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더 그리운 고국의 가족…"9년째 아내·아이들 못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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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시리아에서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온 라연우(31)씨는 헤어졌던 가족들을 지난 1월 튀르키예에서 만났다.
라씨의 경우 2020년 귀화를 통해 인도적 체류자에서 한국인이 되면서 뒤늦게라도 가족과 만남이 가능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마저도 꿈꾸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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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2012년 시리아에서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온 라연우(31)씨는 헤어졌던 가족들을 지난 1월 튀르키예에서 만났다. 한국으로 온 지 12년 만이었다.
꿈에 그리던 가족과의 만남이었지만 너무 오랜만이어서 라씨는 어색한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분명 내 부모님인데 그냥 낯선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았어요. 부모님은 나이가 많이 드셨고 아주 어렸던 동생들은 어느덧 청년이 돼 있었고요. 이게 맞는 건가. 많이 우울했죠."
그런 라씨에게 추석을 비롯한 한국의 명절은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유독 많이 드는 기간이다.
라씨는 "여기저기서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좀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은 부모님과 같이 보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라씨의 경우 2020년 귀화를 통해 인도적 체류자에서 한국인이 되면서 뒤늦게라도 가족과 만남이 가능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마저도 꿈꾸기 힘든 상황이다.
2015년 예멘을 떠나 한국으로 온 하산(Hassan·가명)씨가 그렇다. 국내에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생활하고 있는 그는 9년째 고국에 남겨두고 온 아내와 세 아이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하산 씨는 지난 6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과 함께 인도적 체류자의 가족 재결합을 보장해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하산 씨를 비롯한 진정인들은 인도적 체류자도 난민과 같은 수준의 가족 결합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난민 인정을 받은 경우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한국에 데려올 수 있지만 인도적 체류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종찬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는 '종이 한 장' 차이인데도 가족결합에 대한 권리가 다르다"며 "인도적 체류자도 고국에서의 위험을 인정받아 체류를 허락받은 이들인 만큼 가족결합 권리는 같은 수준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민법상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신분,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된 이들을 말한다. 심사를 거쳐 난민 인정을 받으면 한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 기초생활보장, 교육보장을 받게 된다.
난민이 너무 많아지면 안보와 치안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부도 이런 여론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심사한다.
난민에 해당하지 않지만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 그 밖의 상황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된 이들은 난민법상 '인도적 체류자'로 규정돼 국내 체류를 허가받는다.
이 변호사는 "인도적 체류자 중 소송을 하면 난민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명확한 기준이 아닌 난민 숫자를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인도적 체류 허가만 내주는 것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난민인권센터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신청자는 1만8천838명, 인정자는 101명이다. 인정률은 0.54%에 그쳤다.
이 변호사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봐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비정상적"이라며 "난민 인정률을 높이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인도적 체류자도 가족 결합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이주민의 경우 국내 커뮤니티가 잘 조성돼있지만 난민이나 인도적 체류자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가족이 있으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성장하면서 인간관계가 훨씬 확장돼 한국 정착이 한결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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