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으면 인간관계 파탄날지도"…ADHD 치료제 품귀 환자 '비상'
정신과 질환 급증, 약 공급 그대로…조울증 약 '리튬'도 부족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최악의 경우 일에 집중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둬야 하거나, 정말 가까운 사람과의 인간관계까지 파탄 날 수 있어요."
지난해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은 A 씨(35·남)는 ADHD 치료제가 품귀 조짐을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 씨는 "특히 약에 많이 의존하던 사람들은 심각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가까운 사람과도 약속을 못 지키거나, 자기관리가 안 돼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표적인 ADHD 치료제인 '콘서타'를 포함해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제가 품귀 현상을 빚으며 환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생명이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질환 특성상 안정적인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ADHD 치료제 콘서타 품귀 조짐
한국얀센은 최근 거래처 등에 '콘서타 27㎎의 공급난으로 인해 12일부터 재고 부족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얀센의 콘서타는 대표적인 ADHD 치료제로 18·27·36·54㎎ 등 총 4가지 용량으로 나온다. 이중 수요가 가장 많은 27㎎짜리 약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ADHD는 뇌의 집중력을 담당하는 부위의 발달이 지연되는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이다. 핵심 증상은 주의력 부족,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성 등이다. 감정 조절이나 학습·수행 능력이 저하되는 증상도 나타난다. 조용히 있어야 하는 장소·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거나 어떤 일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 식이다.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증상 탓에 매일 약을 먹어 오던 환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증상이 악화할 경우 주어진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직장에서 해고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충동성이 강해져 과소비로 이어지거나 인간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먹어 오던 20대 여성 B 씨는 "이번에 병원에 갔는데 콘서타 27㎎이 재고가 없어서 용량을 낮추거나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들었다"며 "겨우 맞는 약을 찾았나 했는데 또 바꿔야 한다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ADHD를 진단받은 자녀를 둔 보호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육아 카페의 한 학부모는 "해외에서도 한때 ADHD 약 공급난으로 논란이 됐었다"며 "ADHD 약을 중단해 수업을 방해하거나 공격성을 보이면 바로 부모 호출이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는 특성상 장기 복용 환자들이 많아 약물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복용 시간, 미량의 용량 차뿐만 아니라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제조사를 가리는 환자들까지 있을 정도다. 콘서타는 카피약도 없는 데다 언제쯤 공급난이 풀릴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정신과 질환 급증했는데…약 공급은 그대로 이처럼 콘서타가 품귀 현상을 보이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ADHD 진단 환자 수가 급증한 반면 생산량이 부족해서다. 가뜩이나 콘서타처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정신과 약물은 생산부터 관리가 매우 까다로워 단기간에 제조량을 늘리기 어렵다.
ADHD는 주로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지만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성인 환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ADHD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4만7283명에 달한다. 이중 성인 환자는 41.6%(6만133명)로 5년 전인 2017년(8973명) 대비 7배 가까이 불어났다. 콘서타 처방 건수는 2019년도 36만여 건에서 지난해 120만여 건으로 3배 넘게 폭증했다.
송민규 대한정신건강의학회 총무이사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사람들의 우울감이나 정신질환 진단율이 크게 늘었다"며 "약물의 공급은 제한되는데 수요가 급격히 늘어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귀 현상이 나타난 약물은 비단 콘서타뿐만이 아니다. 리튬을 주원료로 만드는 조울증 치료제도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도 리튬이 들어가는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제약사들이 리튬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의약품 도매상에서는 품절이 예상되는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사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원래도 불안감이 큰 환자들이 많은데 약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며 "약을 안 먹어서 상태가 악화해 입원하는 경우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극단적 선택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약을 해외에서 들여올 때 단가를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고, 정신과에서는 아예 원가 이하로 가격이 책정되는 약들도 많다"며 "약값을 통제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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