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의 '타이거즈 구원왕' 예약한 정해영 "이제는 욕심나죠"[인터뷰]

권혁준 기자 2024. 9.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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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임창용 이후 최초…"선배님 발목이라도 따라가야"
"마무리투수는 결국 결과…안 다치고 매년 결과 내겠다"
26년 만에 '타이거즈' 소속 구원왕에 근접한 정해영. / 뉴스1 DB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강력한 MVP 후보 김도영, '베테랑의 힘' 최형우, '대투수' 양현종,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까지. 올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둔 KIA 타이거즈엔 '주역'으로 꼽을 이름이 많다.

그 리스트에 뒷문을 책임지는 정해영(23)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오랫동안 '적임자'가 없었던 KIA의 마무리투수 자리를 입단 2년 차부터 맡기 시작해 올해로 4시즌째 활약 중이다.

그동안은 '타이틀'과 인연이 없었는데, 올 시즌엔 구원왕도 눈앞에 두고 있다. 13일 현재 2승3패 30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 중인 정해영은 오승환(삼성·27세이브)을 따돌리고 이 부문 선두에 올라있다. 오승환이 마무리 보직을 내려놨고 3위 박영현(KT·24세이브)과는 격차가 크기에, 사실상 구원왕을 예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해영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시즌 중반만 해도 개인 타이틀보다는 팀 성적이 우선이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선 솔직히 타이틀도 욕심이 난다"며 "동료들이 모두 잘해준 덕이라 더 기쁘다"고 했다.

마무리투수 첫 시즌이던 2021년 기록한 개인 최다 34세이브도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재 매직넘버가 '6'인데, 내가 35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우승까지 확정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며 웃었다.

특히 정해영이 구원왕을 차지할 경우 KIA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쓰게 된다. KIA는 '해태' 시절이던 1990년대 선동열과 임창용 등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를 보유했던 팀이다. 선동열은 1993년과 1995년, 임창용은 1998년에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입단 2년차부터 4년째 마무리투수로 활약 중인 KIA 정해영.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이후 진필중, 한기주, 유동훈, 김세현, 윤석민, 문경찬 등이 마무리로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26년간 누구도 '구원왕' 타이틀을 가져가진 못했다. 그러다 2001년생의 어린 정해영이 이 숙원을 풀어낼 수 있는 위치에 왔다.

정해영은 "대단한 대선배님들과 함께 이름이 거론되는 자체로도 기분이 좋다"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그 선배들과 함께 언급되기엔 갈 길이 멀다.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표현은 좀 그렇고, 발목 정도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겸손한 답을 내놨지만 정해영이 어린 나이부터 마무리 경력을 쌓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동열, 임창용의 위업에 도전하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정해영도 "물론 모든 마무리투수가 시즌 시작할 때는 구원왕을 목표로 할 것 같다. 나 역시 매년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시즌 정해영은 부침을 겪었다. 3승 4패 23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으나, 구속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랬기에 비시즌을 더욱 혹독하게 준비했고,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회복했다. 전력 보강이 특별히 없었던 KIA가 표면적으로 강하게 느껴진 이면엔 정해영의 반등이 크게 작용했다.

정해영 스스로도 "작년 아쉬운 시즌을 보내면서 독하게 마음을 먹고 준비했다"면서 "올해 잘 됐지만 그래도 만족 없이 더 성장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부상을 딛고 구원왕에 도전하는 KIA 정해영. /뉴스1 DB ⓒ News1 황희규 기자

준비는 잘했지만 부상을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정해영은 올 시즌 6월 어깨 부상으로 한 달가량 전력에서 빠졌다. 데뷔 이래 가장 길게 부상으로 이탈한 시간이었다.

그는 "다른 필승조 형들이 힘들어하고 과부하가 걸리는 게 내 눈에도 보여서 괴로웠다"면서 "어떻게든 빨리 돌아가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잘 됐다"고 돌아봤다.

어린 나이지만 이미 마무리투수 경력이 꽤 많이 쌓인 정해영은, 이미 꽤 많은 노하우를 쌓고 철칙도 가지고 있다.

그는 "마무리투수는 결국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만 하는 위치"라면서 "과정도 좋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불리한 상황에서도 대담하게 자신의 공을 던질 배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마인드 역시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정해영은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기는 굳이 영상을 다시 찾아보지 않고, 포수 형들이나 코치님들께 물어본다"면서 "잘한 경기는 영상을 보면서 어떤 게 좋았는지 확실하게 확인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꾸는 KIA 정해영. /뉴스1 DB ⓒ News1 김성진 기자

지난 시즌의 부진과 올 시즌의 부상까지 이겨내고 26년 만의 '타이거즈 구원왕'을 눈앞에 둔 정해영. 그의 올 시즌 남은 목표는 당연히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정해영은 "정규시즌 1위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유리한 고지를 밟는 게 의미 있다"면서 "그래도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팀원 모두가 똘똘 뭉쳐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마무리투수'이기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한다고.

정해영은 "생각만 해도 정말 기분이 좋다"면서 "물론 긴장도 많이 되겠지만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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