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단장’ 임기 마친 김길식, 가슴에 사직서 품고 다녔던 2년의 소회···“포기하고 싶은 날 하루 이틀 아니었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김길식(46) 전 안산 그리너스 단장이 지난 2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후회는 없습니다. 부족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김길식이 야인(野人)으로 돌아왔다. 김길식은 2022년 9월부터 안산 그리너스 단장직을 맡았다. 그 임기가 2024년 9월 4일 끝났다. 단장직 연장 제안을 받고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도자의 꿈이 남아 있습니다. 도전하고 싶어요. 프로축구 산업을 이해하고 팀을 발전시키는 감독을 꿈꿉니다.”
김길식을 만났다.
2022년 9월부터 2024년 9월 4일까지 딱 2년 일했습니다. 단장은 임명직이거든요. 연장 계약 제안이 있었지만 고심 끝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계약 기간 동안 뒤돌아보지 않고 온 힘을 다했어요. 후회 없이 일했죠.
Q. 프로축구 선수, 코치, 감독에 이어 단장까지 맡았습니다. 특히나 43살 때 프로축구단 단장직을 맡았잖아요. K리그 최연소 단장 기록입니다. 이전까진 그라운드 안에서 경기를 준비했다면, 그라운드 밖에서의 일이 많았을 듯한데요. 단장직 어땠습니까.
‘축구’라는 큰 틀 안에서 ‘더 좋은 팀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일한 건 비슷합니다. 단, 역할이 다르죠. 감독은 팀을 운영해서 결과를 내야 합니다. 단장은 감독이 더 좋은 결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역할이 다르다 보니 만나는 사람도 달랐습니다. 단장을 맡고 나서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났어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안산시 의원, 문화복지위원, 안산시 내 기업가 등을 만났죠.
Q. 제일 힘든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구단 스폰서를 구하는 일이었죠. 이 일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이전까진 선수와 지도자의 경험만 있었잖아요. 단장으로 프런트의 고충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중한 경험이죠.
Q. 구단 스폰서를 구하는 일이 왜 가장 힘든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습니까.
안산은 K리그에서 가장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는 팀입니다. 프로스포츠단은 수익을 내야 하잖아요. 스폰서엔 최소한 투자에 걸맞은 보상을 해드려야 하죠. 안산이 안산시로부터 큰 도움을 받는 만큼 시민에게 돌아가는 공공성도 분명해야 합니다. 모든 분께 신뢰를 줄 수 있는 구단이어야 해요.
Q. 선수나 지도자 때와 달리 일하는 사람, 만나는 사람도 달랐잖아요. 그 부분에서의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있었죠. 선수 시절이나 지도자 때를 돌아보면 대부분 경기인 출신 축구인들과 소통했습니다. 단장은 축구인은 물론이고 다양한 직종의 분들을 만나 이야기해요. 의원, 공무원, 기업가, 지역 단체장 등 정말 다양했습니다.
제게 귀한 시간을 내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준비했어요. 누구를 만나든 ‘내가 안산을 대표해서 그 자리에 나간 것’이란 걸 잊지 않았습니다.
선수나 지도자를 할 땐 눈앞의 경기만 봤어요. 상대팀을 이기는 데만 집중했죠. 단장일 땐 관중석이 가장 먼저 보였습니다. ‘저 자리들을 어떻게 채울까’ 하는 고민이 정말 컸어요. 그러면서 K리그 모든 구단을 봤습니다. 단순히 경기력만 보는 게 아니라 홈 경기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어떤 특색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는지 등을 눈여겨봤죠. 축구를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이지 않나 싶습니다.
Q. 그렇다면 프로축구단 단장이란 게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
단장은 구단 운영, 홍보, 마케팅 등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총괄하는 사람입니다. 안산은 시민구단이잖아요. 시민구단은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단장은 시민들과 함께 사회공헌활동과 봉사활동 등에도 나서야 하죠.
단장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선수단을 최대한 지원해야 합니다. 유소년팀부터 성인팀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점차 발전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고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선수, 지도자만 해봤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구단 프런트 분들이 저를 도와주신 덕분에 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단장 임기를 잘 마쳤어요.
처음 안산 단장을 맡는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어요. 하나같이 ‘이른 나이에 행정 쪽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고 했죠. 저는 한 번도 ‘지도자로 성공할 것’이란 꿈을 버린 적이 없어요. 단장도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많은 분이 제게 “지금 단장으로 가면 지도자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대체 ‘왜’란 의문이 들더라고요.
Q. 구단 단장이나 대표이사를 맡다가 감독으로 복귀한 사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 아닙니까.
저는 그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축구는 거대한 산업입니다. 우리가 경기장 밖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더 잘 이해한다면, 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어요. 단장직 임기를 마친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고요.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대한축구협회 행정을 경험하고 감독으로 돌아오신 분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K리그에서 감독을 하다가 K리그 행정을 경험하고 지도자로 복귀한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로 45살입니다. 선수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쉼 없이 달려왔어요. 아직 더 도전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자신감도 있고요.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단장직을 맡으면서 감독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듯합니다.
