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혈세 낭비'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 결국 철거···시민 의견 듣는다

김태영 기자 2024. 9.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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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억 들였지만 일대 활성화 효과 無 판단
7개 상가 중 삼풍상가·호텔PJ 구간 먼저 철거
다른 구간은 상가 재개발 때 동시 철거 예정
[서울경제]

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 재생의 일환으로 설치했던 공중보행로 중 일부 구간을 결국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세운상가 7개 건물을 잇는 공중 보행로에 1109억 원의 사업비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대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이 결정에 대한 주민 의견도 들을 예정이다. (★본지 9월 2일자 20면 참조)

17일 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23일 오후 4시 중구 구민회관(중구 을지로39길 40) 소강당에서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때인 2015년 12월 세운상가 일대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해 2017년부터 산업·보행·공동체 재생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9개 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주 사업으로는 청년 창업 지원 및 도심제조산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세운메이커스 큐브’ 조성, 세운상가군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공간 조성, 공중보행교 등 공공공간 조성사업 등이 있다.

이번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은 이 사업들이 대부분 마무리됨에 따라 이들 사업에 대한 완료 조치를 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시는 변경안에 7개 세운상가군을 잇는 1㎞ 길이의 공중 보행로 중 삼풍상가와 PJ호텔 양측 약 250m 구간의 철골 보행교를 폐지하고, 지상부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공중 보행로는 박 전 시장의 세운상가 보존·재생 정책의 핵심으로 여겨졌다. 여기엔 2000년대 청계천 복원 때 사라진 세운~청계·대림상가 공중 보행로를 되살린다는 의미도 있었다. 사업비는 총 1109억 원에 달했다.

시가 사업이 끝난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공중 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한 것은 시설이 일대 활성화를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의 집계에 따르면 공중 보행로 전 구간의 일평균 보행량(2022년 10월~2023년 10월 기준)은 1만 1731건으로 공사 전 예측량(10만 5440건)의 11%에 불과했다. 상권이 그나마 발달한 청계·대림상가 공중 보행로는 일평균 4801건의 보행량을 기록했지만 다리만 설치된 삼풍·PJ호텔은 보행량이 1757건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7개 상가 지상부의 일평균 보행량은 공사 전엔 3만 8697건이었지만 공사 후엔 2만 3131건으로 40% 감소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지난달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서 “(공중 보행로는) 당초 사업의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및 주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행교 설치로 인해 지상부 보도가 협소해지고 하부로 일조가 차단됐다는 지적 역시 제기됐다.

무엇보다도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취임 후 세운상가를 전면 재개발하기로 방향을 틀면서 공중 보행로 철거가 불가피해졌다. 오 시장의 세운상가 개발은 7개 상가를 단계적으로 공원화해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하고, 공원 양옆을 고밀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오 시장은 2022년 이 같은 구상을 공개하며 “공중 보행로는 대못이 될 수밖에 없다”며 철거를 시사한 바 있다.

시는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시의회 의견 청취 및 관련 심의 등을 거친 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해당 구간에 대한 철거 및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세운상가 등 기존 건물과 연결된 나머지 공중보행로 구간은 상가군 공원화 사업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공원으로 조성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공중보행로 설치 등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역을 활성화하고자 했지만 한계와 비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공청회를 통해 공중보행로 등 재생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더 좋은 방안이 있다면 조기에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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