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일상 관찰…문형태 개인전 ‘Perfect Picture’
흙물을 들인 캔버스, 은은하고 따스한 기운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상반된 감정 어우러져
‘관계 코드’ 1 자신, 2 관계, 3 가족, 4 사회, 5 고독
다양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삶의 희로애락에 집중
문형태 개인전 ‘Perfect Picture’(완벽한 그림)
10월9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관계’는 작가 문형태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다. 가족, 연인, 친구 등 자신과 관계된 주변 사람들을 그리며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는 일상의 것들을 일상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관계에서 오는 양면적인 감정들과 삶의 이중성을 재치 있게 풀어낸다.
“제 작업을 동화와 연결한다면 ‘動’(움직일 동)과 ‘畫’(그림 화)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라면 어떤 수식어도 좋을 것 같네요.”
작업의 밑재료는 ‘흙’이다.
“흙은 일상을 시작하는 곳과 마무리하는 곳, 생성과 소멸이라는 뜻을 품고 있어요.”
자신이 살았거나 머물렀던 곳에서 가져온 흙으로 삶의 흔적을 작품에 담고자 한다. 그는 캔버스에 황토와 물을 섞어 바른 다음 표면에서 건조된 흙을 걷어낸 후, 노랗게 흙물이 든 캔버스 위에 오일이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다. 화면 위에서 은은한 황토색이 만들어내는 따스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는 흙물을 사용한 작업 방식 덕분이다. 모든 존재가 흙으로 회귀한다는 깨달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숫자는 관계 코드다. 1은 자신, 2는 관계, 3은 가족, 4는 사회, 5는 고독을 의미한다. 이같이 독특한 표현 방식은 유년시절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됐다. 외조부는 자신이 빌려준 돈을 달력 뒷면에 기록해 두었는데, 이를 보고 인간의 생전 기억이 숫자로 단순화되어 각인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문형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의 코드화라는 독자적 방식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시각화했다. 그 관계가 만들어 내는 희노애락에 집중했다.
“하루가 모여 생이 완성되듯 기쁜 순간, 상실의 순간, 고통이나 추악한 순간들도 생의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때문에 그 모든 순간들은 항상 연결되어 있어야 했어요.”
삶의 크고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큰 틀을 이루는 것처럼, 작품 속에서도 여러 요소들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Perfect Picture’라고 명명했다.
그의 작업은 ‘하나의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다.
“오늘 마감한 그림은 평생 완성해야 할 큰 그림의 붓질 한 번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기능인이 아니라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런 의미로 실패한 그림과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도 큰 그림의 재료가 됩니다. ···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게 그림 속 이야기지만, 거창한 해석보다는 그저 보이는 그 순간의 감정에 몰입해 봐주세요. 감정에 정해져 있는 답은 없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많은 일들과 거기서 탄생하는 수많은 감정, 그것을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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