처음 단장직을 맡았을 땐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걸 배우는 재미가 컸어요. 매일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데 몰두했죠. 단장직을 맡은 지 한 6개월 지났나. 2023시즌이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경기를 준비할 때가 그리워지더라고요.
Q. 지도자 복귀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컸을 땐 언제였습니까.
힘들 때였죠.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구단 스폰서를 늘리는 게 단장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예요. 처음 보는 분과 식사 자릴 갖고, 그 자리에서 우리 구단의 비전을 설명하고 후원을 설득해야 한다는 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 어려운 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지금껏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고요.
단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괴롭고 힘들었던 일입니다. 지금도 그 얘기가 나오면 안산 시민과 축구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 축구계가 뼈저린 교훈을 얻어서 앞으론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 사건 이후 기업후원이나 시민 지원을 부탁드리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단장인데 뭔가 연관 있는 거 아니야’란 의혹의 시선도 힘들었어요. 저는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문제가 없었지만, 함께 일했던 분들이 사법 처리 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걱정은 안 했지만, 고민이 많았어요. 스스로 떳떳해도 구단 내부의 문제가 되니 나를 위해 항변하는 것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축구계를 떠나는 날까지 항상 긴장하고 자기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어요.
Q. 단장으로서 책임지고 사퇴할 생각은 안 했습니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단장직을 내려놓는 걸 고민하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감독할 때나 단장할 때나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녔으니까. 그런데 그게 과연 책임 있는 일인가 자문해 봤습니다. 누군가는 이 일을 수습해야 했습니다. 이 일은 단장의 몫이었어요. 또 단장인 저를 향한 거짓된 정보들을 접한 뒤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무책임하게 떠나버리는 거잖아요.
임기 동안 구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봤어요. 단장은 한 구단의 가장입니다. 최소한 이 문제를 잘 정리하고 팀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온 힘을 다했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건 증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수단 정리였어요. 명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선수단을 대폭 축소해야 했습니다. 계약이 만료된 선수들이야 빠르게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말해주면 되는데... 계약이 남아 있는 선수들이 고민이었죠. 그 과정에서 주변의 시선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팀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고요. 선수단을 재정비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Q. 선수를 경험했기에 누구보다 그들의 심정을 잘 알잖아요. 구단을 대표해서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경험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까.
인간적으로 참 힘들더라고요. 말씀 주신 대로 선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잖아요. 제일 힘든 상황은 이럴 때였습니다. 좋은 성과를 낸 선수를 붙잡으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줘야 하거든요. 팀 사정상 선수의 성과만큼 보상하지 못할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감정에 호소해서 선수를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작별해야 할 선수에겐 하루라도 빨리 통보를 해줘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재계약 불가’가 정해지면 곧바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다는 겁니다. 보통 1년 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계약 기간은 그해 1월부터 12월까지거든요. 시즌은 11월이면 끝납니다. 그때 되면 이 선수와 계약을 연장할 건지 말 건지가 정해져 있어요. 곧바로 말해줘야 합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게 선수의 앞날을 위해서 좋아요. 시간 여유를 갖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으니까.
Q. 2년 동안 단장직을 경험했잖아요. K리그엔 선수 출신 행정가만 있는 게 아닙니다. 비선수 출신이지만 빼어난 행정 능력을 갖추고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K리그 프런트를 꿈꾸는 준비생들도 많고요. K리그 단장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게 있습니까.
프로축구단의 핵심은 ‘축구’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좋은 구단일수록 현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봐요. 첫 번째가 선수단이란 거죠. 안산은 봉사활동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합니다. 이와 같은 사회공헌활동은 꾸준히 진행돼야 하는 거예요. 축구단이 계속해서 사랑받고 나아가려면 어제보다 발전된 결과가 필요합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찾는 팬 가운데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패하는 걸 보고 싶은 이는 없어요. 다들 재미난 축구,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어 합니다. 최소한 돈을 지급하고 경기장을 찾는 분들에겐 발전하는 경기력을 보여드려야 해요. ‘우린 열악한 팀이니까’란 건 핑계에 불과합니다.
