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후 아시아 여성미술가 60여팀 작품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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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아시아 주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하고 동시대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 주요 여성미술가 60여명(팀)의 작품 160여점을 그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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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60년대 이후 아시아 주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달 3일 시작한 '접속하는 몸 - 아시아 여성미술가들' 전시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과 '신체(몸)', '아시아'를 키워드로 신체의 여러 의미와 가치에 주목했던 아시아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살핀다
전시는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하고 동시대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 주요 여성미술가 60여명(팀)의 작품 160여점을 그러모았다.
전시는 김혜순의 시 '마녀 화형식'을 해석한 박영숙의 사진 작품 '마녀'로 시작한다. 상반신을 드러낸 채 명동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정강자의 1973년작 '명동'이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면 이데미츠 마코의 '가정주부의 어느날'(1977)이나 윤석남이 김혜순의 시 '엄마의 식사준비'를 해석한 그림은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일종의 문화 비평이다. 필리핀 여성미술그룹 카시불란의 공동 창립자인 브렌다 파하르도는 홍콩, 대만, 일본에서 생활했던 필리핀 여성들의 삶을 타로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역시 카시불란의 창립자 이멜다 카지페 엔다야는 핵발전소 반대 운동과 반독재 운동 등을 소재로 한 대작들을 선보인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영역이나 이미지를 다루면서 성(性)을 둘러싼 사회 규범에 물음을 던졌던 작가들도 있다. 1965년 자신의 성기에 붓을 꽂고 그림을 그렸던 구보타 시게코의 퍼포먼스 '버자이너 회화'를 기록한 이미지, 다베 미츠코의 '인공 태반', 구사마 야요이의 1967년 퍼포먼스 영상, 인도네시아 작가 아라마이아니의 '마음의 생식 능력을 막지 마시오' 등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이 전시에 나왔다.
인간의 몸과 고대 우주론을 연결해 신체를 하나의 소우주로 인식했던 중국 작가 궈펑이의 회화, 이불의 분홍색 몬스터 조각, 인도 작가 바티 커의 조각, 인도 작가 므리날리지 무커르지의 오브제 등은 아시아 각국의 민간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나 샤먼을 소재로 삼거나 신체를 우주의 축소판으로 바라본 작품들이다.
여성 작가들은 신체를 이용한 퍼포먼스로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기도 했다.
싱가포르 작가 아만다 헹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벌어진 집단 해고에 주목해 거리에서 벌였던 '걸어갑시다' 퍼포먼스, 인도 여성미술의 대모 우말리의 '황후의 새옷', 한국 최장수 여성미술그룹인 '입김'이 2000년 유교 가부장 문화의 상징적 장소인 종묘에서 시도했으나 무산됐던 '아방궁 종묘점거 프로젝트', 오염된 강을 씻어내는 중국 작가 인시우전의 1985년 '강을 씻기' 퍼포먼스, 1989년 자기 작품 '대화'에 실제 총을 쐈던 중국 작가 샤오루의 퍼포먼스 등이 영상과 사진기록으로 소개된다.
인도네시아 작가 멜라티 수료다모의 '지워버려, 하지만 눈물은 지우지마! 지워'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작업이다. 작가가 가로 6m, 세로 1.2m 크기 종이에 연필과 목탄으로 그린 드로잉을 관객이 전시장에서 지우개로 지우며 완성되는 작업이다.
상당수 작품은 이번 전시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류준화의 회화 '붉은색 살코기'(1992)는 그동안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가 작업실에서 발굴됐다. 구보타 시게코의 '뒤상피아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궈펑이의 회화, 이멜다 카지페 엔다야의 작품 등이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배우 이청아가 오디오 가이드에 목소리를 재능 기부했다. 전시는 내년 3월5일까지.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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