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50세 이후 운명은 스스로가 결정한다”
[서민석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노인복지법상 노인의 기준은 65세다. 하지만 신체 기준은 60세부터라고 한다. 미국의 한 대학은 최근 연구를 통해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나이를 34세, 60세, 78세라고 발표했다. 이때부터 주름뿐 아니라 근골격계, 뇌세포의 기능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몸으로도 불편함을 자각하게 된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신체 구성비가 바뀐다. 70세가 되면 20대에 비해 수분, 근육량, 무기질은 감소하고 지방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지방 분포도 마찬가지다. 피하지방은 줄고 복부 내장지방은 늘어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질환도 늘게 되는데 개인의 건강 상태나 체질에 따라 노화의 과정이 빨리 오거나 늦게 올 순 있지만 하나도 없이 피해 가기란 쉽지 않다. 또 어느 순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완치된다는 기대도 거의 할 수 없게 되고, 늦추고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 목표가 된다. 진짜 늙어가는 것이다.
노화로 인해 심벽은 두꺼워지며 심방과 심실도 조금씩 커지는 등 문제가 생기면 고혈압, 심부전, 허혈성 심질환,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혈압, 비만, 당뇨병 같은 질환을 이미 앓고 있는 경우라면 만성질환 자체가 심장에 영향을 끼쳐 만성 심부전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울러 나이가 들면 뇌신경 세포 수와 무게가 10% 정도 감소하고 뇌실이 커지게 되는데 결국 뇌혈관질환과 치매, 우울증, 섬망, 파킨슨병과 같은 다양한 신경계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천식·만성 폐기종·폐렴·폐암 등 폐질환, 골다공증·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 신장 및 비뇨기계 질환 등 만성질환이 노년기 건강을 위협한다.
노인질환은 서서히 발생해 만성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와 기능 회복을 병행하고, 만성질환으로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노인은 장기적인 치료 계획과 재활치료를 통해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국내 사망 원인의 약 80%를 암, 순환기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차지한다. 노인은 여기에 치매, 퇴행성관절염 등이 사망 원인으로 추가되고 삶의 질을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모든 만성질환이 반드시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은 아니다. 만성질환을 앓고도 오랜 시간 건강하게 생존하는 예도 많다. 조기에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진단해 꾸준히 관리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질환별 맞춤 운동을 통해 근육 감소를 늦춘다면 만성질환이 있더라도 삶의 질이 낮아지거나 조기 사망에 이르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장수식단이란 것이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보니 지중해식뿐 아니라 저나트륨의 대쉬식(DASH,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등 다양한 식단과 레시피가 가정의 식탁에 오르내린다.
최근 국내 한 연구진은 한식이 체중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다이어트와 노년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쌀밥 중심으로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은 식단이 단백질과 지방 등 영양 함량이 높은 식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염증 수치가 더 낮게 나왔다며 한식 식단의 건강함에 주목했다.
한식이 건강식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한식의 기본 구성에 있다. 밥, 국(탕·찌개 등의 국물 요리)과 함께 다양하게 올라오는 반찬이 영양의 균형을 맞추고 김치, 나물, 쌈 등 채소 요리가 많은 것도 건강 요소로 꼽힌다. 또 튀기거나 볶는 대신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무치고 삶아내는 조리법, 고기나 육류가 주메뉴가 아닌 반찬에 포함돼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가 적다는 점 등도 건강 요소다. 여기에 김치를 비롯해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발효음식이 소화를 돕고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된장이나 간장을 주로 사용하는 한식 조리법은 나트륨 수치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여기에 지중해식이나 대쉬식의 장점인 통곡물 섭취, 몸에 유익한 성분의 기름 사용, 저염 레시피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연구에서의 쌀밥 한식은 물에 말은 밥에 김치 한 조각 올려 먹는 밥상이 아닌, 다양한 반찬이 고루 올려진 노동과 정성의 밥상임을 기억해야 한다.
젊을 때 하는 운동은 건강은 물론 근육을 재배치해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높다. 하지만 노년의 운동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이른바 ‘생존 근육’을 만드는 과정이다. 뼈나 관절을 감싸 외부의 충격에서 보호하고 심혈관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유실되고 근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운동의 강도보다는 횟수다. 근육을 수축·이완하는 스트레칭,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 운동밴드나 1㎏ 정도의 무게로 버티고 들기 등을 12~20회 정도 하면서 점차 횟수를 늘린다. 중량을 늘리거나 강도를 높이고 반복 횟수를 줄이면 노인에게는 특별한 이점 없이 부상 위험만 증가한다. 순간의 강도보다 횟수를 늘려 차곡차곡 쌓기를 권한다.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트레칭에 대한 근육의 저항이 가장 적어지는 운동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치 감각이 손상된 노인이 아닌 대부분의 노인에게는 유연성과 근력 운동이 균형 운동보다 낙상 예방 효과가 더 크다. 이러한 운동 역시 특정 질환자의 경우 전문의, 물리치료사,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아 운동량이나 시간, 운동하는 법 등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에는 야외 운동을 자제하고 모자를 쓰거나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권한다. “50세 이후의 운명은 스스로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노화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인정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안정적인 일상과 금연, 적절한 음주, 규칙적인 운동, 본인에게 맞는 체중 조절 등을 유지한다면 삶의 질이 높은 노년을 맞을 수 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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