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노조와 ‘보수’ 시장의 ‘환상케미’…용인시 지도가 달라진다

유명식 2024. 9. 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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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 시달리던 이상일 용인시장 비염 수술
노동조합은 쾌유 난 전달…운동화 선물도

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 12일 시장실에서 노동조합이 보내온 난에 물을 뿌리며 가꾸고 있다./용인시

[더팩트ㅣ용인=유명식 기자] 지난 2일 오전 경기 용인시청 시장실로 ‘쾌유’를 기원하는 난이 배달됐다.

발신자는 용인시공무원노동조합.

당시는 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달 19일 병가를 내 비염 수술을 한 뒤 10여 일 만에 첫 출근하는 날이었다.

이 시장은 환절기면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비염이 있었는데, 올 들어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증상이 악화해 수술을 결단했다고 한다. 지난 2년여 격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 등이 겹쳐 면역력이 부쩍 약해진 탓이었다.

노조는 그런 이 시장이 안쓰러워 건강을 기원하며 난을 보냈다고 한다.

이 시장은 노조의 마음 씀씀이가 감사하고 고마워 매일 아침 난에 물을 주며 애지중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출신의 ‘보수’ 정치인 이상일 용인시장과 ‘진보’ 성향의 단체로 대표되는 노동조합의 보기드문 ‘케미(chemistry)’는 이 시장 취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장은 시장에 당선되면서 공무원노조와 상시 소통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뛰어난 시정비전과 구상이 있더라도 이를 실행하는 공무원 조직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 시장은 1~2개월마다 한 차례씩 노동조합과 10여 차례가 넘는 소통을 통해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사소한 불편이라도 해소해주려 애썼다.

그는 △구청 구내식당 직영체제 전환 △공무원 변호비용 지원금 증액 및 확대 △악성민원 대응을 위한 초소형 ‘웨어러블 캠’ 도입 △성폭력 전담관 채용 △낡은 사무용 의자 교체 등 해결 가능한 건의사항은 흔쾌히 수용했다.

상대적으로 공무원들의 관심사가 큰 인사부문에서도 △조직개편과 정기인사 때 노조와의 사전협의 정례화 △인사통계자료 확대 및 공개 등 자신의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는 파격을 보였다.

실질적 처우개선에도 힘썼다.

그는 △선거 부동의 직원 차출 금지 및 종사자 수당 인상 △기준인력과 기준인건비 상향 조정 △승진 소요연수 단축 등 공무원들이 가려워하는 현안을 행안부장관, 대통령실수석 등에게 직접 건의했다.

용인시 공무원들은 이 시장의 행보에 "시장님 대단하다", "이게 되네", "역대 정치인 최고의 인맥", "하위직 인사 자리 많아졌다"는 등 칭찬 글을 게시판에 올리며 화답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 7월 8일 공무원노조 관계자로부터 취임 두 번째 운동화를 선물받고 있다./용인시

조합원들의 호응에 노동조합은 이 시장의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

17일 용인시에 따르면 노조는 이 시장 취임 2주년이 되던 지난 7월 1일 시장실을 찾아 지난 2년 용인시의 주요 성과가 적힌 플래카드와 케이크, 꽃다발 등을 이 시장에게 건넸다.

같은 달 8일 점심을 함께하면서는 전반기 2년처럼 후반기 2년도 열심히 뛰어달라는 취지로 운동화를 선물했다. 지난 2022년 7월 이 시장 취임 직후 전달한 운동화에 이어 두 번째다.

노조는 공개적인 입장문도 수시로 내고 있다.

취임 2주년 성명에서 노조는 이 시장의 지난 2년 행보를 ‘소통왕’에 비유하며 "노조가 생긴 이래 3분의 시장을 겪어 봤지만 이 시장을 으뜸으로 뽑고 싶다"고 평가했다.

익명성을 담보로 공직사회 내부 게시판에 단체장을 욕하고, 노조와 대립하며 시시 때때로 싸우는 여느 지자체와는 다른 모습이 용인시에서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은 그 공을 공직사회에 돌리고 있다.

△45년 만에 이뤄낸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삼성전자가 360조 원을 투자하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지정 △SK하이닉스가 조성하는 122조원 규모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유치 등 굵직한 성과도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땀방울이 빚어낸 결과라고 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지난 2년간 여러 난제들을 해결했는데 시의 모든 공직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서 일을 잘 해주신 결과"라면서 "초심을 계속 잘 유지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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