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백종원·선동열처럼···국회가 부른 홍명보, 출석할까?
뜨거운 관심받는 연예인·스포츠스타 국회 출석
의원 맹탕 질의에 웃음거리 된 사례 많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오는 24일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특혜 의혹을 들여다보겠다며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을 현안 질의 증인으로 지난 5일 채택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와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올림픽 4관왕 출신인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한 축구협회 내부 제보를 받아 관련 자료를 수집·검토하고 있다”며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 관련 내용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도 지난달 이기헌 의원 등이 축구협회 개혁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여는 등 홍 감독과 정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제 축구팬들의 관심은 홍 감독과 정 회장이 실제로 24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느냐에 쏠려 있다. 문체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두 사람의 출석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특히 정 회장은 4연임에 도전하는 만큼 현안 질의에서 이해할만한 재출마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두 사람에겐 부담이다.
문제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 수준이다. 과거에도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이른바 ‘셀럽’이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맹탕 질의로 웃음거리가 되거나 출석한 ‘셀럽’을 과도하게 코너로 몰다 빈축을 산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김봉남 64세입니다”
1999년 8월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던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배우자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에 고급 옷을 로비했다는 의혹으로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특유의 하얀 옷을 입고 증인석에 선 디자이너 앙드레김은 “주민등록번호 350824, 이름은 앙드레김”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시 목요상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예명 말고 본명을 대라”며 호통을 쳤고, 앙드레김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김봉남”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방청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지극히 토속적인 이름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선 “김봉남 64세입니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정작 청문회 내용에선 옷 로비 사건에 대한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간에선 “앙드레김 본명이 ‘김봉남’이라는 사실만 밝혔졌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2010년 작고한 앙드레김은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내 이름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며 “사람들이 내 이름을 갖고 말할 때 굉장히 실망스럽고 서글펐다”고 회고했다.
■“진짜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2018년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백 대표가 운영하는 가맹점이 손님을 다 뺏어간다고 하더라. 가맹점 출점을 제한할 수는 없는가”라는 당시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 “가맹점주들도 똑같은 자영업자”라며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을 많이 헷갈리는데 골목상권 침해는 억울할 수 있지만, 먹자골목은 자유 경쟁 시장”이라고 맞섰다.
백 대표는 ‘문어발식 진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외와 학원이 불법이면 혼나야 마땅하지만, 가맹비를 들여서 자유롭게 독학을 하겠다는 것인데 자유 경쟁 시대에서 뭐가 문제냐”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진짜 너무하신 것 아닌가”라고 하소연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어 “기부보다 번 돈으로 사업 자체를 키워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질문엔 “그렇게 생각하지만 감히 이야기를 못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백 대표 참고인 소환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특히 백 대표 소환이 의원 개인과 상임위원회가 언론에 주목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태였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어려운 일 아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10월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야구 대표님 감독에게 한 질문도 논란이 됐다. 그는 그해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특혜 선발 의혹과 관련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선 감독에게 “연봉은 얼마 받느냐” “판공비는 무제한이라고 들었는데 맞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선 감독이 “2억원을 받는다. 판공비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하자 “2억원을 받으면서 집에서 TV를 보며 일을 하느냐”고 나무랐다.
선 감독은 “한 경기장에 가면 5개 구장 경기를 전체적으로 못 보기 때문에 집에서 TV로 점검하는 편이 낫다”고 반박하자 손 의원은 “너무 편한 전임 감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과하든지 사퇴하든지 하라”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야구계와 정치권에선 애초 일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해 특혜 선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선 감독을 출석시켰지만, 이와 동떨어진 질문만 남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왜곡>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불쾌감을 표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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