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알고보니 ‘자율주행 맛집’···귀경길 괴로움 덜어줄까

김상범 기자 2024. 9. 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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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귀성 차량으로 혼잡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명절은 즐겁지만 자동차를 몰고 나온 귀성(귀경)길은 괴롭다. 올해 추석은 유독 그렇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연휴 동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하루 평균 차량 대수는 지난해보다 6.6% 늘어난 591만대. 답 없는 정체길 속에 몇 시간씩 갇혀 있다 보면, 목과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페달을 밟은 발목은 시큰거리고, 머릿속으로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데 왜, 아직도, 나는, 이러고 있는 거지?”

전 세계 AI 기업과 자동차 회사들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황을 짚어봤다.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을?

일반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율주행 업계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은 꽤 크다. “엔비디아? 그 엔비디아 맞아?” 그렇다.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주식을 들고 있는 것 같은 그 미국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맞다.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서는 정교한 기술 수준을 갖춘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미 그래픽처리장치(GPU), AI 가속기 등에서 탁월한 노하우와 실적을 쌓아온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명가’로 취급받는 이유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이름은 ‘드라이브(Drive)’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제품으로는 먼저 하드웨어 제어 플랫폼 ‘하이페리온’이 있다.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12개의 외부 카메라, 3개의 내부 카메라, 9개의 레이더, 1개의 내부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카메라 등을 포함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용 시스템온칩(SoC) ‘오린’이 핵심 두뇌 역할을 한다. 254TOPS(초당 1조번의 연산을 처리)의 성능을 제공해 자율주행과 AI 기능을 원활히 구현할 수 있다. 중국 가전기업 샤오미가 지난 3월 출시한 전기 세단 ‘SU7’에 오린이 탑재됐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솔루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언젠가는 모든 자동차가 일정 수준의 자율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엄청난 양의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단 의미”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볼보나 벤츠 차주라면 반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하면서 엔비디아 칩의 성능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엔비디아는 볼보 신형 전기차 ‘EX90’에 드라이브 오린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외에도 벤츠, 재규어랜드로버, 중국 BYD와 니오 등 25개 이상의 자동차 제조 및 자율주행 업체가 엔비디아의 솔루션을 사용 중이다.

벤츠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드라이브 파일럿’이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드라이브 파일럿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에서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레벨3’를 세계 최초로 인증받기도 했다.

자율주행 단계는 0에서 5까지 총 6단계로 나뉜다. 레벨 0은 운전자가 모든 조작을 하는 단계, 레벨 1은 속도와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 등의 보조 역할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생각하면 된다. 레벨 2는 ‘부분 자동화’다. 완만한 곡선 도로에서 방향을 조종하거나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등의 보조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운전의 주체는 인간이며, 운전대에서 손을 놓으면 안 된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여기 해당한다.

레벨 3은 ‘조건부 자율주행’이다. 차량이 교통신호와 도로 흐름을 인식해 알아서 달린다. 운전자는 핸들에 손을 올려두지 않아도 되지만, 자동차가 요청하는 경우 다시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 상태에 있어야 한다. 이 단계부터 진정한 자율주행이라 부를 수 있다. 레벨 4는 ‘고도 자율주행’ 단계로 비상 상황에서만 인간이 개입한다. 레벨 5는 ‘완전 자율주행’이다. 모든 도로와 모든 환경에서 자동차 스스로 주행을 담당한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AFP연합뉴스

■테슬라 ‘로보택시’ 10월 공개

테슬라는 자율주행의 선두주자로 불리지만, 이 회사의 자율주행 시스템 ‘FSD(Full-self driving)’ 또한 아직은 레벨 2(혹은 레벨 2+) 수준에 해당한다. 이달 초 테슬라가 공개한 로드맵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다음달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 차량이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거리를 종전보다 6배 늘린 FSD ‘V13’ 버전을 다음달 출시할 계획이다. 주차장에 있는 차가 스스로 짧은 거리를 움직여 운전자 앞으로 굴러오는 ‘진짜 스마트 소환(ASS:Actually Smart Summon)’ 기능도 일부 고객들에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형태로 배포됐다. 이달 중으로 이 기능들을 사이버트럭에도 적용한다.

외신들은 테슬라가 다음달 10일 ‘로보택시’ 공개를 앞두고 관련 기능들을 하나둘 배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원래 2020년 출시할 것이라고 했던 로보택시는 일정이 계속 미뤄지다가 이제야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로보택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나, 머스크는 앞서 “로보택시에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달려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내년 1분기까지 중국과 유럽에서도 FSD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레벨3 단계의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다. 현대차는 이 시스템을 제네시스 E90과 기아 EV9을 통해 소개하려 했지만 아직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아울러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무인 자율주행차를 지난 6월부터 서울 상암동 등에서 시속 50㎞로 시범 운행하고 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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