼽고 싶은 곡 중 하나도 'Love wins all'입니다."
가수의 목소리와 음악 성향에 따라 스트링이 들어가느냐 들어가지 않느냐도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항이다. 댄스곡을 할 땐 비브라토를 매우 빠르게 사용하는 등 장르에 따라 그에 맞는 기술적 표현도 다르다.
지난 3월에 녹음 작업한 모 아이돌 걸그룹 스트링 세션을 할 때도 무척 힘들었다.
"이 걸그룹 세션은 빠른 템포가 요구하는 엄청난 속도의 패시지를 처리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손가락이 4개인데 이렇게 빠른 패시지는 그 이상의 초인적인 기교를 요하기 때문이죠. 역으로 그만큼 K팝의 스트링 편곡 수준도 엄청나게 높아진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융스트링이 했던 많은 세션 중에서 특히 힘들었던 곡 몇 개만 꼽아달라고 했다. 그러자 바로 아이유 '좋은 날'이란 답이 왔다. 심상원 악장도 이전 인터뷰에서 이 곡을 언급한 바 있다.
"아이유 '좋은날'은 당시 매우 어렵게 세션 작업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스트링 편곡은 이나일이 했어요. 이나일의 편곡 스타일은 워낙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정평 높기도 한데, 아이유 '좋은 날'도 당시 국내 가요에선 보기 어려울 만큼 패시지가 복잡했어요."
김미정은 1972년 부산에서 2남1녀중 차녀로 태어났다. 4~5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고 5학년 때 바이올린도 병행했다. 전축(오디오)으로 음악을 즐겨 듣던 음악애호가인 아버지 영향으로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랐다. 바이올린 전공으로 서울예고 및 서울대 음대 현악 학사(90학번)에 이어 94년 부천필하모닉 단원으로 입단했다. 중학교 때 산 1858년 '로카' 바이올린을 현재까지 메인악기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대 재학 시절에 참여한 이장호 감독의 92년 영화 '명자 아끼코 쏘냐'가 첫 세션작이다.
J.S.바흐를 가장 좋아하며, 바흐의 많은 작품 중에선 무반주 바이올린조곡(헨릭 셰링 연주)을 특히 즐겨 듣는다.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는 안나 소피 무터.
거의 모든 장르를 세션하고 있지만 김미정 악장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은 잭슨파이브(5)부터 마이클 잭슨 등 70~80년대 팝음악이다. 물론 트렌드 파악을 위해 빌보드 음악도 찾아 듣는다. 인생영화 '시네마 천국'
"녹음 스튜디오가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K팝 한류 한류 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정작 이걸 제작하는 스튜디오가 그 출발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K드라마 OST가 전 세계인으로부터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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