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전기자동차 어디로?…도요타자동차에 물어봐

홍석재 기자 2024. 9. 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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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이미지. 도요타자동차 누리집

도요타자동차를 이끄는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난 게 지난해 1월이다. 이미 대세론을 접수한 듯했던 전기차에 대한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고 스스로 느낀 탓이다. 사임 결정 석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순수 전기차에 대해 “자동차 관련 당국과 경쟁업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사임을 결정한 뒤, 이번에는 자동차 시장을 삼킬 듯했던 ‘전기차 혁명’의 분위기가 빠르게 식었다. 대신 도요다 회장이 주도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 인기가 치솟았다. 그는 사장 사임 뒤 열 달여 만에 다시 “사람들이 마침내 현실을 보고 있다”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전기차의 미래는 보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전세계 자동차 업계 1위 회사를 이끄는 도요다 회장조차 한 치 앞을 분간하지 못할 만큼 당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 그래도 도요타자동차는 자동차 업계 흐름을 읽으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보는 미래 전기차 시장은 어떨까?

일단 도요타자동차는 전기차 생산 예정량을 축소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에 발맞춰 2026년 전기차 생산량을 기존 150만대에서 100만대 정도로 줄이기로 결정하고 이를 부품업체에 통보했다. 내년 전기차 생산량(40만대)보다 두배 이상 많은 수치지만, 여전히 애초 예측했던 것보다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해 도요타자동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10만대, 올해 1∼7월 현재 8만대 정도에 그친다. 내년 전기차 판매량은 40만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내연기관차에 전기 배터리를 결합해 일상 주행을 전기차처럼 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PHV) 생산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자동차의 전기차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겠지만, 예상했던 속도보다는 늦어질 것”이라며 “도요타자동차가 친환경 차량을 두루 갖추는 멀티패스웨이(전방위 전략)를 추진하고 있으며 고객이 원하는 선택지를 적시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실수요를 신중하게 파악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눈에 띄게 꺾이고 있다. 영국 글로벌컨설팅 회사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세계 판매량은 977만대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2022년 전년 대비 65%까지 성장했던 것과 견주면 속도는 절반으로 줄었다. 전기차 대표주자인 미국 테슬라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7%나 줄었다. 중국 비야디(BYD)는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이 18% 증가했지만, 그 사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무려 40%가 늘어 여전히 내연기관을 탑재한 차량의 인기가 높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미시간주 공장에서 대형 전기차 생산을 2년 미루기로 했고, 포드자동차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형(SUV) 전기차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2030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철회했다.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데다, 특히 겨울철 운행 거리에 심각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최근엔 배터리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그렇다고 자동차의 미래가 내연기관 기반 차량에 있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당장 소비자가 원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완성차를 확대하되,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각종 기술과 기반을 탄탄히 갖춘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 도요타자동차, 닛산, 스바루, 마쓰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대규모 생산 기지를 만드는 데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더해 앞으로 4년간 1조엔(9조3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누리집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향해 가는 데 자동차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기를 이용해 ‘더 적은 이산화탄소(CO2) 배출’과 ‘더 효율적인 자동차’가 요구되고 있다”며 “다만 전세계에는 전기를 충분히 사용할 수 없어 휘발유 차량이 아니면 생활에 지장을 받는 지역도 많은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연료 개발 등 다양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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