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韓정서 알릴게요"…카네기홀 오르는 피아니스트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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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 장군을 기리는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가 세계 최대 공연장인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울려 퍼진다.
현대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한지민이 오는 11월 24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젠켈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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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 장군을 기리는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가 세계 최대 공연장인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울려 퍼진다.
현대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한지민이 오는 11월 24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젠켈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한국과 미국의 현대음악들이 연주될 이번 공연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작곡가 박희정의 '파랑새 조곡'(The Little Blue Bird Dance Suite)이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토대로 만든 곡으로, 사냥꾼에게 쫓기다 죽음을 맞는 어린 파랑새의 비극을 통해 '약자에 대한 폭력'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모든 연주자의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을 밟게 된 한지민은 지난 13일 연세대 음대 강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국의 클래식 팬들에게 한국인의 정서를 제대로 알리고 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지민은 '파랑새 조곡'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가 한(恨)이자 동시에 희망과 행복에 대한 갈망으로 해석했다. 그는 "파랑새는 한민족의 한을 표현하지만, 서양에서는 희망과 행복을 상징한다"면서 "외세의 잦은 침략을 견뎌내면서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평화를 사랑하는 한민족의 감성을 미국 관객에게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해 카네기홀에 서는 만큼 미국 관객에게 한국 현대음악의 높은 수준도 제대로 알리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한지민은 이번 공연에서 통영국제음악제 음악감독인 진은숙의 '피아노 에뛰드' 6곡 전곡을 연주한다. 곡마다 고난도의 피아노 연주 기술을 요구하는 작품이어서 보통 6곡 중 한두 곡을 따로 떼어내 연주하는데, 한지민은 이번에 6곡을 연이어 연주할 예정이다.
한지민은 "지난해 중국 항저우 현대음악 페스티벌에서 초연해 중국 관객들로부터 호평받은 작품"이라며 "악보를 앞에 두고 연주하는데도 미리 암보(악보를 외우는 일)하지 않으면 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로운 곡"이라고 소개했다.
작곡가 김범기의 '피아노 솔로를 위한 물결'(The Wave for Piano Solo)도 미국 관객에게 처음 소개된다. 한지민은 "잔잔한 물결이 점점 큰 파도를 이루고 마침내 폭풍우를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며 "거대한 물결을 뚫고 아침 해가 모습을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이 사람의 삶과 닮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의 공연을 70여일 앞둔 한지민은 모교인 연세대 음대 강의가 있는 수요일을 제외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어떤 무대든 주눅 들지 않는 강인한 성격을 지닌 그에게도 세계 최대 공연장인 카네기홀 무대는 내심 부담스럽다고 한다. 한지민은 "9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해 정신없이 바쁘지만, 개인 시간을최대한 줄이고 연습에만 치중하고 있다"면서 "자고 먹는 시간 외에는 오로지 연습으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준비 와중에도 본업인 강의는 차질 없이 챙기고 있다. 2019년 미국 하트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연주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지민은 지난 2022년 귀국해 연세대 음대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지민은 "피아노 연주는 물론 음악 이론 등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 후학 양성에도 관심이 많다"면서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여러 꿈 중 하나를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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