축구계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결과에 반영해 주진 않잖아요. 축구계에서 우리가 흘린 땀의 성과는 성적으로 나타납니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이벤트는 부가적인 겁니다. 홍보든 마케팅이든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되,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축구계에 필요한 행정가는 자신만의 전문성과 현장의 이해도를 두루 갖춘 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잘 나가고 있는 팀들을 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들의 현재와 과거 평균 관중 수를 비교해 보면 어떤 행정가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선수 육성은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재정이 어려운 구단일수록 선수 영입은 매우 어렵고요. 제가 단장을 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고액 연봉자는 데리고 오기 어렵지만 열심히 뛰어다니면 숨겨진 보석을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학창 시절엔 연령별 대표로 뛰면서 큰 기대를 받던 선수가 있습니다. 그런 선수 가운데 성인 무대에서 자리 잡지 못한 이가 꽤 많아요. 프로에 적응을 못 하는 겁니다. K리그1 팀에 몸담고 있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재능 있는 선수도 수두룩해요. 그런 선수를 잘 파악해서 영입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임대도 좋아요. 스카우팅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눈앞의 성적과 선수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한 해 예산을 어떻게 쓰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게 핵심이에요. 프로축구단은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모두 수립하고, 그에 맞춰서 운영해야 합니다. 그래야 현재와 미래를 모두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Q. 프로축구단에서 지도자의 역량은 얼마만큼 중요하다고 봅니까.
광주 FC가 한 예이지 않을까요. 간단하게 선수단 몸값으로 비교하면 됩니다. 광주는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선수단 평균 연봉이 가장 적은 팀이에요. 그런 광주가 축구계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올 시즌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도 나가요. 광주가 이 정도의 성과를 내는 건 이정효 감독의 역량 덕분이라고 봅니다.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색깔도 확실해요. 저도 축구를 보면서 ‘이 팀의 색깔은 도대체 무엇일까’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광주는 아니에요. 이 팀이 어떤 축구를 하려는지 명확하게 보여요. 이게 진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감독이 모든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고 신뢰를 받아야 가능한 일이에요. 이른바 ‘원 팀’이 돼야 가능한 축구입니다.
제가 지향하는 축구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정효 감독이 말만 앞세우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면 선수들이 따랐을까요. 감독이 앞장서서 팀의 변화를 이끌기에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겁니다. 정말 좋은 지도자고, 꼭 한 번 같은 무대에서 경쟁해 보고 싶은 상대입니다.
Q. 김길식 단장도 안산 감독 시절 ‘색깔이 뚜렷한 지도자’란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까.
너무 뚜렷했죠(웃음). ‘돌격 앞으로’만 외쳤던 것 같아요. 단장으로 다른 팀 경기를 하나하나 보다 보니 카멜레온 같은 지도자가 좋다는 걸 느꼈습니다. 팀 사정, 상황에 맞게 운영하는 거예요. 누구든지 공격 축구하고 싶죠. 하지만, 팀 사정, 상황 등에 따라서 내려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상황에 딱 맞는 판단으로 팀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단장직을 맡으면서 축구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우리 팀 경기가 없는 날엔 텔레비전으로 다른 팀 경기를 챙겨봤죠. 팀별로 어떤 축구를 하는지 정리를 해봤어요. 내가 저 팀의 감독이라면 어떤 색깔을 냈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죠. 여러 팀의 축구를 보면 볼수록 중요한 건 하나였어요. 속도입니다.
Q. 이유가 있습니까.
점유율을 중시하는 팀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상대보다 전력이 약한 팀은 내려서서 수비를 단단히 하는 데 힘을 쏟죠. 제가 감독으로 복귀한다면 ‘가장 빠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도록 힘쓸 겁니다. 점유율은 상황에 따라서 내줄 수 있어요. 단, 공을 빼앗았을 땐 공격이 순식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 몇 번의 패스로 슈팅까지 이어져야 해요.
상대가 아무리 강할지언정 공을 빼앗았을 때만큼은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세계 최고로 불리는 이유는 속도라고 봅니다. EPL 모든 팀이 점유율과 빌드업을 중시하는 게 아니거든요.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수 전환이 쉴 새 없이 이뤄지니 눈을 뗄 수 없고 열광하는 겁니다. 상대 공격을 끊어냈을 때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는 축구.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시간이 될 때마다 챙겨봅니다. 가장 눈이 가는 팀은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이예요. 리버풀,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 경기도 꾸준히 보죠.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최초 무패우승을 달성한 바이어 04 레버쿠젠 경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제가 유럽 축구를 보면서 공부하는 이유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함이에요.
제가 이끄는 팀이 아스널처럼 축구할 순 없을 거예요. 다양한 팀의 장점을 우리 팀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무작정 선진 축구를 따라 한다고 해서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선수들이 믿고 따르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축구. 꼭 한 번 만들고 싶습니다.
Q. 9월 4일로 안산 단장직을 마쳤습니다. 안산에서 감독, 단장을 맡았잖아요. 김길식의 축구 인생에서 안산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감사한 팀이죠. 프로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구단입니다. 단장이란 중요한 직책을 맡겨준 팀이기도 하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감사한 마음이 정말 큰 팀이에요. 하나 꿈이 있다면, 언젠가 안산으로 돌아와서 축구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성장해서 돌아왔을 땐 안산이 ‘축구 도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데 앞장서고 싶어요. 제게 기회를 준 안산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지도자, 축구인이 돼서 꼭 돌아오겠습니다.
[안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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