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살시도] 용의자, 골프장서 12시간 기다렸다…경호실패 논란(종합)
AK-47 아닌 SKS 계열 소총 보유…FBI 수사실서 일련번호 복구 시도
"비밀경호국 '골프장 주변 수색 없었다' 인정"…전문가들 '우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서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암살 시도를 수사 중인 사법 당국이 용의자를 총기 불법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는 16일(현지시간)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를 유죄 선고를 받은 중죄인에게 금지된 총기 소지 및 일련번호를 지운 총기 소지 등 2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두 혐의 모두 최대 징역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미국 언론이 공개한 기소장을 보면 이번 사건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확인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던 비밀경호국(SS) 요원이 지난 15일 오후 1시31분께 골프장 가장자리를 걷다가 나무가 늘어선 곳에서 소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보고 그 방향을 향해 사격했다.
이에 용의자는 나무에서 나와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났고, 오후 2시14분께 I-95 고속도로에서 체포됐다.
닛산 SUV는 도난 신고가 된 2012년형 포드 트럭의 번호판을 부착하고 있었다.
용의자가 있던 장소에서는 디지털카메라, 2개의 가방, 조준경을 장착하고 장전된 SKS 계열 소총, 음식을 담은 검은 플라스틱 봉지가 발견됐다.
용의자는 당초 AK-47 계열의 소총으로 무장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기소장에는 SKS 계열로 적시됐다.
SKS 계열 소총의 일련번호는 지워진 상태라 맨눈으로 읽을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수사국(FBI)이 일련번호를 복구해 구매 이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소총을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수사실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라우스는 2002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대량살상무기 소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고, 2010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훔친 물건 보유와 관련한 다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 이 모두 중죄에 해당한다.
CNN은 이번에 기소한 두 혐의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라우스를 구금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추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소장에는 수사 당국이 라우스의 휴대전화 기록을 조회한 결과 그가 사건 현장 인근에 15일 오전 1시59분부터 오후 1시31분까지 거의 12시간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용의자가 그렇게 오랫동안 주변에 있었는데도 경호국이 왜 더 일찍 위협을 감지하지 못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로널드 로 비밀경호국 국장 대행이 이날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숨어 있던 골프장 주변을 수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로 국장 대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은 공식 일정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며 "대통령(트럼프)은 그곳에 갈 계획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말에 자주 골프를 치며 그에 따른 위험이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로 국장 대행의 해명을 꼬집었다.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경호 업무를 했던 베스 셀레스티니는 용의자가 12시간 가까이 풀숲에 있었다는 보도를 보고 "깊이 우려했다"며 "비밀경호국의 규율이 작동됐다면 용의자는 사건 전에 발견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라우스는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연방법원에 출석했다.
검찰은 라우스가 도주할 위험이 있고 지역사회에 위험하다면서 다음 심리일까지 그를 구속할 것을 요청했고, 판사는 요청을 수락했다.
라우스는 판사가 소득에 대해 질문하자 "아마 주당 약 3천달러(약 399만원)"를 번다고 했지만, 소득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저축한 돈이나 부동산은 없으며 하와이에 트럭 두 대를 갖고 있는데 그 가치가 "아마 대당 1천달러(약 133만원)"라고 말했다.
재판 전 심리와 보석심리는 오는 23일, 재판부가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 의사를 확인하는 기소인부절차는 오는 30일 각각 진행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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