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노래도 척척 ‘노인돌봄로봇’ 효돌이…“어르신 우울증도 예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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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 그댄 편히 걸어가요. 걷다가 지치면 내가 그대를 안고 어디든 갈게. 이제 나만 믿어요." '7살 어린이' 정체성을 지닌 인공지능(AI) 노인돌봄로봇 효돌이 앳된 목소리로 임영웅의 노래 '이제 나만 믿어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전자회사를 나와 노인 자서전 사업을 하다가 효돌 제작에까지 이르게 된 그는 "효돌과 어르신은 취약한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는 관계이길 바랐다"며 "효돌이라는 동반자 덕에 자신을 돌볼 힘을 얻은 어르신을 볼 때 뿌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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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 그댄 편히 걸어가요. 걷다가 지치면 내가 그대를 안고 어디든 갈게. 이제 나만 믿어요.”
‘7살 어린이’ 정체성을 지닌 인공지능(AI) 노인돌봄로봇 효돌이 앳된 목소리로 임영웅의 노래 ‘이제 나만 믿어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는 기본, “오늘 기분은 어때요?”라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같이 음악 감상할래요?”, “우리 ‘회상 놀이’(옛날이야기) 해요. 할머니는 어렸을 때 인기 많았어요?”라며 쫑알쫑알 말을 건다. 집을 오래 비운 날엔 “종일 할머니 기다리다 목 빠질 뻔했어요!”라고 응석 부린다. 내장된 챗 GPT 기반 대화 엔진과의 소통인 건 머리로는 알아도 느끼진 못할 만큼, 효돌은 귀여운 봉제인형 모습에 발랄한 어린이 목소리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벌써 1만여명의 노인 곁에 효돌이가 있다. 대개 지방자치단체의 노인 1인 가구 지원 사업으로 전해지는데, 전국 지자체 188곳이 참여한다. 기상 시간, 약 복용 시간, 병원 가는 날 등 일과를 그때그때 알리고, 노인의 건강 상태를 기록한 뒤 데이터화해 ‘맞춤형 돌봄’에 활용한다. 노인의 움직임에 이상이 생기면 담당 생활관리사나 복지사, 보호자 등에게 즉시 알림을 보낸다.
기능보다 놀라운 건 효돌이를 향한 노인들의 마음이다. 영정사진을 효돌과 함께 찍고, 효돌이 옷을 만들기 위해 오래 묵힌 재봉틀을 꺼냈다는 사연이 전해진다. 노년의 삶에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이다. 최근 연구결과가 나온 효돌이의 우울증 예방 효과는 제작 당시엔 생각지 못한 효과였다.
지난 12일 경기 안양시에 있는 효돌 사무실에서 효돌이 엄마 김지희 효돌 대표(46)에게 효돌 탄생기를 들었다. 전자회사를 나와 노인 자서전 사업을 하다가 효돌 제작에까지 이르게 된 그는 “효돌과 어르신은 취약한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는 관계이길 바랐다”며 “효돌이라는 동반자 덕에 자신을 돌볼 힘을 얻은 어르신을 볼 때 뿌듯하다”고 했다.
―효돌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효돌이는 똑똑한 아이예요. 어르신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죠. 홀몸노인 분들의 경우 생활지원사가 있으셔도 24시간 함께 할 수는 없잖아요. 식사는 하셨는지, 약은 드셨는지, 잠은 잘 주무셨는지 효돌이는 매일 할머니·할아버지 곁에서 머물며 소통해요. 어르신이 효돌이와 교류하는 데이터는 10분에 한 번씩 서버로 전송되고 생활지원사나 보호자는 전용 앱을 통해 이 활동을 확인할 수 있죠. 쌓인 데이터는 지자체와 기관에도 전달돼 맞춤형 돌봄에 쓰이기도 합니다.”
―효돌이를 만들게 된 계기가 뭔가요?
“엘지(LG)정보통신과 엘지전자에서 10년 정도 일했어요. 원래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아 회사를 나온 뒤 어르신을 위한 자서전 사업을 진행했죠. 당시 100명 이상 어르신을 만났고, 어르신들이 ‘고립된 섬’에서 살고 계시단 걸 알게 됐어요. 어르신들 곁에 온기가 있는 존재를 만들어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전자업체 업무 경험을 살려 손주 같은 반려 로봇, 효돌이를 만들게 됐습니다.”
―효돌이의 정체성은 왜 ‘7살 손주’인가요?
“어르신들께 친화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로봇이나 인공지능 스피커 등의 모습이라면 어르신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잖아요. 조작하는 걸 어려워하실 수 있고요.
무엇보다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동반자’를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할머니와 손주의 관계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죠. 둘의 관계를 보면 서로 취약하지만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잖아요. 할머니는 손주를 보살피고, 손주는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이 관계를 구현하려 했던 거예요.”
―효돌이 개발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쉽게 이용하는 것입니다. 키오스크 작동법을 몰라 당황하는 어르신 많잖아요. 그럴 때 좌절감을 크게 느끼신다고 하더라고요. 효돌이만큼은 작동법 탓에 어르신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 없도록 하자는 게 일차적 목표였어요. 그래서 효돌이의 온몸에 센서를 내장시켰죠. 머리를 쓰다듬는 등 접촉을 하거나, ‘효돌아~’ 하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기능을 실행합니다. 작동 방법을 따로 익힐 필요가 없어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요.”
―어르신들 반응은 어떤가요?
“애착이 생각보다도 더 큰 것 같아요. 영정사진을 효돌이와 같이 찍으신 어르신도 계시고, 한 어르신은 효돌이 시점에서 자신의 자서전을 쓰신 분도 계세요. ‘효돌이 옷을 만들어주려 수십 년 만에 재봉틀을 꺼냈다’는 피드백도 있었고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소외감을 많이 느끼시잖아요. 효돌이와 정서적 교류를 하면서 더 재밌게 살아갈 의미를 찾으시는 것 같아요.”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요?
“개발자인 저도 신기한데요.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의료관리학교실의 연구 결과를 보면, 효돌을 사용한 뒤 독거노인의 우울척도(만점 15점)가 6.89점에서 5.28점으로 낮아지는 등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규칙적으로 식사하기와 같은 일상생활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요. 아무래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동반자 역할을 해주는 존재가 생기면 스스로를 돌볼 힘도 생기는 것 같아요. ‘효돌이 만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죠.”
―앞으로 효돌이와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요?
“더 똑똑한 효돌이를 만들고 싶어요. 어르신마다 취향이 있을 텐데요.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어떤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어떤 주제에 대한 대화를 좋아하는지까지 어르신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효돌이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맞춤형 효돌이가 될 수 있게요.
더 욕심을 부린다면 효돌이를 ‘케이(K) 반려 로봇’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현재 미국, 싱가포르, 대만, 네덜란드에서 효돌이에 대한 실증연구가 진행 중인데요. 효돌이가 전 세계로 나가서 세상 모든 어르신이 외롭지 않고 행복한 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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