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軍장병들 “명분 없는 계엄령 누가 따를까요”···野 동의 없이 ‘불가능’[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헌법 제77조 따라 국무회의 의결로 선포
언론·출판·집회 등의 기본권조차 제한돼
국회 계엄 해제 의결시 무조건 수용해야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은 ‘탄핵소추’ 대상
“요즘 어떤 세상인데 명분도 없는 계엄령을 따를 장병이 얼마나 있을까요”
“야당의 일방적 억측 같은데 괴담을 퍼트린다고 젊은 세대가 믿겠습니까”
“가짜뉴스 아닌가요,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정말 황당한 얘기 같습니다”
야당발로 때아닌 계엄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두고 최근 기자가 만난 군 장병들은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MZ 세대’ 장병들에게 느껴지는 야당이 제기하는 계엄령이 현실화 가능성은 그야말로 불가능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정부 수립 이후 제1공화국이 출범한 다음 지금까지 모두 16번의 계엄령(비상계엄 12번·경비계엄 4번)이 선포됐다.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민주화가 정착되기 시작한 지 35년이 넘고 MZ 세대즐비한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군이 사회를 장악하는 계엄 발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렇다면 계엄령 선포 시 그 근거는 무엇이고, 선포 주체 및 계엄사령관을 누가 맡고, 계엄 상황을 통제하는 군 조직과 권한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민주당의 주장처럼 현실적 가능성에 대해 법적 근거를 따져봤다.
계엄을 선포하는 행정명령을 ‘계엄령’(declaration of martial law)이라 한다. 계엄령 근거는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이다.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교란돼 경찰력을 바탕으로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곤란한 국가비상사태 시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면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가 가능하다.
계엄(martial law)은 두 가지로 구분한다. 헌법 제77조 2항에 따라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나눈다. 경비계엄은 계엄군이 해당 지역에 대한 치안 강화를 위해 행정권 및 사법권을 갖게 된다. 반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임명한 계엄사령관이 모든 행정권 및 사법권을 가지며, 기본권조차 제한할 수 있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군사법원이 재판을 주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전역을 대상으로 계엄령이 선포되면 사실상 군이 국정 전반을 관장할 수 있게 된다. 군이 행정권과 사법권을 모두 갖게 되는 것이다.
계엄 선포 절차와 관한 법적 근거는 헌법 제77조 및 ‘계엄법’에서 정하고 있다. 계엄 선포 시 계엄 시국을 통제할 조직 근거인 ‘계엄사령부직제’도 있다. 계엄의 시작점인 계엄 건의도 계엄법 제2조 6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제2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다음에 계엄법 5항에 따라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법 제77조 3항에 따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 때부터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된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법 제 3조에 따라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에는 그 이유,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여야 한다. 이어 계엄법 제 5조 1항에 의거해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將星級) 장교 중에서 국방부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2항에 따라서는 계엄사령관이 계엄업무를 시행하기 위하여 계엄사령부를 둔다. 이 경우 계엄사령관은 계엄사령부의 장이 된다
예전에는 계엄사령관이 군령권과 군정권을 가진 육군참모총장이 맡았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군령권을 가진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는 근거가 마련됐다. 합동참모본부 직제 제2조 12항에 계엄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실제로 합참에 ‘민군작전부 계엄과’가 있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이 부서가 계엄 하에 초기 행정 및 법적 근거를 총괄하게 된다. 육군본부 직제에는 이런 부서가 없다.
그렇다고 합참의장이 반드시 계엄사령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할 경우에는 합참 민군작전부 계엄과는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을 보좌하게 된다.
누가 되든, 계엄사령관의 권한은 막강하다는 점이다. 계엄법 제8조에서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 권한이 명시돼 있다. 1항은 계엄지역의 행정기관(정보 및 보안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및 사법기관은 지체 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계엄법 제9조에 따른 특별조치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1항은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구금(拘禁)·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엄사령관은 그 조치내용을 미리 공고하여야 한다고 했다.
