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완성한 고딕 건축물…명동대성당에 깃든 韓가톨릭 역사

이세원 2024. 9. 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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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성물·역사 소개
명동대성당 전경 [조학문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977년 사적으로 지정된 명동대성당은 서울 복판에 있는 한국 가톨릭의 명소이지만 신자가 아니라면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주교좌 성당이며 한국 최초의 본당인 이 성당은 구한말 고딕건축 양식으로 설계됐다.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유럽의 여러 표현 양식을 건물 곳곳에 구현했고 한국화도 추가로 설치해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가 꽤 있다.

명동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명동대성당 곳곳에 숨겨진 성물이나 역사적 장소를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21일부터 11월 23일까지 매수 수요일과 토요일 진행한다.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주요 성물과 성당 내 명소를 서울대교구 측의 도움을 받아 소개한다.

명동대성당의 건립 과정을 통해 시대 상황 등을 엿볼 수 있다. 1892년 착공됐고 1898년 5월 29일 축성·봉헌됐다. 성당을 짓기 위한 토지 매입은 1882년에 시작됐지만 착공까지 10년이나 걸렸다.

'명례방 천주교 집회도'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당이 지어진 곳은 한국 최초의 가톨릭교 순교자인 도마(토마스) 김범우(?~1786)의 집이 있던 곳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성당 터가 역대 왕들의 어진(초상화)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영희전을 가까이서 내려다보는 자리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고, 토지 소유권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제동을 걸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가 항의한 끝에 삽을 뜨는 등 착공 전에 양측의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전체 모습을 보면 명동대성당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라틴크로스의 평면에 교회의 권위를 표현한 종탑을 정면에 배치한 형태로 돼 있다. 위치 선정에서부터 디자인까지 성당 자체로 강력한 선교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명동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서명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당 내부에서는 우선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끈다. 19세기 유럽의 전형적인 표현 양식을 보여준다. 작품 표면에 새겨진 'GESTA Freres'라는 서명을 통해 프랑스 남부 툴루즈 지방의 제스타 공방에서 제작해 성당을 완성할 때 설치한 것으로 추정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절반 이상 훼손됐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당시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이남규(1931~1993) 작가가 한 차례가 복원 작업을 했고 2007년에 2차 보수작업을 했다.

'청동 정문'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당의 중앙문인 '청동 정문'은 한국 천주교의 초기 역사를 보여주는 디자인으로 1987년 제작됐다. 조선 최초의 성사(聖事)를 집전하고 선교 활동을 하다 신유박해 때 사형당한 중국 출신 주문모(1752∼1801) 신부와 다산 정약용의 셋째 형으로 평신도 단체인 명도회 회장을 지낸 정약종(1760~1801) 등의 모습이 문에 담겨 있다. 최의순 작가는 이 문을 만들기 위해 1년여 동안 한국 천주교회사를 연구하며 여러 성지를 찾아가 순교자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승훈 베드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구 스타일 건물이지만 잘 찾아보면 한국화도 있다. 바로 황창배 작가가 1984년 완성한 수묵담채화 '이승훈 베드로'다. 이 작품은 1783년 중국 베이징 남천주당에서 조선 최초로 천주교 세례를 받은 교인 베드로 이승훈(1756∼1801)이 도포 차림으로 서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갓을 쓴 남성들이 김범우의 집에 모여 교리 공부하는 모습을 묘사한 '명례방 천주교 집회도'(1984년)도 흥미롭다. 복장을 통해 서로 다른 계층이 모였음을 알 수 있다. 선교사가 입국하기 전부터 진리를 갈구하던 학자들에 의해서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등 가톨릭의 자생적 전파를 압축적으로 그렸다.

지하성당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명동대성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바로 지하성당에 있는 성해실이다. 기해박해(1839년)·병인박해(1866년)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지하성당은 명동대성당의 특징인 늑골궁륭 구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늑골궁륭은 늑재궁륭이라고도 불리는데 지지물을 연결하는 늑골이나 아치들의 뼈대가 있는 궁륭(돌이나 벽돌 또는 콘크리트의 아치로 둥그스름하게 만든 천장)을 의미한다.

이밖에 이탈리아 화가 주스타니안이 한국 순교자의 모습을 그린 최초의 순교화인 '79위 복자화'(1926년),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을 지낸 장발(1901∼2001)이 예수의 열두 제자에 사도 바오로와 성 바르나바를 추가해 그린 유채화 '14사도화'(1926년)도 성당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14사도화'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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