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매크로VIEW] 美 금리 인하의 날…`인플레이션`과의 종전

이윤희 2024. 9. 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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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거의 4년 만에 미국 기준금리 인하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현지시각 17일부터 18일까지 일정으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습니다. 연준은 회의 이틀차인 18일(한국시간 19일 새벽)에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발표하는데요. 이날 미국이 연방기금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전세계 경제는 또 다음 '챕터'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겠지요. 연준은 지난 수년간 지난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이어왔습니다. 날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연방기금금리를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5.25~5.5%까지 올리면서, 그 분명한 대가 또한 치뤄야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9월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는데요. 지난달 22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드디어 '통화정책 피벗'(방향 전환)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증시를 떨게 한 미국발 'R(경기침체)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관건은 인하 속도나 강도가 될 전망입니다. 당장 25bp(1bp=0.01%포인트) 인하냐, 50bp 인하냐가 핵심이겠지요. 시장은 연준이 첫 인하부터 대폭 인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금리선물시장에서 50bp 인하의 '점보컷'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60% 이상으로 우세합니다. 이 전망은 지난 11일 14% 수준이던 것이 지난 16일 57%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62%까지 올랐습니다. 반면 지금 25bp 인하 전망은 38%에 불과합니다.

지난주부터 시장 전문자들도 50bp 인하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노동 시장이 둔화 신호를 보이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주부터 FOMC 회의 전 일정 기간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에 들어갔습니다. 오랫동안 연준을 취재해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주말 동안 기사를 통해 50b인하 가능성을 제기했고, WSJ 그레그 입 수석 논설위원은 50bp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칼럼을 싣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선을 앞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75bp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셸던 화이트하우스(로드아일랜드), 존 히켄루퍼(콜로라도) 상원의원 등이 파월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이번 주 FOMC에서 75bp의 금리 인하를 촉구한 일이 있었습니다.

실은 파월 의장도 이미 50bp 인하를 마음먹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파월 이외 FOMC 위원 중 영향력 'Top 3'에 든다고 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또한 전과 달리 50bp 인하에 대해 꽤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은 FOMC 위원들의 동의를 받는 것은 다른 문제겠지요.

하지만 과거 기준금리의 50bp 인하가 있었던 1991년, 2001년, 2007년, 2020년 등을 생각해보면 상황이 좀 다릅니다. 당시에 금융위기나 팬데믹 등으로 실업률 급등과 증시 폭락, 시장금리 하락 등이 가시화됐고 연준은 이러한 급격한 경기 위축의 조건들을 모두 확인하고서야 '점보컷(50bp 인하)'을 했거든요. 현재는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사실 한번에 50bp나 인하를 하는 것은 금융 시장에선 악재에 가깝습니다. 금리 인하 자체는 시장 유동성을 늘리는 호재이지만, 급격한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이번 FOMC에선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점도표와 성장률 등의 지표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연준이 50bp 인하를 단행하면서도 '이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낸다면 증시는 강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만,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근거를 댄다면 시장은 다시 불확실성의 세상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결국 이겼다는 선포를 할지, 피해를 더 볼 수 없어 항복하겠다는 선언을 할지가 '종전'보다 중요해 진 겁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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