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짜리 지방의회 첫 ‘의정연수원’…기후 대응 예산 12억은 전액 삭감 [오상도의 경기유랑]

오상도 2024. 9. 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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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지방의회 첫 ‘의정연수원’ 2027년 설립 추진
연면적 2만㎡, 교육·휴양 병행 예상…조례 제·개정 필요
태양광 예산은 전액 삭감…“도지사 성과 위한 폭탄 돌리기”
道 복지예산 확대도 경계 목소리…지역개발기금 도마 위에
예산 뒤늦은 심의에 공무원 ‘볼멘소리’…“갑질 행태 멈춰야”

전국 최대 규모의 경기도의회가 지방의회 가운데 처음으로 ‘의정연수원’ 설립을 추진한다.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잡은 연수원 건립은 김진경 의장의 공약사업으로 도의원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도의회에 따르면 이번 연수원 설립에는 최소 900억원가량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지난 4월 용역을 의뢰받은 경기연구원은 의정연수원 설립 필요성과 국내외 사례분석, 건립 규모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말 1차 용역이 마무리되면 연수원 건립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 정부기관 콘도식 연수원 벤치마킹?…재원·예산↑ 불투명

중간 용역 결과, 연수원은 부지 면적 3만6000㎡에 교육연수시설과 숙박시설 등 연면적 2만㎡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 과정에서 사업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사업 기간과 입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비용 증가를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를 위한 2차 연구용역을 마치고 후보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연수원 개원까지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와 관련 조례 제·개정, 설계 공모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도의회는 의정연수원과 함께 의정연구원(연구센터)도 운영하기로 하고, 설립 타당성 연구 및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도의회와 시·군의회, 의회사무국 직원 등 7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선 77.2%가 연수원 설립에 찬성했다. 64.5%는 교육과 휴양 기능 병행을 선호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정부기관의 공공연수원처럼 관광지역에 휴양시설을 갖춘 콘도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도의회가 이 사업의 추진을 위해 활용할 예산의 재원(財源)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도의회 관계자는 “의정연수원의 경우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도의회 산하기관으로 설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법 개정 전에는 의회 사무처 내 의정연수담당 부서를 신설해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도의회가 최근 정쟁으로 의사 일정을 미루고 민생예산 처리에 더딘 행보를 보이거나, 경기도와 김동연 지사 관련 예산을 잇달아 삭감한 건 상반된 행보로 지적받는다.

앞서 도의회는 고양 K-컬처밸리 사업의 협약 해제를 둘러싼 행정사무조사 안건 처리를 두고 여야 간 이견으로 임시회 파행을 겪었다.

이달 임시회 개회일인 2일부터 갈등을 빚으며 경기패스·지역화폐 등 민생사업 예산 심의와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등이 줄줄이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이달 11일에야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하며 23일 원포인트 임시회 개최를 약속했지만 당분간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도의회 청사. 연합뉴스
당장 공무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뒤늦게 이달 13일 상임위원회별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마치고 19일부터 사흘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하면서 도 본청 4000여명과 도의회 500여명, 도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의 추석 연휴가 틀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은 추석 당일과 이튿날에도 출근해 심의를 준비해야 한다.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했고, 도청 내부 게시판에는 공무원의 ‘쉴 권리’를 침해했다며 도의원들을 성토하는 글이 이어졌다. 한 도청 직원은 “일주일 넘는 시간을 흘려보낸 도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직원들의 추석 명절을 깨뜨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도 성명을 내 “도의회 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쟁 속에서 공무원과 그 가족이 희생되는 이 상황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도의회는 여전히 중복되는 불필요한 자료 요구와 무분별한 개별 업무보고 요구로 공무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런 구태의연한 갑질 행태를 이제 멈춰야 한다. 회기 중 수많은 공무원을 불러다 하루 종일 대기시키고 제때 퇴근하지 못하게 하는 관행은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K-컬처밸리 사업 행정사무조사를 두고도 “1400만 도민을 대변하는 행위인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인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 앞줄 네 번째)와 오후석 경기도 제2부지사(오른쪽 앞줄 세 번째), 도청 직원 등이 지난 2월 경기도 북부청사 태양광 발전소 현장에서 ‘공공기관 RE100 1호 발전소’ 설치를 선언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노조 “K-컬처밸리 사무조사, 대기업 이익 대변하는 것인가”

일각에선 도의회 야당인 국민의힘이 도가 복지예산을 과도하게 확대한다며 번번이 제동을 거는 것도 회자된다. 주된 표적은 김 지사의 역점사업인 기회소득과 관련된 예산들이다.

기후위기 대응 예산도 예외는 아니다. 도의회는 최근 12억원 안팎의 태양광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 예산은 공공기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관련 사업과 연관된 것으로, 도의회는 도지사가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해 ‘빚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는 이 예산으로 내년 5월까지 의정부 북부청사 주차장 2076㎡에 442㎾ 규모의 발전설비를 추가 설치해 이곳의 내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0%로 높일 계획이었다. 김 지사가 사업 예정지를 방문해 ‘공공기관 RE100 1호 발전소’라고 선언할 만큼 관심을 기울여온 사업이다.

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달 12일 심의과정에서 일반회계와 별도로 운영되는 ‘지역개발기금’이 태양광 설치에 활용된 것을 지적했고, 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전액 삭감을 결정했다. 

지방공기업 및 지역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 본래 목적대로 집행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전임 이재명 지사의 재난기본소득 집행을 예로 들면서 지역개발기금 1조5000억원 융자로 피폐해진 도 재정을 적시했지만, 전임 지사 당시 이를 제대로 지적하고 시정하지 못한 책임 역시 도의회는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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