2항은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동원(動員) 또는 징발을 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군수(軍需)로 제공할 물품의 조사·등록과 반출금지를 명할 수 있고, 3항에서는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작전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국민의 재산을 파괴 또는 소각(燒却)할 수 있다고 명시해 계엄사령관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하고 있다.
특히 계엄법 제10조에 의거해 계엄 하에서 발생한 주요 범죄에 대한 사법권도 행사한다. 1항은 비상계엄지역에서 내란죄·외환죄·공안을 해치는 죄·공무방해죄·살인 및 강도의 죄등을 범한 사람에 대한 재판을 군사법원이 한다. 이 군사법원은 계엄사령관이 통제 권한을 갖게 된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 밑으로 사령부를 두게 된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계엄사령부 직제’다. 제3조 1항에 따라 계엄사령부에 부사령관과 참모장을 둔다. 2항에 의거해 부사령관은 현역장성급(將星級) 장교 중에서 국방부장관이 추천한 자를 대통령이 임명하고, 참모장은 현역장성급 장교 또는 영관급 장교중에서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도로 했다.
계엄사령부 조직은 제 4조에 의거해 구성된다. 1항에서 계엄사령부 처 및 실의 구성은 기획조정실·치안처·작전처·정보처·법무처·보도처·동원처·구호처 및 행정처와 비서실을 둔다고 명시했다.
제5조에 따르면 처 및 실의 기능은 기획조정실은 계엄업무의 기획조정 및 통제와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의 지휘·감독에 관한 사항, 치안처는 치안에 관한 사항, 작전처는 계엄군의 운용 및 그 지원에 관한 사항, 정보처는정보 및 보안업무에 관한 사항, 법무처는 계엄군사법원의 운영 및 그 밖의 법무에 관한 사항을 담당한다.
보도처는 공보 및 선무심리전업무에 관한 사항, 동원처는 동원 및 징발에 관한 사항, 구호처는 구호에 관한 사항, 행정처는 인사 기타 다른 처·실의 주관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항, 비서실은 계엄사령관 및 부사령관의 행정적 업무의 보좌, 각처 및 실의 참모활동에 대한 지원제공 및 의전업무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도록 규정했다.
무엇보다 계엄 하에서 계엄사령관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합동수사기구를 지휘·감독 한다. 제7조에 따라 설치되는 합동수사기구는 1항에 따라 계엄지역이 둘 이상의 도(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및 특별자치도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걸치는 경우에는 계엄사령부에 합동수사본부를 둘 수 있다.
2항에 의거해서는 계엄지역이 1개의 도에 국한되는 경우의 계엄사령부와, 지구계엄사령부 및 지역계엄사령부에는 합동수사단을 둘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근거로 계엄사령관은 합동수사본부장 또는 합동수사단장에 대한 지휘·감독을 통해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사권을 행사한다.
이처럼 계엄령 선포는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다. 국방부∙행안부 장관의 건의를 통해 국무회의 의결로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는 이후 통보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1981년 관련법 개정으로 대통령 의사에 따라 즉각 선포하지 못하게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에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을 해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이를 위해 정국 상황이 돌변하는 대통령의 계엄령 행사에 대해 헌법에서 국회가 견제를 보장하는 근거를 명시했다. 헌법 제77조 4항에 따라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하고, 5항에 의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계엄법 제4조 1항에 따라 국회가 폐회 중일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집회(集會)를 요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며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아울러 제11조 1항에서 대통령은 제2조제2항 또는 제3항에 따른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는 근거를 통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계엄령 해제를 요구할 법적 뒷받침도 있다. 계엄법 제13조에서는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군사 정권이 민주화운동 진압을 위해 계엄을 발동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1987년 헌법 체제 이래 계속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151석)의 요구가 있다면 대통령은 바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즉 국회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 허락 없이는 대통령 독단으로 계엄 선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야당의 계엄 주장이 일방적인 억측이라고 반박 근거이기도 하다.
실제 22대 국회 상황을 봐도 국회의원 300석 중 171석인 민주당 단독으로 계엄 해제권을 갖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 요구를 묵살할 경우 헌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탄핵소추 사유가 되기 때문에 계엄령 선포는 현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강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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