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성태윤② “금리 인하 선제적이라기엔 늦었다… 하반기 내수도 금리가 좌우할 것”
“기업 영업이익 증가... 세수확보 청신호”
“현재 글로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통화 정책이 조금은 선제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선제적이라고 하기엔 좀 늦었다.”
내수 진작은 올 하반기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금리 인하는 내수 회복을 위한 열쇠다. 금리 인하는 경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득 재분배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 8월 하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인하 타이밍’을 실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내수 부진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통령실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조선비즈 본사에서 만난 성태윤(54)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금리를 인하할 여건이 됐다”고 했다. 또 “가계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 “내수 활성화의 핵심도 금리”라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입장을 냈다.
“금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에 대통령실이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다. 다만 시장 상황을 짚어 보겠다. 글로벌 시장의 통상적인 통화 정책 경로나 흐름을 고려할 때, 국내 시장의 통화 정책은 조금 선제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선제적’이라고 하기에도 좀 늦은 정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늦었다고 보는 이유는.
“주요국이 통화정책 피봇(pivot, 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가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8월 5.25%에서 5.0%로, 뉴질랜드는 5.5%에서 5.25%로, 캐나다의 경우 이달 들어 4.5%에서 4.25%로 전환을 했다. 미국도 곧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달(9월)에 금통위 회의가 없다. 즉 (금리를) 움직여도 10월이 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분위기인 것은 맞다.”
─우리도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0%까지 내려왔다. 대부분 주요국이 우리나라 보다 물가가 훨씬 높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현재 우리 정도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국가가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즉 충분히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수출 실적도 역대급으로 좋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경기가 좋다고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금리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인하하면 실제 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금통위는 금융안정, 즉 가계부채 측면이 우려된다며 금리를 동결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가계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본다. 가계 부채 총량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계부채 절대 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 부채 총량이 아니라 경제 규모 등 부담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그래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봐야 한다. 이는 2022년 2분기 97.9%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같은 해 4분기 97.3%, 2023년 93.5%, 올해 1분기에는 92.1%로 줄었다. 특히 1분기 수치는 구(舊) 계열(BIS 개편 전) 기준으로도 100%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8월에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가 시작되는 9월이 되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려서다. 결국 가계부채는 계속 관리를 해야 하지만 실수요자 대출을 억누르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가계 부채는 부동산 시장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주택 시장도 불안한 것 아닌가.
“부동산 가격 움직임을 보면 서울 수도권 주요 지역의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세가 있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오히려 하락했거나 보합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8·5대책을 발표한 이후 3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다. 그럼에도 주택 가격 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같은 정책 대출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데 제가 보기엔 아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 9억 이하 주택으로 대상이 한정돼 있는데다, 서울 지역 대출 수요는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했다. 따라서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세수가 부족할 거라고 우려한다.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견해는.
“세수 부진의 원인을 보면 힌트가 있다. 그동안 세수가 줄어든 데에는 법인세 영향이 컸다. 작년 상반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19조원 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는 63조원이다. 3배가 넘는 수치다. 세수 확보에 청신호라고 봐야 한다.
영입이익뿐만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흐름이나 소비, 물가, 수출입, 고용 등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봤을 때 내년 세수는 큰 무리가 없이 걷힐 것으로 본다.
재정적자를 문제삼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정부에서 넘긴 빚이 경제 운영에 부담을 준 측면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리거나 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의 영업이익이 줄어 세금이 좀 덜 들어왔다고 지출을 무리하게 줄이는 것은 좋지 않다. 관리 가능한 수준의 적자라면 재정을 쓰는 것이 추후 세수를 확보하고 경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할까.
“사실 내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상환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작은 조정’이지만 시스템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소비진작책 보다도 금리 인하 이슈가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한국은행 결정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고 정부가 나서서 각종 소비 지원책을 쓰는 거다. 예를 들어 추석 관련해서는 성수품을 공급하고 할인 지원도 역대 최대급으로 했다.
내년 이야기이긴 하지만 약자복지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으로 올린 것도 다 소비로 돌아갈 돈이라 도움이 될 것이다.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배달료 신규 지원, 소상공인 금리 부담 완화, 전기료 지원 등 역시 소비 진작책의 일환이라 보면 된다.”
☞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 1970년생(54) ▲ 연세대 경제학과 ▲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 ▲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팀 부연구위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조교수 ▲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2023년 12월 28일 대통령실 정책실장 임명
[대담 : 이재원 경제정책부장, 정리 : 이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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