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7년 만에 통화녹음…'프라이버시' 양보 못한다는 애플이 왜?
'이 통화가 녹음됩니다' 상대방 고지…조용히 녹음되는 안드로이드와 차별화
'사생활 보호 기능' 전면 내세운 애플 제품 철학 반영된 듯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 아이폰16 시리즈가 공개된 가운데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1차 출시국에 이름을 올리며 20일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이폰16의 핵심 기능은 AI(인공지능)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로 여겨진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2007년 아이폰 탄생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통화 녹음' 기능이다. 삼성 갤럭시를 비롯해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통화 녹음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돼왔다. 애플은 왜 이제서야 통화 녹음 기능을 달았을까.
iOS 18 베타 버전서 이미 한국어 통녹 가능…갤럭시와 달리 녹취 사실 고지·자동 녹음 미지원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 내세운 애플…AI 도입에 깜짝 등장한 듯
삼성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폰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통화 녹음 사실이 상대방에게도 고지된다는 점이다. 아이폰으로 통화 녹음을 하려면 화면 우측 상단의 녹음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 경우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녹음 사실을 고지한 뒤 통화 녹음이 시작된다. 녹음을 시작할 때는 '이 통화가 녹음 됩니다'라고 표출되고, 녹음을 멈출 때는 '이 통화는 더 이상 녹음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음성으로 나오게 된다.
또한 매 통화 시마다 자동 녹취가 되도록 설정이 가능한 갤럭시 폰 등과 달리 아이폰에서는 통화를 녹음하려면 매번 우측 상단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
AI가 녹음된 통화 내용을 전사(텍스트 변환)하는 기능도 문제 없이 작동되고 있다. 이렇게 녹음된 통화 내용은 '메모' 앱에 음성과 전사된 텍스트로 저장된다. 다만 보다 AI 기능을 직접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요약' 기능은 활용할 수 없다.
iOS 18.1 베타 버전에서도 이미 한국어 통화 녹음 및 전사가 가능한 만큼 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국어 공식 제공 전에도 올해 OS 업데이트를 통해 통화 녹음은 우선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애플이 17년 만에 고집을 꺾고 통화 녹음 기능을 허용한 이유는 뭘까. 이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애플의 마케팅 철학과 연관된 것으로 읽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사 기관이 피의자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하는 데 애를 먹은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미 연방수사국(FBI)이 테러·총기난사·마약 등 사건에서 애플에 비밀번호 잠금 해제 협조를 요구했으나 애플은 이용자 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해왔다.
이같은 애플의 이용자 프라이버시 중시 정책이 통화 녹취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통화 녹음이 도입되고 녹취 사실을 쌍방에 모두 고지하는 것도 개인정보의 주인인 통화 당사자들이 녹취 사실을 인지하고 '동의'한 뒤 녹음을 진행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또한 쌍방 간 통화 내용에 담긴 정보 등 뿐만 아니라 개인의 목소리 자체도 개인정보의 일종으로 간주될 수 있다.
물론 애플이 그간 통화 녹음 도입을 미뤄온 것은 단순히 제품 철학 때문만은 아니다. 법적인 걸림돌도 적지 않다. 국가별로 통화 녹음과 관련한 법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폰이 오래 전부터 통화 녹음 기능을 부담 없이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법은 통화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법제처가 공식 정책뉴스를 통해 "상대방에 알리지 않고 통화를 녹음해도 불법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국내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제3자가 녹음한 경우만 불법이고, 본인이 통화 당사자인 경우에는 녹음을 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한 녹취록을 타인에게 공유해서 피해를 입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아예 불법으로 못 박은 곳들이 적지 않다. 애플의 모국인 미국을 기준으로 보면 연방 차원에서는 통화 당사자 중 1명만 동의해도 통화 녹음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상대방 동의가 없어도 녹음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애플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주법은 미국 연방법과 다르다. 캘리포니아 주법은 '사생활 침해' 관련 조항에서 "대화의 양 당사자가 녹음에 동의하지 않으면 최대 징역 3년의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해서 13개 주가 동의 없는 통화녹음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이유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올해부터 AI 폰 시대가 본격 개막한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I의 가장 기본 기능은 통역·요약 등 언어 지원, 사진·영상 편집 지원이다. 이같은 AI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차원에서 통화 녹음·전사·요약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통화 녹음을 비롯한 아이폰16의 신기능을 두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경험을 제공하는데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아이폰16은) 애플 인텔리전스로 근본부터 다르게 설계한 아이폰"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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