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 vs 시행"...칼자루 쥔 민주당, 연휴 뒤 끝장 승부
정치권에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2020년 말 금투세 신설의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후 한 번의 유예를 거쳐 2025년 시행을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여권에서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국내 상장 주식 및 관련 펀드 등의 양도차익으로 인한 금융소득이 5000만원을 넘길 경우 과세된다. 소득이 3억원 이하일 경우 5000만원을 공제한 후 금투세 20%와 지방소득세 2%가 합해져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3억원을 초과하면 공제 후 27.5%의 합산세율이 적용된다. 해외주식·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의 경우 금융소득이 250만원을 넘기면 과세 대상이 된다.
가령 한 개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에 투자해 총 1억원의 수익을 얻었다고 가정하면 공제금액 5000만원을 제하고 나머지 수익 5000만원에 대해 22%의 세율을 적용, 단순 계산해 1100만원의 세금을 내는 식이다. 현재는 국내 주식 매수·매도시 각각 '거래세'가 0.18%(2024년 기준) 부과될 뿐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의 실현 수익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은 없다.
없던 세금이 신설되는 만큼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제도 시행을 불과 3개월 여 앞둔 시점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 내 분위기는 내년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파악됐었다. 이런 분위기 속 당내 찬반 논의에 불씨를 먼저 던진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취재진들로부터 금투세 관련 질문을 받고 "시기 문제에 있어서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며 "원론적으로는 (금투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폐지는 신중해야겠지만 주식시장 악화의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시장이 조금 올랐는데 세금을 부과하면 (투자자들이) 억울할 듯하다. 시행 시기의 문제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히면서다. 이 대표가 사실상 금투세 시행 유예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왔다.
이 대표의 이 발언 당시 코스피 지수는 2867.99(종가)였지만 현재는 당시보다 11.4% 내린 2575.71로 시장 상황이 더 나빠졌다. 투심 악화와 함께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 속 민주당 내 금투세 시행 유예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공개적으로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금투세 문제는 부자감세가 아니라 '우리 주식시장이 담세체력을 갖추었는가'의 관점에서 보아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본시장 개혁방안이 우선적으로 처리되고 이를 통해 우리 주식시장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이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시장만큼 개선되지 않는 한 금투세 도입을 미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금투세 도입 유예가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증시의 담세 능력에 의문을 표한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 나스닥 시장 연평균 수익률은 14.4%, S&P500 시장은 10.9%인데 비해 한국 코스피는 3.3%에 불과했다.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갇힌 시장에 세금까지 신설되면 투자 매력이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단 뜻이다.
이소영 의원은 우리 증시에 금투세가 도입되는 것을 두고 "비포장 도로에 통행료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따라서 상장사 이사회가 회사 뿐 아니라 주주들에 대해서도 충실의무를 져야 한다는 상법 개정이 먼저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연희 의원도 "한국 주식시장이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침체 상황에서 금투세 과세 주장이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윤석열정권의 경제실패와 대외 환경에 비추어 당분간 주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한국 주식시장 부스트 업을 위해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와 세제혜택 강화,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금감면,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들의 배당금 확대,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확대 등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먼저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금투세 도입이 소수의 부자들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들이 나온다. 정일영 의원은 "주식시장은 서민 중산층의 계층이동 사다리다. 한국에서 주식투자는 '내집 마련'으로 가기 위한 자산증식 방법 중 하나"라며 "문제는 금투세가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앗아갈 수 잇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의 기대수익 상실은 곧 내 집 마련 등 미래에 대한 상실감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2020년 여야가 금투세 도입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그 사이 팬데믹(대유행) 시기를 거치며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한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9년 614만명에 불과했던 주식 투자자 수는 2022년 1441만명으로 급증했다.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에 도입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과세 체계의 합리화 뿐만 아니라 '소득 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원칙을 이유로 든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금투소득세와 금융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한 연속세미나'에서 "금투세가 아닌 금융투자소득세라 불러달라"며 "금투소득세는 양도소득세처럼 소득에 과세하는 것이다. 금투소득세는 '막대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란 원칙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금투소득세가 무조건 차익이 났다고 과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산층 이하 재산 형성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폭넓게 준다"고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소영 의원과 SNS 상에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지난 11일 "주식시장의 체력이 좋지 않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이렇듯 체력이 좋지 않은 시장에서도 수익을 올리는 큰 손들은 있고 이들에 세금을 부담할 능력은 충분하다. 5000만원 초과소득의 최대 27.5%에 불과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빈부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조세의 소득 재분배, 자산 재분배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금을 내야 하고 또 낼만한 이들에게 과세하는 것이 시장을 더 후진적으로 만드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진 의원은 금투세가 '비포장도로에 통행료를 매기는 것'이란 이 의원 비유에 대해서도 "통행이 불편하다 해도 그 도로를 이용해 이동시간 단축 등 편익을 봤다면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다시 "비포장도로에 통행세 걷지 말라고 한 취지는 그 도로가 울퉁불퉁 불편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바로 옆 '아우토반' 같은 대체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차량들이 바로 옆 아우토반으로 빠질 것이 분명하고 우리 도로는 통행량이 줄어 한산한 비인기 도로가 될 것이란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맞받아 눈길을 끌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금융회사들은 금투세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정기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변화가 주가조작을 방지해 시장을 더 건전하고 투명하게 만들 것이란 주장도 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비공개 주식 정보를 둘러싸고 작전 세력들이 주식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게 현재 대한민국 주가가 저평가된 근본적 원인"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사람은 주가 조작을 통해 부를 축적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분들이 본인들의 치부를 이야기하기 어려우니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찬반을 나눠 2대2(또는 3대3) 그룹 공개 토론을 진행할 것으로 예고했지만 여기서 결론이 날지, 또한 토론 결과가 당과 야당 기재위원들이 입장을 정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공개 토론보다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 전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소영 의원은 "저는 지금까지 한 달 넘게 의원들이 모여서 이런 논쟁을 할 수 있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해 왔다"며 "지금이라도 24일 공개토론과 별개로 의원들이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정책의총을 소집해 달라. 저도 예정된 출장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어떤 일정을 제시하셔도 맞추겠다.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추석 연휴 직후 각자 지역에서 듣고 온 추석 민심을 갖고 정책의총을 하자"고 제안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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