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신인 때 본 ‘베테랑’, 2편 합류 꿈인 줄”[인터뷰]
배우 정해인이 그간 보지 못했던 얼굴을 장착하고 추석 극장가를 정조준한다.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에서 신입형사 ‘박선우’로 분해 전편 주역인 황정민과 호흡한다.
“2015년 처음 ‘베테랑’이 개봉했을 때 전 완전 신인이었어요. 극장에서 돈 주고 봤는데, 통쾌하고 재밌어서 ‘정말 미쳤다’는 생각을 했었죠. 권선진악도 통쾌하게 이뤄졌으니까요. 마지막 유머까지 즐기면서 낄낄거리고 웃던 기억이 나는데, 9년 뒤에 2편에 참여하게 되어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처음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굳이 나한테 왜?’라는 질문까지 생길 만큼 신기했다니까요.”
정해인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베테랑2’로 류승완 감독, 황정민과 호흡한 소감, 이 작품으로 처음 칸국제영화제를 밟은 기억, 앞으로 배우로서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황정민, 엄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는 ‘액션 대가’ 류승완 감독과 협업에 큰 만족감을 표현했다.
“류승완 감독만큼 액션 장면을 안전하게 찍는 감독이 없는 것 같아요. 배우의 신체 능력이 다를 수 있는데, 거기에 맞는 콘티를 확실하게 짜왔죠. 안 되는 건 권유도 안 하고, 배우가 혹여 욕심내서 도전하려고 하면 오히려 저지해요. 그건 감독 머릿속에 정확한 콘티가 있어서 그런 것 같고요. 또 배우 개개인에 대한 분석도 탁월합니다. 그래서 액션 촬영에서 더 엄격하고 날카로워지기도 해요.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는 거죠.”
황정민의 팬으로서 그와 파트너로 연기하는 건 영광이었다고 했다.
“선배의 영화를 즐겨봐온 팬으로서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었어요. 처음엔 ‘선배가 엄하지 않을까,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촬영하자마자 ‘내 기우였구나’라고 느꼈죠. 엄청 섬세하고 따뜻한 선배예요. 저만 찍는 촬영에선 선배가 실제 연기 이상으로 맞춰주는데, 그런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체력을 비축한다고 다른 사람을 대신 세우는 사람들도 많은데, 선배는 하나하나 다 맞춰줬죠. 굉장히 귀감이 됐던 순간이었어요. 저도 수십년 이상 연기를 하면서 후배와 연기한다면, 선배에게 배운 것들을 그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진짜 대단한 선배예요.”
황정민과 류승완 감독이 작업하는 걸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고.
“황정민 선배와 류승완 감독이 정말 친한 사이인데요. 그 밑바탕엔 존중과 신뢰가 깔린 게 보여요. 오랜 시간 서로 믿음과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현장이었다는 걸, ‘베테랑2’ 찍으면서 알게 됐죠.”
■“첫 칸 영화제, 어머니 평생 고마운 선물이었다고”
‘베테랑2’는 지난 5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정해인도 첫 칸 영화제 입성이란 기쁨을 누렸다.
“처음인지라 여유있는 척 하려고 했는데 손도 바들바들 떨리고 즐기질 못하겠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라를 대표해서 온 것 같았고요. 나도 이런데 진짜 국가대표들은 오죽할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니까요. 엄청 떨렸어요. 그리고 제가 또 언제 칸영화제에 올까 싶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갔거든요. ‘다음에 또 갈 수 있겠지’란 마음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건강하실지도 모르는 거니 이번에 같이 모시고 가자 싶었죠. 어머니가 정말 원하셨거든요. 칸 영화제 보면서 어머니가 ‘내 평생 이런 선물을 줘서 너무 고맙다. 기특하다’고 좋아하는데, 저도 내심 뿌듯했어요.”
이번 작품은 그에게 많은 걸 안겨줬다. 특히 소시오패스인 ‘박선우’를 연기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의미도 남겼다는 그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범죄자들이 프로파일러와 면담하는 영상을 많이 찾아봤어요. 이들 공통점은 많이 움직이지 않고 상대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그런 디테일을 신경쓰면서 연기했어요. 말수도 줄이고 절 고립시키려고 노력했죠. 그랬더니 촬영 막바지엔 MBTI도 바뀌더라고요. 어머니도 제가 낯설다고 말했고요. 그러다 이후에 tvN ‘엄마 친구 아들’을 찍었는데요.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라 그런지 제가 또 한없이 밝아지고 능글능글해졌대요. 그동안 웃지 못하는 작품들만 해오다가 근 4년 만에 촬영장에서 웃을 일이 많아지니 제가 많이 바뀌었나봐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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