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자비엔날레 주제전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함께 살아간다는 것’ 고찰

김보람 기자 2024. 9. 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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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시몬손 作 ‘모스 피플’. 한국도자재단 제공

 

인종, 민족, 역사를 연결해 온 ‘도자’를 통해 ‘협력’의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한국도자재단은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제12회 경기도자비엔날레’의 주제전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를 통해 협력의 중요성과 현대사회의 소외에 대해 탐구한다. 경기도자비엔날레의 본전시인 주제전에서는 14개국 26명 작가의 작품 75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6세기 프랑스 철학가 미셸드 몽테뉴가 언급했던 “내가 고양이와 놀고 있으면서, 사실은 그 고양이가 나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찌 알겠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 ‘진정한 협력’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이번 전시의 특별한 키워드 중 하나는 ‘어린 아이들’이다. 전시장 곳곳에 있는 아이 관련 작품을 찾아보며 미술관이 주문한 ‘미래의 주인이 될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세계와 함께: 순환하는 대지의 질서’에서는 자연, 동물, 인간의 균형있는 상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어린이들의 영웅인 ‘삐삐 롱스타킹’과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을 형상화 한 마리떼 반 데어 벤 작가의 작품 ‘네가 어떻게 감히’가 관람객을 맞는다. 용감하게 우뚝 선 자세, 강렬한 눈빛 등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환경운동가로서 전쟁에 나서겠다는 그레타의 투쟁을 응원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작용한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두 소녀를 융합해 작품의 의미를 더 강력하게 표현했다.

마리떼 반 데어 벤 作 ‘네가 어떻게 감히’. 김보람기자

킴 시몬손의 ‘모스 피플’ 역시 아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겉보기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숲 속의 요정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들의 표정은 어둡고 공허하다. 현대사회의 분쟁 등으로 지구에 종말이 찾아오자, 아이들이 스스로를 이끼로 위장한 채 숲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을 통해 미래 세대의 건강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어른들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

2부 ‘타자와 함께: 우정에 대하여’에서는 퀴어, 유색인종, 이주민 등 사회적 타자로 여겨지는 이들을 환대하고 세심한 관계를 맺는다.

팁 톨랜드 작가가 만든 정교하면서도 초현실적인 도자 인물상 ‘백색증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가 대표적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알비노 아이들의 신체가 부와 권력,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그릇된 미신이 있어 종종 그들의 신체 일부가 절단돼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이 작품은 실제 사람의 두 배 크기로 제작해 알비노 아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흑인가족의 비참함을 극대화하고 탄자니아의 비인격적인 이야기를 고발한다.

강용석 作 ‘귀로’. 한국도자재단 제공

이어 전시의 3부 ‘자신과 함께: 디지털 세상 속에서’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개인 소외 등을 조명하며 관계의 회복에 집중했다.

강용석 작가의 작품 ‘귀로’는 디지털 환경 속 단절된 노인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인들의 신체를 양 옆으로 압축해 납작해진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이를 통해 연약함과 참담함을 극대화했다. 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리어카를 끄는 나이든 여성의 모습을 흰 자기로 표현, 정체성이 희미해져 하얗게 발화된 것을 묘사했다.

전시의 마지막은 황 춘마오 작가의 작품 ‘핑크 드림 미러’로 장식한 만찬장에서 끝난다. 그의 작품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표면에 금칠을 더해 웅장함을 갖췄다. 식사를 하면서 유대감을 쌓듯 도자기가 가진 근본적인 힘을 통해 존중과 배려로 화합의 장을 이루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황 춘마오 作 ‘핑크 드림 미러’. 김보람기자

임미선 예술감독은 “세상을 이루는 4원소인 공기, 물, 불, 흙이 결합된 도자예술을 통해 지구 속 복잡한 이슈들 사이의 ‘투게더’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했다”며 “주제전을 통해 우리의 ‘삶의 토대’를 스스로가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관해 공감하고 실천하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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