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현주소②] 동료→적 '표절 시비' 밥그릇 싸움, 왜?
한솥밥 먹다 적으로…치열해진 경쟁, 이젠 생존 싸움
퇴사 후 게임 개발했는데…유사성 논란 '다크 앤 다커'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국내 게임산업이 표절 시비로 얼룩지고 있다.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라 불리는 게임의 저작권 이슈부터, 게임사와 퇴직 개발자 간 영업비밀 침해 이슈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진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엔 주로 중국 게임사에 대한 분쟁이 많았다면, 최근엔 국내 게임사 간 법적 다툼이 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레드랩게임즈·카카오게임즈·웹젠과 '리니지' IP를 둘러싼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넥슨은 '다크앤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솥밥 먹던 사람들이…왜 그러는 걸까
실제 올해 국내 게임사 상당수가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감축을 추진했다. 시장은 정체됐는데 최근 몇 년 새 과도하게 확장한 사업과 인력 규모가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1840억 달러(약 248조 4000억 원)로, 2022년에 비해 0.6% 성장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 모바일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수행게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의 '리니지' 시리즈가 잇따라 흥행을 거두면서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모방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많아졌다"며 "이로 인해 특정 장르와 시장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비슷한 게임들에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시장이 위축되는 악순환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엔씨의 '리니지' 지키기…카겜·레드랩·웹젠과 분쟁
시장은 유사한 MMORPG 장르의 게임과 과도한 과금 경쟁까지 부추기는 '페이투윈'(Pay To win) 요소에 더 이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리니지'만의 특색을 잃은 엔씨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저작권 침해 이슈에 대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지난 3월 "게임 표절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개발자들이 혼을 넣어서 만든 게임을 카피(표절)하는 것은 게임 개발자들의 의욕을 상실 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엔씨는 법적인 권리 침해가 명백하면서도 그 표절 정도가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한 게임들을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레드랩게임즈, 카카오게임즈, 웹젠이 대상이다.
지난 2월에는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하드코어 MMORPG '롬(ROM: Remember Of Majesty)'이 자사 '리니지W'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양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송을 냈다. 엔씨는 "MMORPG 장르가 갖는 공통적, 일반적 특성을 벗어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엔씨의 IP를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롬은 출시 직후 한국·대만 양대 마켓에서 인기 1위를 차지했고, 한때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도 글로벌 출시 200일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서비스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신현근 레드랩게임즈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엔씨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 부분은 오랫동안 전 세계 게임에서 사용해 온 '통상적 게임의 디자인' 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에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하고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아키에이지 워'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했다. 엑스엘게임즈 창립자인 송재경 CCO(최고창의력책임자)는 김택진 엔씨 대표의 과거 동료이자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직접 개발한 1세대 개발자다.
지난 2021년 6월에는 웹젠이 서비스 중인 'R2M'에서 엔씨의 '리니지M'을 모방한 듯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확인했다며 저작권 침해 중지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최근에는 서울고등법원에 'R2M' 서비스 중단과 총 600억원의 배상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퇴사 후 게임 개발했는데…유사성 논란 '다크 앤 다커'
넥슨에서는 내부의 신작 프로젝트가 퇴직 개발자들에 의해 외부에서 제작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넥슨은 PC게임 '다크 앤 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와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벌이고 있다. 넥슨은 '다크 앤 다커'가 자사의 신작 프로젝트였던 'P3'와 유사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아이언메이스는 순수 창작물이라 맞서는 상황이다.
‘다크 앤 다커’는 정통 판타지 세계 속 던전을 탐험하며 몬스터 또는 다른 플레이어와 생사를 겨루며 던전을 탈출해 보상을 얻는 게임이다. 지난해 테스트에서 최고 동시 접속자 10만, 누적 이용자 200만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위반으로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삭제됐다가 현재는 무료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넥슨은 자사 P3 프로젝트 개발 중 현재 아이언메이스 관계자이자 당시 넥슨 직원인 A씨가 소스코드와 빌드 등을 포함한 수천개의 파일, 대부분의 프로젝트 개발정보를 개인 소유의 외부서버에 무단 반출했다고 주장한다.
P3는 2019년 11월 넥슨에서 LF 프로젝트로 시작해 여러 개발 단계를 거치며 수년 동안 기획 및 검증된 결과물이며, 수많은 회사 내부 회의에서 당시 P3 게임 개발자이자 현 아이언메이스 소속 개발자가 직접 밝힌 P3의 수많은 구성 요소가 '다크앤다커'에도 동일하게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넥슨은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의 핵심 기능인 '탈출 포탈'에 대해 "P3 게임의 원시 버전에서부터 포함됐으며, 이러한 탈출 요소에 대해선 당시 넥슨 내부 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며 "이에 실제 '탈출 포탈'은 개발 단계의 실행 파일과 게임 제작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고, '탈출 로프' 또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반면 아이언메이스 측은 "다크앤다커는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게임이며, 넥슨코리아의 P3 게임은 배틀로얄 장르이므로 서로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P3 게임은 넥슨코리아 스스로가 중단한 프로젝트"라며 "넥슨코리아는 피고의 징계 해고 이후에도 P3 프로젝트를 지속할 충분한 자원과 인력, 그동안 개발해 온 결과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P3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을 배제하는 등 자의적인 판단 아래 P3 프로젝트를 중단했음이 자신들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측의 민사소송을 병합해 오는 10월 24일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를 모방한 게임이 외부 개발사에서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바탕 논란이 됐다. 블루아카이브의 박병림 PD를 비롯한 주요 제작진이 넥슨게임즈 퇴사 후 지난 4월 설립한 '디나미스 원'의 신작 '프로젝트 KV'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디나미스 원 측은 '프로젝트 KV'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젝트 KV'는 블루아카이브의 공식 후속작도 아닌데, 컨셉과 아이디어가 유사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원작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이에 디마니스 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 또한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블루아카이브)의 팬 여러분께도 폐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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